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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Dec 23. 2024

한 가지 좋은 몫

 매해 연초가 되면 친구와 올해는 어떤 한 해가 되기를 원하는지 적어서 카톡 공지사항에 올려 놓곤 했다. 한 해를 살며 그 글을 종종 들여다보면서 새해의 마음을 되새겼다. 올해는 그 새해 목표를 적기 전에 온라인으로 만나 이야기를 먼저 나눠보기로 했다. 올 한 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바라보는 마음을 나누면서 뜻밖에 깨달은 것들이 있다. 


 내 새해 목표의 큰 범주는 직업인으로서 본업에 충실한 삶과 개인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것, 이렇게 두 가지였다. 나는 엄마와 주부로서의 삶을 직업으로서의 책임감으로 대하고 있었고, 내 개인의 삶은 이것에 확실하게 분리되어 있었다. 본업으로서 엄마와 주부의 삶을 충실히 살아내고 싶은 마음이 있는 한편, 이것으로부터 열렬히 도망치고 싶어하는 마음이 공존하고 있다. 도망치고 싶지만 도망칠 수 없으니, 퇴근 이후의 삶에서 스스로의 욕구를 채우려 하고 있었다. 


 내년에도 지금처럼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애쓰고, 집안일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해내려고 노력하고, 가정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거다. 그러면서 본업을 열심히 살아내느라 애쓴 나를 달래기 위해 읽고 쓸 것 같다. 내년의 달라진 점은 쓰기의 또 다른 도구로 소설이 추가됐다는 점일 거다. 


 친구가 해준 이야기가 마음에 남는다. 


 마르다는 준비하는 일이 많아 마음이 분주한지라. 예수께 나아가 이르되 주여 내 동생이 나 혼자 일하게 두는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시나이까. 그를 명하사 나를 도와 주라 하소서. 주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몇 가지만 하든지 혹은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한 가지 좋은 편을 빼앗기지 않는 삶. 친구는 이 한 가지 몫을 기억하고 사수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나도 내년의 소설이 이 한 가지 좋은 편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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