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21년이 되기 전까지 주식을 1도 몰랐습니다. 월급을 받고 돈이 남으면 적금만 할 줄 알았어요. 가족 중 누군가 주식으로 재산을 된통 날렸다는 이야기를 어릴 때 들은 적이 있었고, 그게 왜인지 너무나 인상깊어서 주식을 시작하기가 무서웠어요. 왠지 대한민국 국민의 90% 이상이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을 것 같은 건 제 느낌일 뿐일까요. 어쨌든 그렇게 적금으로 모은 돈은 옷 사고 화장품 살 때 홀랑 써 버리고, 여행 갈 때 홀랑 써 버리고, 결혼할 때 홀라당 써 버리곤 했습니다. 결혼을 하고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남는 돈이 진짜 없기도 했어요. 사실 천만 원은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생긴 돈이었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저출산 시대에 아이를 낳았습니다. 2018년에 첫째 아이를 낳았고, 2020년에 둘째를 낳았죠. 제 기억으로 첫째를 낳았을 때 출산 축하금으로 나라에서 50만 원을 주었고, 어린이집에 가기 전까지 양육 수당으로 매달 30만 원씩 줬습니다.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서는 아동수당이라는 이름으로 10만 원씩 받았어요. 둘째를 낳았을 때는 출산 축하금을 100만 원을 받았습니다. 이 돈은 나라에서 아이에게 주는 돈이니 내가 쓰지 말고 잘 모았다가 나중에 성인이 되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이 이름으로 각각 청약 통장을 개설하고 그 계좌에 나라에서 준 수당들을 꼬박꼬박 이체했습니다. 매달 10만 원씩, 30만 원씩 어느새 3년을 넣었더라고요. 2021년에 아이들 청약 통장을 확인했을 때 두 아이 계좌를 합쳐 천만 원이 들어있었습니다. 엄마가 주식에 미쳐서 애 돈을 훔쳐 썼다고 한다면, 네, 조용히 수긍하겠습니다. 오징어게임에서 경마장에 나가는 성기훈인 양, “엄마가 따따블로 돌려줄게!” 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의 청약 통장을 해지했습니다.
저는 사실 천만 원을 종잣돈으로 쓰려고 모은 건 아니었던 셈인데, 이 경험을 통해 돈을 모은다는 것에 대한 개인적인 통찰을 얻게 되었습니다. 일단 나도 모르게 어디에 꿍쳐 둔 돈이 있는지 잘 찾아봐야 한다는 것이었고요. 어디에도 꼬불쳐 둔 돈이 없다면, 돈 모으기를 시작해야 하는데 요렇게 작은 돈이 언제 큰돈이 될까 싶다가도 시간이 버프가 되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3년짜리 적금 통장을 개설하고, 매달 30만 원, 꽁으로 받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고 아묻따 적금 통장에 넣습니다. 그리고 그냥 3년은 주식 생각을 하지 말고 현생을 열심히 사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12개월에 360만 원, 24개월에 720만 원, 36개월이면 1,080만 원이 됩니다.
애를 키우다 보면 한 36개월쯤 아, 이제 사람 된 것 같다 싶거든요. 어딜 가도 36개월 미만은 돈을 안 받는 곳이 많은데, 희한하게 36개월이 지나면 입장료를 받아요. 사람으로 쳐 준다는 뜻이죠. 돈도 쓸만한 돈으로 키우고 숙성시킨다 생각하시고 3년간 차곡차곡 통장에 묻어 봅니다. 적금 만기 알림이 오면 통통하게 물이 오른 돈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이 돈은 곧 꽤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리게 될 겁니다. 그러니 남들 다 투자로 돈 벌 때 나만 돈 모으느라 못 벌었다고 속상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눈덩이가 커진 만큼 더 빠르게 구르고 더 큰 위력을 갖게 될 테니까요. 주식에서 종잣돈은 크면 클수록 더 큰 수익을 가져다 줄 확률이 높아집니다. 매달 30만 원보다 더 모을 수 있으면 좋겠죠. 3년은 고수로 거듭나기 위한 수련에 들어갔다 생각하시고 공돈이 생기면 저축하시면서 종잣돈을 만들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