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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이 Aug 22. 2023

머리에 하얀 것은 뭐지?

새치인가?

부분염색한거야?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내 머리를 유심히 쳐다보더니 말을 했다. 

 '너 흰머리 났어'

나에게 묻는 것인지 단정짓는 것인지 믿을 수 없다는 듯 말을 했다.  그때 내 나이 20대 중반을 향해가는 초반이었다. 무슨 흰머리가 있어 빛에 반사되어서 흰머리처럼 보이는 것일 거야라고 말은 했다. 하지만 친구는 내 머리에서 뽑아서 흰머리인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아니 무슨 흰머리가 벌써 나는 거야 그때는 한창 취업준비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스트레스성 흰머리아니 새치가  났나 보다 하며 그냥 별일 아닌 것으로 넘겼다. 




하지만 그 흰머리는 하나에 그치지 않고 조금씩 세력을 키워 나가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흰머리의 수는 점점 늘어갔고 범위를 확장해 나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겉에 보이는 머리에 나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 나서 바람이 불거나 손으로 들추지 않으면 보이지 않았다.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그런 것이라면 그나마 유전적이니 받아들이기가 더 수월할 텐데 부모님 모두 흰머리가 내 나이에는 나지 않았고 연세가 드셨을 때 흰머리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에 나타나셨다. 



엄마는 누굴 닮아서 그런 것이냐며 나의 흰머리를 스트레스 때문이라며 원인을 단정 지으셨다. 유전적인 영향은 아니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것 같았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머리가 일정부위가 심히 간지러웠다. 그러고 나서 시간이 흐른 뒤에 보면 여김 없이 흰머리가 그 부분에 유독 많이 생겼다. 






하얀 머리는 머리를 들추어야만 보일 수 있는 속에 나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위안을 삼고 살았다. 하지만 이제는 시간이 흘러 하얀 머리는 남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나 여기 있어 라고 하얀색 머리카락이 눈에 띄는 자리 곳곳에서 올라오고 있다.

남들은 모르는 나만의 비밀이었는데 이제는 딱하니 자리를 잡고 존재의 의미를 뽐내고 있다. 새치염색을 해주어야만 감출 수 있게 되었다. 한달에 한번씩 미용실로 향한다. 하얀 뿌리가 올라오기 전까지는 내가 새치가 있는 줄 모르는 상태가 된다. 요즘은 젊은 사람도 새치가 많아서 새치염색을 많이 한다는 미용실 원장님의 말에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자꾸 늘어가는 새치 때문에 고민하니 친구는 내가 부럽다고 한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나이가 들수록 머리가 자꾸 빠지는 것이 고민인 친구였다. 머리가 자꾸 빠지니깐 머리를 더워도 풀어야 하고 머리를 드라이해도 금세 가라앉는다고 한다. 머리가 자꾸 빠지다 보니 특히 앞부분의 휑함이 느껴져서 거울 보기가 싫다고 했다. 

넌 흰머리가 나서 고민이겠지만 머리숱이 점점 없어지는 고통을 모를 거라며 염색하면 처리될 것을 무슨 걱정이냐고 말한다. 






친구와의 대화 끝에는 언제 머리 때문에 걱정을 해야 하는 나이가 온 것이냐며 흰머리에서 시작한 대화는 자연스럽게 나이이야기로 연결되었다. 나이가 들어가면 어쩔 수 없는 문제이지 않을까 하지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도 이런 말을 나눌 수 있는 같이 늙어가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머리숱 많았던 시절을 알고, 새치가 있기 전의 까만 머리를 알고 있어 서로의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알고 있는 친구가 존재하기에 추억을 말할 수 있다. 서로의 변화되고 있는 역사를 공유하고 이야기할 수 있기에 존재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된다. 



예전에 아빠의 흰머리를 뽑아서 용돈벌이 하던 어린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내가 그나이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이상하다. 새치로 인하여 함께 늙어가는 존재의 소중함을 알게 되며  옛날 추억도 꺼내보는 계기가 되니 뭐든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닌가 부다. 





이참에 차라리 블랙핑크의 로제처럼 금발을 해볼까나? 

친구야 넌 로제가 아니잖어. 오춘기가 왔니? 그냥 외국의 금발할머니 되는 거야  


라는 친구의 말에 둘은 한바탕 웃었다. 머리로 인한 우울함은 저멀리 사라지고  웃음으로 마무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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