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귀신은 바로 누구였을까
죽기 직전, 누군가 내 머릿속에 속삭였다.
“안녕.
지금 당장 말레이시아로 가.”
2017년 12월, 태국.
눈을 뜨자마자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리고 뇌 속 어딘가에서 명령처럼 들려온 그 목소리.
말레이시아로 가. 지금 당장.
나는 이미 다음 달 말레이시아 출장이 예정돼 있었지만,
설명할 수 없는 충동에 이끌려 당일 항공권을 끊었다.
2배나 비쌌지만, 어딘가에 홀린 듯 그렇게 티켓팅을 했다.
| 왜 그랬을까.
| 왜 그날, 하필 그날.
비행기 타기 전, 급한 와중에도
라코스테 매장에서 검은색 카라티를 하나 샀다.
누가 사라고 한 것도 아닌데 그냥,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았다.
팀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말레이시아에 급히 다녀오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전화기 너머, 팀장은 날 씹어먹을 듯이 소리쳤다.
“야 미쳤어? 오늘 00 결혼식이잖아! 너 빼고 다 온다고!”
나는 쌍욕을 먹은 채, 푸켓에서 말레이시아로 날아갔다.
그날 밤, 오랜만에 술을 마셨다.
낯선 도시에서 홀로 맥주를 들이키며
이게 도대체 뭐지… 머릿속은 복잡했다.
새벽 4시, 휴대폰이 울렸다.
수차례 울리다 말았다.
귀찮아서 꺼버렸다.
오전 9시, 핸드폰을 켜자 부재중 54통.
손이 떨렸다.
팀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섯 번째 신호음 뒤,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돈독아, 네가 말레이시아에 있는 거지?
다행이다. 00이… 죽었어.”
어젯밤 결혼식 후, 선배는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내가 늘 타던 그 오토바이 뒷좌석에
그날 내가 없었다는 사실이,
원래라면 그날 나는 분명 죽은 선배
오토바이 뒷좌석에 타고 있을 것이다.
소름이 끼쳤다.
누가 나에게 그 말을 했을까.
‘지금 당장 말레이시아로 가’라고…
엄마였을까.
아니면 그냥,
귀신이었을까.
그렇게 나는 검은색
라코스테 카라티를 입고 선배의 장례를 치렀다.
마치 미리 준비된 것처럼 검은색 옷을
입고 서 있는 내 모습이 소름 끼치도록 신기했다.
나는 귀신을 믿지 않는다.
아니, 믿는다.
아니,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날 그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지금 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귀신의 속삭임을 따라 살아버렸다.
『불행팔이소년: 나는 이렇게 살아도 살아버렸다』
시리즈 중 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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