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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평제 May 14. 2018

제주, 한국의 이데아 그 이상 공간

한번 즈음은 뒤돌아 생각해볼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그곳

 이따금씩, 삶이 힘들고 지쳐갈 때 즈음에 "우리는 어떻게 이 힘든 마음을 추스르는가?"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런 순간에 직면을 하고 생각을 하게 될 때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그것은 아마도 '여행'일지도 모른다. 여행이 주는 그런 기대감과 두려움은 때로는 나를 의미 없는 웃음을 짓게 만들 수도 있고, 반대로 여행이라는 그 막연한 두려움을 주기도 할지도 모른다.

애월 쪽 바다와 오설록의 녹차 밭

나 역시도 그랬다. 취미생활로 글을 읽고 책을 쓰며 항상 마인드 컨트롤을 한 다곤 하지만 이는 분명 나에게는 행복한 일임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많은 감정소비를 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요즈음 더 그렇다. 내가 하고 싶은 확고한 무엇이 있어도 그 갈피가 제대로 잡히지 않고 노력은 한답시고 잘 되지 않는 그럴 때 말이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에 대한 갈증이었고, 그 갈증의 해소는 '제주도'였다. 28년이라는 시간 동안 제주도를 제대로 가본 적이 없다. ( 10년 전 고등학교 수학여행과 제주도 출장이 전부였다.) 사실 이번 제주도는 나의 생각을 정리할 겸 가야 할 일이 생겨 가려고 했었지만, 내게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의 여행을 가게 되었다.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떠한가? 혼자면 혼자여서 좋은 것이고 여럿이면 여럿이서 좋은 게 또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혼자면 어떻고? 여럿이면 어떤가? 행복함은 변치 않으니.


2박 3일이라는 길지 않은 기간의 여행이기에 뭔가 꽉 차고 나와 나의 사람들을 마음을 추스를만한 여행이 필요했다. 나이가 조금씩 먹기 시작하면서 점점 더 나의 성향이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를테면, 어린 마음에는 항상 도전적이고 패기 넘치는 그런 시절의 나였다면 점점 더 소극적이게 되고 그런 것 말이다. 이번 여행을 계기로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더 이상 패기 넘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조금 더 조용한 곳을 택하게 되었고, 여유가 필요했다. 내 나름대로 지금까지 너무 뒤를 돌아보지 않고 살아와서 그런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에서야 나는 느꼈다.


인생은 쉼표의 연속이고, 내가 더 이상 아무것도 할 힘도 의지도 열정도 없을 때 그제야 내가 나 스스로 마침표를 찍는 거라고.


새벽 7시 50분에 제주도를 도착하였을 때 1시간도 채 안 되는 비행거리에 이렇게 좋은 곳이 있는데 나는 왜 제대로 방문을 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부산과는 다른 그런 공기와 분위기. 그리고 한국에서는 참 느끼기 힘든 사람들의 여유. 지내면 지낼수록 더 동화되어가고 있는 기분이다. (좋은 날씨였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뭔가 꽉 막힌 내 마음을 뚫어줄 탁 트인 바다와 좋은 분위기 그리고 커피 한 잔.


전망 좋은 하이엔드 카페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를 찾아오는 이유를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다. 제주도라는 곳은 어쩌면 사람이 사는 곳의 아니 인간의 원초적인 성향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치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에 완전히 부합한 그런 곳 말이다. 자급자족을 하며, 안전감과 소속감을 느끼기도 하고 더 나아가 자기만족(여유를 느끼려는 사람들의 것)을 제대로 실현을 할 수 있는 그런 것 말이다. 무언가를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하고, 성취를 해내야 한다는 그런 생각보다는 본연의 자기만족말이다.


여기 와서 꼭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물론 조금 더 특별한 것은 '전시회'방문이었다. 점점 문화생활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나를 느끼기도 하고 그런 문화생활 속에서도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것보다는 새벽에 조용히 집에서 영화를 시청하는 게 좋아지기도 하였던 나였기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문화생활을 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극적으로 말이다.


제주도 아라리오 컬렉션 in 아라리오 뮤지엄 탑동시네마


그래서 부산에서 역시 전시회가 있지만, 상당히 다른 지역에 비해 한정적이기도 하고(이미 전시회 관련된 곳은 최소 1번 이상은 방문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제주도에서도 전시회 방문의 일정은 빼먹을 수 없었다. 물론 친구들은 원치 않았지만, 내가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억지로 따라가 주기도 하였다.


예술 쪽 전공자도 아니고 거기에 특별한 재능은 없지만, 그냥 느끼고 싶은 그런 공간이기에 나에겐 매력적이다.

사실,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어쩌면 그 이전 내가 책을 읽을 때부터 였을지도 모른다. 이상한 습관이 들었다.

"화자의 의도를 파악해보시오."라는 것 말이다. 제주도에 여행을 가서 육지에서의 일을 잊으려고 갔던 곳에서 마저도 나는 나를 버리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가장 추억이 많이 남는 곳이 어디냐?라고 묻는다면, "게스트하우스에서 편하게 보낼 때요."라고 말하고 싶다. 해외에서 지낼 때 게스트하우스와 같은 곳에서 여러 번 지냈다. 게스트하우스라고 하여 불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많은 추억을 쌓기를 원한다면 그곳 만큼 적합한 곳이 있을까? 나 역시도 그렇게 붙임성이 좋지도 않고 다른 사람과 친해지는데 시간이 며칠이나 걸리는 사람 중에 한 명이기 때문에 꺼렸지만 그도 잠시 거기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면 그런 것 따위는 불필요한 겉치레에 불과하다.


써니하우스의 내부 - 부산에서 온 우리에게 정겹게 사투리를 화이트보드에 남기는 사장님의 센스


애월과 가까운 곳의 조용한 게스트하우스에서의 하루, 그리고 사람들이 붐비는 월정리 게스트하우스에서의 하루를 보내게 되었지만 나와 나의 사람들이 더 좋았던 곳은 물론 전자의 조용한 게스트하우스였다.

사장님과 멀었던 거리를 조금 더 여행이라는 맹목 하에 좁혀가며 서로 친해지기도 하고 알아가며 우리는 우리끼리의 여행 속에 타인과 어우러지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되어 또 다른 소중한 추억의 조각을 만들었다.

사장님이 손수 준비한 저녁식사(월남쌈 및 다양한 음식)를 우리는 맛있게 먹으며 더 필요한 게 무엇이 있는가?

좋은 사람들과 음식, 맥주 한잔 정도면 우리는 완벽한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아니한가?


조용한 써니하우스의 전망 -  힐링하기에 딱 좋은 곳


나는 한번 경험했던 것들을 가급적이면 2번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처음 경험했던 그 순간들이 2번으로 인해 그 경험이 퇴색 되기도 하고, 나쁜 경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2번은 삼가지만 여기 게스트하우스만큼은 다시 방문할 예정이다. 그 경험이 퇴색이 되지도 않을 것이고, 나쁜 경험으로 변질이 되지 않으리라는 자신이 있을 만큼 나를 힐링해줄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제주도에 온다면 다시 방문하여 그 감정 그 이상으로 고스란히 만들어 나가고 싶다.




P.S 제주도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하고 싶다. 이방인에 불과한 우리에게 베푼 친절과 관심은 잊지 않고, 다음에 언젠가 제주도 혹은 육지에서 만날 날을 기약하며.

그중에서도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 써니하우스 사장님 번창하셨으면 좋겠으며, 지쳐가는 게스트하우스 손님들에게 좋은 웃음과 추억을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다시 방문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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