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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평제 Aug 03. 2018

우리는 누군가의 가슴 속에 살아간다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中

* 영화에 대해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이 녹아 들어있기 때문에, 독자분과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는 점 미리 말씀드리며,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불편하신 분들은 되돌아가셔도 되고 편한 마음에 읽어주시면 되겠습니다.


 우리는 흔히 연인이든 친구사이든 "입장 바꿔 생각을 한번 해봐."라고 이야기를 하곤 한다. '역지사지'라고 하곤 한다. 이렇게 말을 하고 나서 우리는 그제야 상대방의 신발을 신어보고 그 생각을 해보게 된다. 결론은 상대방을 전적으로 이해하게 되거나 혹은 상대방의 입장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2가지 중 하나의 태도를 취하게 된다. 연인 사이에서 이는 싸움의 발발이거나 화해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서로가 100% 이해를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생각의 답을 한다면 나는 "할 수 없다."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한 명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묻기도 한다. "100% 이해를 할 수 없으면서 어떻게 그 만남을 지속할 수 있어?"라고 말이다. 거기에 대한 '서로에 대한 양보가 존재하기 때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만 들뿐이다.



영화를 보기 이전에, 냉정과 열정사이 Blu & Rosso를 먼저 읽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해주곤 했다. 여자 남자의 생각이 전적으로 다르다는 말과 관련된 책이라며 추천을 하며 읽어달라 혹은 리뷰를 써달라 등의 말을 들었고 그 계기가 막상 잡히지 않았지만, 이번 독서모임을 통해서 책이 선정이 되며 읽게 되었다.

영화는 물론 책에서 표현하는 것들을 다 담진 않았지만, 대체로 Blu 책의 시점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 말은 남자의 입장에서 조금 이야기가 풀린다는 말)


지난 10년 간 첫사랑 아오이를 잊지 못하고 과거, 현재를 살아가는 주인공 '아가타 준세이' 그리고 마음 한편 준세이를 두고 있지만 과거 보단 오히려 현재를 직시하고 살아가는 주인공 '아오이' 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아가 아가타 준세이의 과거를 앎에도 불구하고 그런 그를 진심으로 살아가는 준세이의 현재 여자 친구 '매미' 그리고 아오이의 과거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지만 그녀를 위해 뭐든지 해줄 자신 있는 미국계 남자 친구 '마빈' 이 주된 조연으로 나온다.

 준세이는 복원사(과거의 훼손된 명화들을 되살리는 직업)로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으며 복원 사라는 직업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하며 반면, 아오이는 주얼리샵에서 일을 하며 미국계 남자 친구 마빈과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



주된 갈등의 내용은 아오이는 준세이와 만나는 동안 임신을 하게 되었고, 이를 안 준세이의 아버지는 돈을 주며 아이를 낙태를 하라고 한다. 끝내 아오이의 아이는 죽고 말았고 이에 대한 사실을 준세이에게 비밀을 한 채로 서로가 헤어지며 준세이는 거기에 대해 10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었고, 그 당시 아무것도 모르고 아오이에게 화를 냈던 과거의 자신을 원망하며 그녀를 만나 용서를 구하기도 하고 진정으로 사랑했던 사람이기에 다시 만나고 싶어 할 뿐이다. 아오이는 준세이를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자신에게는 잊지 못할 상처이기도 하고 이를 다시 직면하기에는 겁이 남과 동시에 여전히 마음 한 켠에는 준세이가 있었다.


냉정과 열정사이. 머리로는 냉정히 다시 만나면 안 된다는 것을 아지만, 가슴은 열정으로 가득 차 이에 반하게 되며 밀고 당김의 연속을 볼 수 있다.


과거 그들이 만날 때 30살의 생일날에 연인들의 성지라고 불리는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그들은 보자고 이야기를 하곤 했다. 서로가 그것을 잊지 않고 결국 피렌체의 꼭대기에서 그들은 재회를 한다. 정말이지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런 일들이지만, 그들이 피렌체에서 만났을 때 밀려오는 그 감정들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크기였음은 자명함과 동시에 보는 이를 하여금 먹먹하게 만들기도 했다.


10년간의 공백을 깨고 결국 만난 아오이와 준세이


책과는 다른 결말로 영화는 끝이 난다. 아오이는 현재를 직시를 하며 지금은 준세이를 만나기에는 자신들이 걸어온 시간이 너무나도 다르고 현재의 일을 다 포기하고 어릴 적 만나던 그런 시절로 돌아갈 수 없음을 느꼈지만, 준세이는 이와는 달리 아직도 아오이만 곁에 있다면 자신의 현재는 어떻든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오이가 저렇게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준세이가 끝까지 자기를 잡아주고 따라와 줬음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밀라노행에 올라탄 아오이를 끝까지 준세이가 따라감으로써 영화는 끝이 난다.


끝까지 냉정했던 너에게 난 뭐라 말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가슴속의 빈 공간을 채울 수 있을까? 난 과거를 되새기지도 말고 미래에 기대하지도 말고 지금을 살아가야만 해.. 아오이 니 고독한 눈동자 속에서 다시 한번 나를 찾을 수 있다면 그때.. 나는 너를..


냉정과열정사이 보고 난 후


여기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이 생각이 났다.


1.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디까지의 우리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 말이다.


아오이와 준세이는 여기에 대한 생각은 지극히 반대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다. 준세이는 아무래도 서로 간의 모든 일들을 공유를 하고 서로가 이런 부분을 공유하고 의지를 하여 만나야 한 다이지만, 아오이는 이와 반대로 사랑하지만 서로가 담아두고 있을 이야기들은 담고 지킬 수 있는 것들은 지켰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그들의 갈등이 시작된 게 아닐까?

나는 지극히 준세이와 같은 생각의 사람 중에 한 명으로서 아오이를 이해를 하지 못한다. 물론 아오이의 이런 자신만의 가치관 혹은 연애관을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저 다를 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에 대해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다른지 왜 다른지에 대한 생각을 하고 이를 최대한 이해하고 서로가 양보하기를 바라는 자세를 취하길 바랄 뿐이다.


2. 이들이 다시 만나게 된다면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며 이별 없이 계속 만날 수 있을까?


전적으로 영화와 책의 내용에 의존한다면 이들은 다시 만날 거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지난 10년간 서로를 구애해왔기도 했고 그들이 견뎌온 시간은 무시 못할 만큼 그들은 더 단단해졌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만약 준세이라면 다시 만나고 싶진 않을 것 같다. 첫사랑은 그저 가슴에 담아 두는 것이 가장 아름답고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여기에 대해서 남자와 여자는 지극히 다른 생각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나온 사랑에 대해서 정말 안 좋게 이별을 하지 않는 이상 미화를 하기 마련이다. "그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이었어." , "그 사람은 이런 부분에서는 좀 그랬지만, 그래도 나름 이해해주려고 하고 행복했어."라고 말이다.


아오이, 나중에 나처럼 후회하지 말거라. 자신이 있을 곳은 누군가의 가슴속 밖에 없어.


영화를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적고 이를 녹여 적어내고 싶지만, 이를 다 담기에는 한 없이 부족한 나이기에 가슴 한편으로는 적적하다. 지금도 수많은 냉정과열정사이 속에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영화임은 분명하다. 다시 한번 이 영화의 OST 1997 spring을 듣고 싶은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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