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최고의 경종=남편
방금 일어난 일이다.
아이가 알아서 혼자 잘 놀아주는 터에 책도 읽고 글도 끄적거릴 수 있는 주말 오후.
앉은자리에서 편의점 아저씨 봉달호의 『셔터를 올리며』를 완독 했다.
다 읽고 나서 맞은편의 남편에게, “진짜 편의점 아저씨도 이렇게 글을 잘 쓴다.”라고 세상 부러운 말투로 말했다.
그러자 단호하고 무심하게 남편이 던진 말,
“그게 아니라 글을 잘 쓰는 사람이 편의점 주인이 된 거지. 너도 글을 잘 쓰는 사람이 피디가 된 거고.” (바보야)
실제로 남편이 나에게 “바보야”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나는 바보인가라고 느낄 정도로 허를 찌르는 말이었다.
이 책의 필자가 태초부터 원래 편의점 주인인 것도 아닌데, 나에게 처음 그렇게 인식되었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정체성을 ‘편의점 주인’으로 단정 지어버린 내 오해는 얼마나 무지하고 무서운가. 일의 앞뒤를 잘못 판단할 정도로 무섭다.
물론 남편은 늘 나에게 글을 빨리 읽고 쉽게 표현하는 능력이 분명히 있으니, 그걸 올드 매체라고 혹은 나는 못한다고 단정 짓지 말고 장점을 발휘해서 원하는 걸 이루라고 매번 얘기한다. 쓰고 보니 너무 교장선생님 훈화 타입의 이야기 같지만, ‘나에게 엄청난 장점이 있음‘을 수십 년간 꾸준히 세뇌시켜 주는 고마운 존재다.
그 얘기를 곧이곧대로 듣지 못하는 나도 꽤 대단한(?) 존재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옆에서 이렇게 나의 패착을 바로바로 짚어주는 존재가 있는 게 새삼 다행이고 나에게 있어 큰 삶의 재산이라고 느껴진다.
여러모로 감사한 주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