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도 재수하던 시절이 있었는
꾸준함을 이길 수는 없다고 한다.
한 때는 이 말을 믿지 않고 시니컬하게만 받아들였다.
'재능과 미친 능력이 있으면 단박에 되어야지, 티끌 모아 봤자 티끌 아닌가?' 하는 생각에.
그러나 책과 글쓰기는 고등학생 때도, 대학에 입학해서도, 백수일 때도 놓지 않았다.
책이 무거워 어깨가 끊어지는 것 같아도 욕심껏 이고 짊어지고 다녔다.
그러나 내 글을 누구도 주의 깊게 봐주진 않았다.
심지어 사주카페에 가서 사주를 봐도 "나는 매일 글을 쓰지만, 결국 내 글은 사장된다고 했다."
기껏 써봤자 '사장死藏 '된다니.
사장死藏
명사 사물 따위를 필요한 곳에 활용하지 않고 썩혀 둠.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사주카페 아저씨를 재수 없다고 속으로 한껏 욕하는 것으로 겨우 넘겼다.
그러나 재수 없는 역술가 아저씨의 말은 사실이었다.
거의 20년이 가까워지는 동안 내 글을 사람들의 관심 밖이었다.
블로그를 해봐도 시큰둥했고,
회사 상사들로만 가득한 페이스북 정도에서 가끔 국장님이 감사하게도
"은지가 글빨이 좀 있다"라고 칭찬해 주는 정도였다.
그 상태에서 호기롭게 도전해 본 브런치 작가 시도도 처음엔 광탈했다.
(브런치에게 미안하지만) 이게 안된다고??하는 생각에 꽤 기분이 나빴다.
더 큰 분노에 휩싸이기 전에 다행스럽게도 두 번째 도전은 성공이었다.
그래서 다행히 나는 브런치라는 곳에 매일 글을 쓸 수 있었다.
그렇게 내 글을 봐주는 사람이 천 명이 넘어갔고, 나는 그 계기로 책을 내게 되었다.
그리고 이틀 전, 브런치로부터 아래와 같은 알림이 떴다.
처음 보는 알림이었다.
들어가 보니 내 책의 구매링크와 바로 연결될 수 있도록 브런치에서 알아서 조치해 준 것이었다.
신기했다.
아무도 내 글을 봐주지 않고, 사장된다고 했지만
내 꾸준함과 진심이 이겼다.
누군가의 팬이 된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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