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게임이 가져온 기적
오늘은 어린이날이다.
"얼른 일어나라."
"빨리빨리 옷 입고 숙제해라."
엄마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진 채 듣는 이 소리는 최첨단 AI 시대를 맞았음에도 변하지 않았다.
나는 유독 아침에 못 일어나는 어린이였다. 생각해 보면 운동도 제대로 안 하고 체력이 안 좋아서였던 것 같다.
그런 나를 깨우는 걸 엄마는 굉장히 힘들어했다.
윽박도 질러보고 아예 안 깨워도 보고 물도 뿌려보고 별 짓을 다해도 안 일어난다고 늘 아침엔 화난 엄마 얼굴을 보고 등교하곤 했다.
내가 엄마 입장이 되어도 마찬가지였다.
"더 자겠다+학교 가기 싫다" 2콤보로 아침부터 속을 뒤집어 놓는 아이가 내 눈앞에 있었다.
학교 가다가 간식을 사자고도 해보고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주며 깨워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얕은수들은 큰 효능이 없었다. 그리고 인내심이 대단치 않은 나도 금세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알아서 7시쯤 벌떡벌떡 일어나기 시작했다.
심지어 내가 깰까 봐 눈치를 살피며 이불을 최대한 조용히 걷고 발걸음마저 조심하며 거실로 나가는 기적이 일어났다.
갑자기 효자라도 된 걸까?
그건 아니다.
아이를 자발적 부지런쟁이로 만들어준 것은 작은 직사각형 네모의 기적.
바로 휴대폰 게임이다.
게임을 학교 가기 전에 최대한 많이 하고,
내 눈에 안 띄게 하기 위해 아이는 이른 아침 밭이라도 메어야 하는 농부라도 된 것처럼 부지런해진 것이다.
그 간 일찍 깨우려 노력했던 나의 모든 수작들이 허무해졌다.
심지어 반사효과는 또 있었다.
게임을 하려면 일단 학교 숙제를 다 해야 한다고 했더니 알아서 숙제까지 하는 것이었다.
숙제 때문에 화내고 벽에 머리를 박아대던 지난날이 또 허무해졌다.
이 모든 건 아이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게임이란 재밌는 녀석의 등장이 가져온 일들이었다.
진짜 잠을 줄여서라도 하고 싶은 일이 아이에게 생긴 것이다. 그게 게임인 게 좀 그렇다고 볼 수도 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그걸 찾지 못하는 삶이 더 불행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자발적으로 소심함을 이겨내고 콘서트 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예능 피디가 되면서
누군가 뜯어말려도 무조건 해야 하고 하고 싶은 일들은 찾는 게 얼마나 크게 인생을 바꾸고 나를 달라지게 하는지 몸소 느끼며 자랐다.
그래서 기차기관사에서 프로 게이머가 되고 싶다는 아이를 그냥 조용히 바라보거나 응원하는 쪽이다.
아침에 알아서 일어나고, 연필을 쥐게 만드는 부모와 선생님도 못한 일을 해내 친구(?)니까 어지간히 대단한 녀석인가 싶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극 현실주의자인 나지만, 마인크래프트 영화도 같이 보러 갔다. 오히려 내 노력이 크게 들지 않았다.
이렇게 예기치 못하게 오늘도 기적이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