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너도나도 다 어렵고 불황이라고 한다.
물론 나는 그중 가장 하향산업 중 하나라는 지상파 TV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송국에 다니고 있다.
방송 다음으로 가장 좋아하는 일인 책 읽고 글 쓰는 일.
그 일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면 꾸준히 도전해 왔다.
20대에는 싸이월드에 읽은 책 표지와 리뷰를 매일 같이 썼고,
싸이월드가 저문 이후에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써보고,
워드 프레스 계정도 만들어보았지만 이건 창작과는 거기가 먼 기술적+광고를 위한 글쓰기여서
비싼 수업료만 치르고 방치되어 있다.
그리고 드디어 글을 쓸만한 곳이 생겼다고 해서 한 번의 탈락을 겪고 시작한 브런치.
글을 쓸 수 있고, 읽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 만으로 좋았다.
언제든지 와서 비공식적 글을 쓸 수 있는 곳.
사실 지금도 책 원고를 써야 하는데 집중을 못하고 브런치로 넘어왔다.
그러나 브런치에 유저들이 확 줄어들었다는 느낌을 받은 지 꽤 됐다.
작년까지는 10만 조회수도 종종 나오던 브런치인데 이제 두 자리를 넘기기도 쉽지 않다.
글을 소비하는 인구 자체가 없다고는 하지만, 브런치 운영만으로 느끼는 강점들이 없다고 여겨지는 것 같다.
나에게도 브런치는 본격 글을 쓰기 전에 손을 푸는 곳이기도 하고,
가볍게 부담 없이 글을 쓰는 곳이다.
이것으로 수익이 발생하거나 미래가 그려지지는 않는다.
그렇다 보니 사실 내 글들도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묻는다면 답변에 자신이 없기도 하다.
그럼에도 나는 브런치가 살아났으면 좋겠다.
허세라도 좋으니 독서붐이 오길 바라는 것과 같은 마음이다.
읽지도 않은 벽돌 두께의 책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
설령 그게 허세일지라도 그런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요즘 세대들은 이런 모습을 '텍스트힙'이라고 한다고 한다.
텍스트힙이든 허세든,
휘향 찬란한 각종 운동 유행이 돌고 돌아 가장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달리기가 대중적 유행이 되었듯,
인간의 원초적 욕구에 기반한
읽기와 쓰는 공간이 조금씩이라도 확장되어 그 안에 안식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