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산업을 독식하는 삶

사양산업이 진짜다. 정말일까?

by 편은지 피디

"지상파 방송이 위기입니다."

=2014년 입사 때부터 듣던 말이다.


"출판 산업이 위태롭습니다.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는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첫 책을 내면서 지금까지 듣는 뉴스다. 심지어 오늘 아침 북토크도 모객 이슈로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방송과 책.

하필(?) 그나마 내가 주력하는 것들이 전부 사양 산업이다.


사양 산업斜陽産業

사회, 경제, 기술 혁신 따위의 형세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쇠퇴하여 가는 산업.


사양 산업의 사전적 의미는 위와 같다고 한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플랫폼인 브런치 또한 사양(?)의 길 위에 있음을 슬프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래와 같이 나름 브런치 유저로서 직언하는 글을 써서 적지 않은 작가분들의 공감을 샀지만 반영되는 건 없었다.

브런치에 감히 한 말씀 드립니다②

하물며 댓글에 좋아요를 누르는 간편한 기능마저도...


물론 매주 '새롭고, 지겹지 않은 것을 만들 것'을 요구받는 연출자로서 무언가 개선해 달라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인 것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쉽게 공기 중에 휘발하듯 말하는,

"재미없네. 지겹네." 하는 사람들의 말에


구체적인 안을 내밀 수 없고 혹은 내밀어서도 안 되고 이유도 말할 수 없는 입장에서의 답답함과 비참함을 늘 디폴트 값으로 갖고 있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사양산업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간혹 나에게 탈 KBS에 대해서 묻는 이들이 있다.


꽉 막힌 조직, 발전 없는 조직에 계속 있을 거냐는 질문이다.

사실 매일 변화하는 유기체처럼 발전하는 조직이 과연 존재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조직이 있다한들 나 자신이 큰 동력이 없다면

그게 어디든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너무 패배주의적인 생각일까.


그럼에도 나는 아직도 SNS나 릴스보다 TV가 좋고 책이 좋다.

심지어 느린 호흡의 방송이 가장 좋다.


최근에는 휴먼다큐에 거의 한정해서 방송을 보게 된다.

너무 빠르고 사람을 길게 관찰할 수 없는 장르물에 물리고 물려서 말이다.


책도 어렸을 때부터 화려하거나 그림이 있는 알록달록한 것들은 안 좋아했다.

검은 건 글씨고, 하얀 건 종이인 그런 책들이 좋았다.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여백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영상은 어떤 풍경을 딱 찍어서 '이거야'하고 보여주지만,


활자로 묘사된 풍경은 그냥 내 마음대로 상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내가 겪었던 일들과 경험을 더해 상상하면 더욱 책 속에 깊이 들어가는 것 같아서 더욱 좋았다.


그런데 좋아했고 좋아했던 이것들이 모두 저물어 가는 산업이라고 한다.

나 또한 피어나기보다는 저물어가는 중이라고 해야 맞으려나.


그러나

나는 이제야 내가 좋고 싫어하는 것에 대한 기준이 생겼고,

그 아무리 외관적으로 좋아 보이는 일도 진심으로 그 과정을 즐기지 못하면 이제는 하지 않으려 한다. 사실 그간은 거절할 용기도, 구체적 계획도 없어서 주어진 건 꾸역꾸역 해내는 편이었다.


특히 책을 두 권 내며 했던 글 쓰는 일.


글쓸 때 키보드 자판을 치는 게 꼭 음계 없는 피아노를 치는 것처럼 자유롭고 즐거웠다.

소심했던 내가 글을 쓸 때는 꽤나 용감하고 거침없어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제 3년을 넘게 하는 <살림남>이라는 프로그램도 끝이 있겠지만,

불과 몇 달 전 그만해야 한다는 상상을 하며 혼자 울컥 눈물이 차오른 적이 있다.


매일 만나던 스태프들, 매주 만나던 정든 출연자들을 못 보고, 앞으로 못 만난다고 생각하니

철없이 더 놀고 싶다고 떼쓰는 어린 아이처럼 마냥 아쉽기만 했다.


그러나 천년만년 영원 할 수는 없는 법.

헤어지는 순간도 잘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더욱 그간의 나보다 신선한 시선으로 애정했던 일을 도맡아 줄 누군가가 온다면 기쁘게 자리를 내어주어야겠다고 다짐하며 최선을 다해 연습해보려고 한다.


"너 하나 빠져도 잘만 돌아가~ 아니, 더 잘 돌아가!"


이런 선배들 말이 야속할 때가 있었는데, 그런 말들이 필요한 시점이 오고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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