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얼굴에 혹할까

<우리는 왜 얼굴에 혹할까>_최훈 지음

by 편은지 피디

'보여지는' 방송 제작을 업으로 하고 있다.

늘 카메라 앞에서는 헤어메이크업을 하는 게 기본 세팅인 출연자들과 주로 일한다.

거기에 스튜디오에 아이돌들도 게스트로 나오다 보니 비주얼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사실 갓 입봉하고 이런 시기에는 "재밌고 의미있음 됐지, 비주얼이 뭐가 그렇게 중요할까."싶기도 했다.


결론적으로는 정말 철없는 생각이었다.


최소한 라디오가 아닌 TV로 송출되는 영상매체를 제작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직무유기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예능도 결국은 시각 정보를 전달하는 일이다.

그 전달자와 방식이 수용자로 하여금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면 내 제작전략은 실패한 전략이 된다.


그래서 화면 배경에 맞게 옷을 입거나 메이크업을 더 해달라거나,

이건 차마 대놓고 말하진 못하지만 '다이어트를 해서 더 예쁘게 나오면 좋겠다...'이런 간절한 바람을 자연스레 가지게 된다.


그 모든 것들의 총합이 전체 프로그램의 매력도를 올리고 낮추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참 가혹하다.

타고난 생김이 다 다른데 그 매력도가 프로그램의 향방을 좌지우지하니 말이다.


한 때는 나도 다이어트 같은 것도 너무 힘들고 꾸미는 것 자체에 소질도 없고 해서 (<<<사실 게을러서)

그냥 마음대로 아무 치장도 없이 대충 생긴대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적이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얕은 생각에 불과했다는 걸 이 책이 알려줬다. 바로 다음 문장 때문이다.


*내 얼굴은 내가 아니라 남에게 더 많이 노출되는 사회적 자극이다.


그렇다.

내 얼굴을 나만 포기하면(?) 되는 것이 아닌, 타인에게 더 많이 보여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실제로 나는 엄마에게 지적을 받을 정도로 어린 시절부터 거울을 잘 안 본다.

얼굴에 뭐가 묻어도 잘 모를 정도로 무심하고 우둔한 편이다.


사실 뭐 봐도 봐도 눈부신 초미녀도 아닌데 뭘 그리 자기 얼굴을 들여다보나 싶기도 했다.

봐봐야, 잡티와 주름만 보일 텐데 하는 마음.


그런데 내 얼굴과 용모도 결국 타인에게 비춰지는 가장 첫 번째 도구라는 생각에 흠칫 정신이 들었다.

단순히 아름답고 추함을 떠나, 상대를 만날 때 얼마나 성의를 갖췄느냐에 대한 판단 기준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수년 동안 얼굴에 뭐가 묻은 채로 마주했을 수많은 사람들은 나의 성의 없음에 실망하진 않았을까.

혹은 게으름에 혀를 차진 않았을까 하는 뒤늦은 미안함이 들기도 한다.

9788932324357.jpg


실제로 생긴 것에 미쳐서가 아닌, 얼굴을 우선순위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뇌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뇌는 '인지적 구두쇠'이므로 인지 에너지를 최대한 아끼기 위해 얼굴만으로 정보를 얻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초집중 상태가 아닌 느슨해진 상태에서 TV를 켜는 시청자들의 뇌는 더더욱 일하기 싫은 상태일 것이다.


제작자로서 비주얼, 비주얼을 외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뇌는 '인지적 구두쇠'이다. 이는 뇌 운영 시스템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 중 하나다. 우리 뇌는 매 순간 너무나도 열심히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나 과부하 상태에 있다. 그래서 뇌는 자신의 인지 에너지를 최대한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한다.

뇌가 에너지 절감을 위해 이용하는 방법 중 하나가 얼굴만으로 정보를 얻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의 얼굴에서 받은 느낌적인 느낌으로 그 사람의 내면을 파악하려 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