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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회사일기

얘 돈 없어

간접적인 공개처형

by 주옹


1

“아, 교육비는 언제 나오나요?”

“그건 갑자기 왜?”

“이제 고객님 만나야 하는데 저 차비 없어요. 선배님과 동반으로 가면 커피라도 한 잔 사야 할 것 같은데 그 돈도 없어요.”


교육 듣다가 갑자기 내 주머니 사정이 생각났다. 그러면 안 되는데, 필터 안 거치고 머릿속에 있는 말이 튀어 나왔다. 교육을 잘 들었어도 실적이 있어야 교육비가 지급된다. 그걸 알면서 나는 그걸 왜 물어봤을까.


2

“그리고 고객님 만나러 갈 때 드는 차비, 밥값은 다 본인이 해결해야 합니다. 그것까지 회사에서 다 해줄 수 없어요. 회사는 일을 해야 돈을 줍니다.”


다음날 팀 미팅때 팀장님이 내 눈을 쳐다보며 말씀하셨다. 교육 들을 때 내가 한 말을 팀장님께 전달했다는 말인가. 충격이었다. 그 말을 듣는데 창피하고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한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으니 그냥 가만히 있었다.


3

“얘 돈 없어”


고객님과 만남이 잡혀서 동반 매칭 시켜줄 것을 요청드렸다. 요청받은 분은 이미 갔다 온 고객님이고 계약 체결만 하면 되니 나 혼자서도 충분히 갈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돈이 없다는 걸 말씀하셨다. 돈이 없으니 같이 가 달라는 말이다.


거의 다 퇴근한 시간이라 그나마 다행인건가. 갑자기 이렇게 공개 처형 당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돈 없는 건 사실이다만, 돈이 없는 걸 숨기고 싶은 내 마음은 모르시는 걸까. 그 말을 듣고, “얘 돈 없어”라는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


역시 회사에서는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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