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먹고 사는 게 제일 힘들다
요즘 심리 상담을 받고 있는 중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육아가 힘들어서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어린이집 OT 이후에 다른 친구들의 아빠를 보고 나서 아이도 아빠를 보고 싶어했다. "아빠 보고싶어" 하면서 엉엉 우는데, 나는 어찌 할 바를 모르겠더라. 위로를 해 줘야할지 무슨 말을 건네야할지 도저히 감이 안 왔다. 그 순간에 나도 아이 따라서 울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어서 입술을 꽉 깨물고 눈물을 참고 있었다.
이럴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알 수가 없다. 사실 이런 상황이 생각보다 일찍 찾아올 줄은 몰랐다.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해주라는 동사무소 긴급지원 부서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라서 연락을 드렸다. 그래서 가족센터와 연계해서 상담을 받고 있는 중이다.
처음에는 육아 이야기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나의 지나간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상담 8회기인 지금, 나는 내 인생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이와 엄마의 관계에서 보이는 나와 엄마의 모습, 나와 직장 사람들의 관계에서 보이는 나와 엄마의 모습. 나는 엄마와의 관계에서 참 힘들었다.
오늘 상담에서는 발이 아파서 우는 아이에게 빨리 일어나서 걸으라고 다그치지 말고 왜 우는지, 무슨 일인지 들여다보는게 우선이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 아이에게서 나의 모습을 떠올려보라고 했다. 나도 지금 엉엉 울고싶은 심정일거라고.
지금 제일 고민인 게 뭐냐고 물으셨던 것 같다. 나는 지금 경제적 상황이 참 힘들다. 돈 들어올 데는 적은데 나갈데는 많고. 이런 스트레스때문인지 나는 잠 자다가 새벽 한시쯤 되면 눈이 떠진다. 너무 힘들다.
어제 지인과 전화를 한 통 했다.
새로운 보험 회사에 들어갔는데, 아무래도 새로 들어갔으니 제대로 된 월급이 나오려면 시간이 조금 걸린다. 그렇기도 하고 보험회사는 고정급여가 아니니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는 중이다. 라고 했더니 나는 피해를 끼치는 사람이라고 한다. 보험회사에서 시험도 치고 같이 일할 것처럼 해놓고서는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면 되겠냐고. 그 지인의 말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그런데 나는
"다 먹고 살려고 한 건데"
나는 내가 닥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을 뿐이다. 비록 지나와서 보니 차선의 선택이었을지 몰라도 적어도 그때 당시에는 그랬다.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지금 남에게 피해를 끼치든 안 끼치든 상관이 없다. 일단 내가 먹고 살아야겠다.
먹고 산다는 게 이렇게 서러운 일이었나. 제일 기본적인 일이면서 제일 어려운 일. 나는 지금 살짝 버겁다. 혼자 감당해내기가 힘들다. 그래도 어쩌겠어 해야지. 아이는 오로지 나만 바라보고 있으니 억지로라도 감당을 해 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