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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백오호 Jan 31. 2021

꿈이라는 말이 낯간지럽게 들릴 때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언제부턴가 꿈이라는 말이 낯간지럽게 들리기 시작했다. 점점 더 막연하고 즐거운 공상에 빠지기보다는 학점에 더 신경 쓰거나 영어공부를 하거나, 기술이라도 배워볼까 생각하게 된다.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어렵지만 여전히 꿈을 좇는 사람과, 꿈을 버리고 현실을 선택한 사람의 삶을 보여준다. 주인공 성우는 나이트클럽에서 연주하던 4인조 출장밴드 리더이다. 불경기에 어느 곳에서도 정착하지 못한 채 이곳저곳을 전전하다가 고향인 수안보로 돌아와 와이키키 호텔에 정착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일부 밴드원들은 밴드를 그만두게 된다. 고향에 돌아간 성우는 학창 시절 자신과 함께 밴드를 했던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고향에서 만난 친구들은 고교 시절과는 많이 달라져있다. 약국을 운영하는 민수는 돈이 인생의 목표가 되어 있고, 시청 건축과에서 근무하는 수철은 환경운동가인 인기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성우의 음악적 롤모델인 음악학원 원장은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있고, 성우의 첫사랑이었던  인희는 트럭에서 야채장사를 하며 억척스럽게 살아간다.


행복하니?
우리들 중에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는 놈 너밖에 없잖아.
그렇게 좋아하던 음악하고 사니까... 행복하니?

    수철의 질문에 성우는 행복하다고도, 그렇지 않다고도 대답하지 못한다. 성우가 취객들을 상대하며 연주를 하거나 인희와 다시 밴드를 하면서 락이 아닌 트로트를 부르는 씬들을 보면 꿈을 붙잡고 있는 것이 마냥 행복할 것이라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 술을 마시고 성우에게 행복하냐 물었던 수철은 그다음 날 자살한다. 수철의 장례식에서 성우는 민수와 인기를 다시 만난다. 민수는 인기의 데모가 수철의 직장을 잃게 해서 수철이 자살한 것이라고, 인기는 수철이 빌려달라고 한 돈을 민수가 빌려주었으면 자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꿈을 잃은 사람들은 다소간 망가져있고 여전히 꿈을 간직하고 있는 이들이 겪는 현실은 녹록지 않다. 누군가는 이 영화가 꿈과 현실의 괴리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말은 이 영화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영화 속 성우의 삶은 비록 현실에 실망하고 지쳤을지라도 꿈을 잃은 친구들처럼 비겁하거나 남루하지 않다. 냉혹한 현실 속에서 우리의 꿈은 실현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꿈꾸는 삶이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통해 본 꿈 꾸는 삶은 근본적으로 유약하고 애처로운 인간의 삶이 무너지는 것을 막는다. 꿈이라는 말이 낯간지럽게 들릴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꿈이란 인간이 무너지지 않고 묵묵히 살아가기 위해 처절하게 붙잡아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들게 한다.©(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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