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백오호 Jan 29. 2024

감정의 동기화

자연스러워지기

  사람과 사람 사이 감정의 동기화는 사소한 계기로 이루어진다. 어제 오후 2시 중국 교포 신랑과 인도네시아인 신부의 결혼식 영상 촬영에 다녀왔다. 다녀본 결혼식 중 하객이 가장 적었다. 신랑의 가족과 지인들이 주였고, 신부의 어머니와 동생이 있을 뿐 신부 측 혼주석도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긴 시간 신부 대기실에서 외로이 대기할 신부에게 물었다. 식이 끝나면 가족들은 인도네시아로 돌아 가느냐고. 그렇다고 했다. 가족이 그리울 신부를 위해 일부러 그녀의 어머니와 여동생의 모습을 신경 써서 담았다.



  촬영을 마치고 뷔페에서 밥을 먹었다. 마지막 접시를 떠 자리로 돌아오니 그 테이블에서 신랑 신부가 하객들에게 인사하고 있었다. 수더분한 신랑이 나에게 다가오더니 잔을 권했다. 연회장에서 하객들에게 술을 따르고 건배하는 중국 교포 관습 같은 건데, 교포 결혼식 촬영을 많이 했음에도 잔을 받은 적이 없었다. 


  사실 술을 마시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큰 축하 한 마디 없이 제 할 일만 한 영상작가에까지 감사 표하는 걸 보며 이유 모를 벅차오름을 느꼈다. 평소보다 아주 조금 더 신경 써서 촬영한 마음이 전해진 걸까. 


  처음 있는 일이라 쭈뼛거리며 눈도 못 마주치고 건배하며 말했다. “결혼 정말 축하드린다”라고. 감정의 동요에는 큰 액션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앞으로 살면서 호감의 동기화도, 적대감의 동기화도 더 많아질 것이다. 이런 감정의 동기화에 조금 더 익숙해져야겠다. 잘 다루는 법을 배워야겠다. 다음에 이런 일이 있다면 더 자연스럽게, 축하하는 마음이 드러나게 축하할 수 있도록.©(2024.1.29.) 



작가의 이전글 운전만 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