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주관적인 영국 대중교통 이용 후기
기차+지하철+버스+트램+지역 철도 타보니
런던 패딩턴 역에 정차한 기차. 사진=딱정벌레영국에서 장거리 이동할 때는 기차를, 단거리 이동할 때는 지하철과 버스, 트램, 지역 철도를 탔다. 에든버러에서 런던 올 때는 무척 멀고, 비행시간도 빠듯했기 때문에 비행기를 탔지만. 영국은 대중교통이 잘 돼 있어서 어디든 다니기 편리했다. 비 오는 평일에 세븐 시스터즈 가는 길이 멀고 험했지만. 그래도 우버 같은 건 필요하지 않았다. 현지에서도 우버를 이용할 수 있지만. 숙소가 주요 관광지, 도심과 가까웠기 때문에 도보 여행을 많이 했다. 걸어설 갈만한 거리가 아니면 지하철, 버스, 트램, 지역 철도를 타는 식이었다. 오늘은 대중교통 수단별로 이용한 후기와 주관적 감상을 남겨보려 한다.
1.기차
1번 패딩턴 역 풍경, 2번 브릿 래일 패스, 3번 브라이튼에서 런던 빅토리아까지 태워준 기차, 4번 옥스퍼드 역 플랫폼, 5번 옥스퍼드 역사 내부. 사진=딱정벌레 기차를 탈 때는 브릿 래일 패스를 이용했다. 여행 가기 전 미리 끊은 건데 며칠 연속으로 쓸 수 있는지, 1등석 또는 2등석 여부에 따라 패스 종류가 나뉘었다. 여행 4일 차부터 매일 지역을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4일 연속 패스로 끊었다. 좌석 등급은 2등급. 1등급은 음식이 나온다고 하던데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2등석은 나쁘지 않았다. KTX 특실과 일반실 차이랄까. 영국이 아니라 다른 어느 곳에서 철도를 이용해도 기차 안에 깨끗하지만 않은 건 비슷한 듯. 한국 철도 서비스 품질이 비교적 훨씬 좋다.
현지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차 시간을 지정해서 지정된 좌석에 앉지 않아도 됐다. 그냥 패스가 있으면 아무 시간대에 빈자리에 앉으면 됐다. 승무원이 패스를 확인하고 사인해주기는 했다만. 패스는 외국인이 이용할 수 있다고 들어서 현지인은 어떻게 타는지 모르겠다. 자리 비키라는 사람은 없었으니 그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브라이튼에서 런던에 돌아올 때는 퇴근길이라서 차에 사람이 가득 찼지만. 우리는 비수기에 여행을 갔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기차를 탈 때마다 자리에 여유가 있었다. 물론 기차 출발 시간은 정해져 있다. 그러나 기차를 놓쳐도 다음 기차를 타면 돼서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됐다.
패스는 모바일로도 끊을 수 있다. 우리는 종이로 된 패스를 갖고 다녔다. 여기에는 며칠 연속으로 쓰는 건지 적혀 있고, 탑승을 시작한 날과 마지막으로 타는 날 날짜를 기재했다. 여권번호를 쓰고 서명하는 란도 있었고. 'validating stamp'라고 쓰인 공간에 담당자가 도장을 찍어주는 식. 참고로 4일 연속 2등석 패스 가격은 189유로(한화 26만6000원)였다. 4일 동안 타니까 하루에 6만6000원은 되는 셈. 이 가운데 거리가 짧은 곳도 있고(런던-옥스퍼드, 리버풀-맨체스터). 장거리 구간 탄 건 이틀이었으니 흠.
1번 옥스퍼드 역 아마존 라커, 2~4번 리버풀 라임 스트리트 역, 6번 맨체스터 피카딜리 역 식수대 안내. 사진=딱정벌레 런던, 브라이튼, 옥스퍼드, 리버풀, 맨체스터, 에든버러 모두 기차를 이용했다. 런던에서는 빅토리아 역과 패딩턴 역에서 기차를 탔다. 브라이튼과 옥스퍼드가 비교적 작은 도시였던 터라 역도 작았다. 그 외 지역은 모두 대도시이고 역 크기도 어마어마했다. 우리나라 철도에서는 객차 안에서 먹거리를 팔던 이들이 없어졌지만 영국 철도에서는 아직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예전 KTX처럼 커피 등 음료와 샌드위치를 팔았다. 사 먹지는 않았다. 맛있어 보이지 않아서라기보다 조식을 늘 든든히 먹었기 때문에 당기지 않았다.
기억에 남는 기차역 풍경이 있다면- 옥스퍼드 역 근처에 아마존에서 운영하는 사물함이 있었다. '아마존 라커'라는 건데 아마존닷컴에서 주문한 상품을 수령해 갈 수 있는 사물함이었다. 아마존은 사물함으로 흥미로운(?) 배송 실험을 하는 듯했다. 이 사물함에는 깜찍한 구석이 있었다. 바로 사물함에 이름이 있었던 것. 옥스퍼드 역에 있던 사물함 이름은 '오델로'였다. 맨체스터에 가서도 아른대일 쇼핑몰에서 이 사물함을 또 발견했다. 그 사물함 이름은 '야니스'였다. 심지어 주소도 있었다.
리버풀 라임 스트리트 역에는 새로운 소매 점포 입점 공사를 한다고 뭘 둘러쳤는데 색깔이 상큼해서 마음에 들었다. 지금쯤 뭐가 들어와 있을까? 맨체스터 피카딜리 역에는 산업혁명 발상지였던 맨체스터 역사를 기념하듯 노동자들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또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식수대 사용을 권장하는 문구도 눈에 띄였다. 과거 명성에 비하면 지금은 맨체스터가 많이 죽은(?) 느낌도 없잖아 있지만. 그런 역사 때문인지 마음이 갔다. 그걸 기념하는 박물관도 좋았고. 생각보다 도회적 분위기라서 친숙했다. 아쉬운 점은 예쁜 맨체스터 스타벅스 시티 머그를 깨 먹은 거. 기차 밖 풍경은 좋았다.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더 멋졌다.
2.지하철, 버스
1번 런던 교통카드 오이스터 카드, 3번 세인트 존 우드 역 풍경, 4번 승객 유의사항, 5~8번 지하철 광고, 11번 티켓 판매기, 13번 얼스 코트 역. 사진=딱정벌레런던에서는 주로 지하철을 탔다. 각 구역이 지하철로 사통발달 뚫려 있어서 어딜 가든 지하철로 대부분 해결할 수 있었다. 숙소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곳도 많고. 여기서는 충전식 교통카드인 '오이스터 카드'를 주로 썼다. 오이스터 카드는 지하철, 버스, 트램 등에서 사용할 수 있었다. 우리는 히드로 공항에서 지하철 타기 전에 사서 3일 내내 이용했다. 차액은 기계로 환불받을 수도 있었다. 영국 대중교통 이용료가 비싸서 충전을 자주 했던 것 같다.
런던 지하철 풍경은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던 터라 자세히 할 이야기는 없다. 다만 오래돼서 그런지 객차가 좁았다. 양옆에 승객이 앉으면 통로에 사람 하나 겨우 서있을 공간 정도만 남았다. 객차 천장 쪽이 타원형처럼 돼있어서 예뻤다. 특히 퇴근 시간에는 오후 4시에도 늘 사람들로 가득 차 있고. 토요일 오전도 복잡했다. 흥미로웠던 장면이 있다면 피카딜리 역에서 BTS 지민의 생일 축하 광고가 걸려 있었다는 것. 여기도 역무원을 괴롭히는 진상 승객이 있는지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Abusing our staff is unacceptable).
전동차는 그리 커 보이지 않았지만 역 내부는 크고 넓어 보였다. 왜 그렇게 느꼈냐며 광고판이 무척 컸다. 이베이 소속인 티켓 판매 서비스인 스텁허브 광고를 봤는데 거대했다. 뮤지컬의 고장이다 보니 뮤지컬 광고도 엄청 컸다. 그때는 라이온 킹과 알라딘 뮤지컬을 하고 있었다. 여기는 화이트보드에 중요한 공지사항이나 노랫말 퀴즈를 끼적이곤 했다(종이로 프린트해서 공지사항을 붙이기도). 우리가 런던을 떠나던 날에는 얼스코트 역에 서클 라인으로 향하는 지하철을 탈 수 없었다. 여기는 피카딜리 라인과 서클 라인 환승역이었다.
1번 옥스퍼드 2층 버스, 2번 옥스퍼드 역 버스 정류장, 3번 버스 싱글 티켓, 4번 버스 티켓 버리는 곳, 5번 리버풀 버스 정류장, 6번 안필드 버스 안내. 사진=딱정벌레 버스는 어느 지역이든 공통으로 다 이용했다. 오이스터 카드는 런던 교통카드라서 다른 지역에서 이용하지는 못했다. 버스를 자주, 많이 타는 건 아니라서 따로 현지 교통카드나 다른 전용 결제수단을 이용하지 않고 그냥 한번 타는 싱글 티켓을 따로 샀다. 앞서 이야기했듯 영국 대중교통 요금은 비쌌다. 옥스퍼드에서 숙소로 향하는 싱글 티켓을 샀는데 2.3파운드(한화 3500원). 티켓은 기사에게서 바로 살 수 있었다. 버스 안에는 사용 티켓을 버릴 수 있는 전용 휴지통(?)도 있었다.
영국은 2층 버스가 유명하지만 1층 버스도 있긴 있었다. 승객 입장에서는 2층보다 1층에 타는 게 가장 편하다. 2층에 타면 바깥 풍경을 잘 구경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하차하러 내려가기가 살짝 귀찮기도. 버스 청결도는 지역마다 달랐다. 개인적으로 리버풀 버스 내부가 지저분했다. 마시고 버린 음료가 굴러다니고. 그런 버스는 그리 오래 타고 싶지는 않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폐막식에서 2012 런던 올림픽 홍보 공연할 때, 지미 페이지가 기타를 연주하면서 2층 버스를 비롯한 여러 런던 상징물이 나왔다만. 2층 버스는 이제 런던 아니라도 탈 수 있으니.
3.트램, 지역 철도
1번 맨체스터 트램, 2번 트램 티켓 리더기, 3번 트램 싱글 티켓, 4번 트램 정류장, 5번 리버풀 지역 철도 플랫폼, 6번 지역 철도 지도, 8번 지역 철도 차. 사진=딱정벌레 트램은 예쁘다. 기차, 지역 철도와는 또 다른 멋이 있다. 운치 있어 보이고 낭만적(?) 느낌도 든다. 그러나 이게 도시 교통을 얼마나 효율화해주는지 잘 모르겠다. 우리나라 지역자치단체 가운데에서도 트램을 도입하려는 곳이 있긴 한데 그게 꼭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통근 열차 같은 수단. 아무튼 트램은 맨체스터와 에든버러에서 이용했다. 자주, 많이 타지는 않았다. 기차역에서 숙소로 이동하거나 숙소에서 먼 관광지에서 숙소 근처로 이동할 때 탔다. 맛보기 수준.
맨체스터에서는 트램이 지역 상징과도 같았다. 스타벅스 시티 머그에도 트램이 그려져 있기도 하고. 맨체스터 피카딜리역에서 나와서 숙소까지 걸어가는데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트램이었다. 색도 예뻤다. 하얗고 노랗고. 주변에서 트램 정거장도 흔히 볼 수 있었다. 차가 지나는 도로와 같은 공간을 공유해선지 트램이 무척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 맨체스터에선 미디어시티 UK라는(우리나라로 치면 상암 디지털 미디어 단지) 곳에서 트램을 탔다. 트램에 타기 전 리더기에 카드나 승차권을 인식하는데 비자카드나 마스터카드, 마에스트로 카드로도 이용할 수 있었다. 내릴 때도 여기에 카드를 읽히고. 성인 싱글 티켓 가격은 2.8파운드(한화 4300원).
런던 아닌 다른 지역에도 지하철과 비슷한 철도가 있긴 했다. 지하로 다니는 구간도 있지만 모든 선로를 다 지하로 다니는 건 아니라서 지하철이라고 부르긴 그렇고. 지역 철도라고 부르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다른 분의 글에도 그렇게 언급하는 곳도 있고. 리버풀에서는 숙소에서 라임 스트리트 기차역으로 이동할 때 지역 철도를 탔다.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아서 금방 내렸지만. 월요일이었는데 출근 시간보다 늦게 타서 그런지 몰라도 붐비지 않았다. 직원도 친절해서 방향을 물었을 뿐인데 엘리베이터까지 우리를 안내해주고 버튼도 대신 눌러줬다. 영국에선 이런 친절을 받는 일이 잦았다. 물론 그들도 서비스하는 사람이라서 그렇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