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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F 전자책 크라우드 펀딩 미래는 어떻게 될까

나도 잘 모르지만 의식의 흐름대로 써보자

by 딱정벌레
사진=픽사베이

한때 에스프레소 북 머신이 주목받은 적 있다. 수분 안에 책을 인쇄, 제본할 수 있는 기계. 2000년대 초에 등장한 걸로 아는데 제록스에서 기계가 나왔다. 상용화 수준은 잘 모르겠지만. 요즘은 자가 출판하는 일반인도 제법 있다. 스타트업 가운데에서도 자가 출판을 도와주는 서비스가 있고. 에스프레소 북 이나 부크크 같은 곳이 그렇다. 아마존도. 텀블벅에도 크라우드 펀딩 받아서 책을 내는 사람도 제법 있으니. 나도 취지가 좋고, 내실 있는 내용이 담긴 책 펀딩에는 참여해서 책을 받았다. 책이 무척 잘 나왔다. 스티커도 예쁘고.

이밖에 책을 장별로 분권 해서 인터넷에서 유료로 내려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한때 있었다. 알라딘의 싱글즈가 그 예다. 웹툰, 웹소설의 '오늘만 무료' 또는 회차별 유료 서비스가 이와 비슷하다고. 저자에게는 피 같은 책이고 송구하지만 독자에겐 모든 내용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나도 책을 완독 할 때도 있지만 발췌독하는 경우도 많다. 필요한 챕터만 찾아 읽고 내용을 따로 정리해서 활용하는 식. 여유 있을 때 완독 하면 좋지만 바쁠 때는 발췌독이 최선일 때가 있다. 내 글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라는 생각이 드니 씁쓸하긴 하지만.

분권 마케팅이 요즘도 이어지는지 잘 모르겠다. 출판 시장을 잘 알지도 못하고, 꾸준히 지켜보지도 않아서. 다만 PDF 전자책 유료 판매가 최근 주목받는 걸 보면서 과거 에스프레소 북 머신과 분권 마케팅이 떠올랐다. 요즘은 인생 2 모작 또는 부업을 찾으려는 사람이 많다 보니 PDF 전자책이 관심받는 듯하다. 크몽, 탈잉에서 거래되는데. 저자가 유튜브를 꼭 해야 하는 것도 아니라서 클래스 101 같은 데서 강의하는 것보다 덜 부담될 수 있고. 글쓰기 욕구가 있는 사람도 많다 보니 자기 노하우로 텍스트 콘텐츠를 만들고, 수익화도 노리는 듯하다.

사진=픽사베이

PDF 전자책 분량은 책처럼 몇백 쪽 되는 게 아니라 몇십 장 정도라서 부담이 덜한 것도 있는 듯하다. 내 생각에 길게 쓰는 거나 짧게 쓰는 거 둘 다 어렵다. 핵심만 담고 추릴 때 글의 유기적 흐름을 헤쳐선 안 된다. 구조를 드러내는 글을 쓰려면 짧은 글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구조를 논증해야 하니까. 그렇다고 내용이 모자라서 덧붙일 때는 글이 늘어지는 걸 우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힘든 건 퇴고할 때. 글이 길면 퇴고도 길어질 수 있고. 나도 읽다가 흐름을 놓칠 때가 있다. 저자도 마찬가지겠지.

그건 그렇고. 내가 여기서 주목하는 건 PDF 전자책을 크라우드 펀딩으로 만드는 거다. 앞서 언급했듯 종이책을 크라우드 펀딩으로 만드는 건 이미 있었다. 물론 텀블벅에는 온라인 게임을 크라우드 펀딩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더라만. PDF 전자책도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하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탈잉에서도 하고 있었지만 지난달이었나 와디즈에서도 여기에 힘 싣는 느낌적 느낌이다. 마케팅이나 관련 콘텐츠가 여럿 엿보인다. 김미경 강사 유튜브에서는 이 분야 전문가를 모시고 인터뷰도 하고.

'이게 붐이 일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 데에는 퍼블리 영향도 있었다. 퍼블리는 원래 크라우드 펀딩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모델로 시작했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구독 모델에 집중키로 하면서 크라우드 펀딩은 한동안 하지 않았고 조직 운영도 구독 모델에 맞췄다고 들었는데. 최근 대표가 크라우드 펀딩 모델을 다시 운영한다고 SNS에서 밝혔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거기도 PDF 전자책 크라우드 펀딩 열풍을 주목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들었다. PDF 전자책도 결국 지식 콘텐츠이니까. 그것과 맞물려서 이 시장을 보니 흥미롭다.

출처=와디즈

이 분야가 궁금해서 탈잉에 올라온 PDF 전자책 페이지를 봤다. 선데이눈카우치, 고귀현 씨의 '4억 펀딩 노하우, 성공하는 크라우드 펀딩 법칙'을 담은 PDF 가이드북'이라고. 온라인 강의를 하지 않고 PDF 파일이 강의이자 콘텐츠다. 신청하면 튜터가 카카오톡이나 이메일로 자료를 전달해준다. 총 23쪽이고, 목차를 보니 자세하긴 하다. 23쪽인데 가격은 2만원. 일반 단행본 가격과 비슷하다. 탈잉은 여기서 수수료를 얼마나 취하는 걸까. EBS 강의 안 듣고 문제집만 푸는 느낌이랄까. 그것보다 더 자세할 수는 있겠다만.

와디즈의 PDF 전자책 펀딩은 그들 말로는 반응이 뜨겁다고 홈페이지에서 밝히고 있다. 난 우려되는 게 정식 출판과는 달라서 콘텐츠 완성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와디즈에서는 리워드 준비 상황과 전달 계획, 초고 파일, 저자 경력이나 이력, 도서 정가와 할인율을 준비하라고 한다. 수수료가 10%인데 3%를 적용하고 있다고. 인쇄나 사업자 등록증 없이 할 수 있고, 전자책 전문 프라이빗 강의와 컨설팅을 제공한다는데- 반응이 좋다면 이것 때문인가 싶다. 김미경 강사 유튜브에 출연한 유성우 작가가 교육도 해준다고.

단행본 중심으로 책을 생각해온 나라서 PDF를 전자책이라고 부르는 게 아직 신기하긴 하다. 못 부를 이유는 없지만. 책의 장에 해당하는 분량이라. 북저널리즘에서 내는 단행본도 얇은 편이지만 20여 쪽보다는 많다. 그것도 1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는데. 10쪽이면 내가 기고하는 글 분량이 10쪽 내외다. 6~7쪽으로 시작했는데 최근에 분량이 길어진. 두 번째 직장에서 쓴 기사도 줄글로 편집하고 보니 7쪽 내외였다. 분량 길다는 지적을 가끔 들어서 줄이고 싶었고 줄인 게 그거지만(그는 1500자 넘기지 말라고 내게 말했지만 현실은). 어쨌든 이 시장을 보니 책 개념도 바뀐다 싶다.

사진=픽사베이

콘텐츠 수익화에 관심 있는 이들에겐 잘 개척하면 좋은 수단은 될 것 같다. 이 시장도 벌써 포화되기 시작하는 느낌도 들어서 알짜 수익은 복불복일 수 있을 듯도 하다. 그래도 경험이란 돈 주고 살 수 없는 거고, 누구나 각자 삶의 터전에서 이런저런 경험을 쌓고 안목도 키워가며 이를 나누면 필요한 사람은 도움받을 수 있다. 누구나 콘텐츠를 만드는 시대에 이런 게 새삼스럽지는 않다. 경험 데이터를 쌓으면 누군가는 그걸 디딤돌로 삼아 더 성장할 수 있으니. 유료화가 아직 무르익지 않은 숏폼 텍스트 콘텐츠 시장이 성숙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우려되는 점은 있다.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검수하겠지만 완성도나 저작권 준수 여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콘텐츠를 검수하는 걸까. 그렇다고 플랫폼만 믿을 수 없고 저자가 편집자 역량도 갖추지 않으면 수정이 미흡할 수도 있을 듯하다. 리포트 거래 사이트를 보면 완성도가 그저 그런 리포트도 거래되곤 한다. 대학시절 내가 쓴 리포트가 나도 모르게 이런 사이트에서 1000원에 팔리는 걸 봤다. 내 이름은 뺐더라만 저자니까 그게 내 리포트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목차도 있고. 근데 좋은 리포트는 아니라서 그냥 있었다. 문득 출판업계 종사자가 이런 걸 어떻게 바라볼까 궁금하다.

또 드는 생각은- 스토리 펀딩, 뉴스 펀딩 행보와 차별화될 수 있을까라는 점이다. 콘텐츠 크라우드 펀딩에서 한때 업계에서 화제가 된 사례가 바로 다음 뉴스 펀딩, 스토리 펀딩이었다. 뉴스 펀딩이 스토리 펀딩이 됐는데- 결은 다르지만 언론계에서도 펀딩 받아서 취재하고 기사 쓴 사례가 있었다. 더 좋은 기사가 나올 수 있는 계기로도 주목받았지만 우려도 있었다. 결국 펀딩에 참여한 사람들의 영향을 받을 수 있고, 뉴스 객관성과 독립성이 침해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 스토리 펀딩을 종료한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서비스에 따른 카카오 수익 구조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사진=픽사베이

지식 콘텐츠나 문학 콘텐츠는 모르겠지만 크라우드 펀딩이 저널리즘에 바람직한지는 나도 확신이 안 선다. 독자가 원하는 뉴스와 독자에게 필요한 뉴스가 꼭 일치하는 건 아니니까. '자유는 듣고 싶지 않은 걸 말할 권리'라는 조지 오웰 어록을 생각해봐도 그렇고. 언론인과 크리에이터 업무가 겹칠지는 몰라도 둘의 관계가 동의어는 아니다. 기자는 공인이고, 사회에서 추구하고 기여해야 할 바람직한 역할이 있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 출판의 자유를 누리는 대가로 정보 접근성을 보장받는다.

기자가 욕먹는 게 국민 스포츠인 요즘 시대에(물론 언론이, 기자가 잘못한 게 많다는 것도 인정한다) 같지도 않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기자가 (공개 석상에서든) 질문하는 건 국민을 대신해서 하는 거라고 배웠다. 업의 특수성을 이유로 여전히 많은 권한과 혜택, 자유를 보장받는 일이다. 그래서 언론인을 크리에이터와 동의어로 보는 건 기자 역할을 좁게 보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다시 돌아가면- 돈 주는 사람이 원하는 콘텐츠 만드는 게 광고주 눈치 보고 기사 쓰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단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어쨌든 몇 년 전에 열풍이 불었던 뉴스 펀딩이 잠잠해진 건 이유가 있고. 좋은 뉴스가 나오는 데 지속 가능하게 좋은 영향을 줄지도 잘 모르겠지만(쌀로 밥 짓는 소리로 느껴져도 직업윤리를 늘 기억하고, 그걸 지키기 위해 노력하며, 노력하지 않으면 업계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게 공유되면 의식적으로라도 좋은 뉴스를 만드는 데 도움되지 않을까). 광범위한 디지털 지식 콘텐츠 크라우드 펀딩은 뉴스 펀딩보다 콘텐츠 제작과정에서 윤리적(?) 우려가 덜할 수도 있고, 종류도 다양하니 길게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뜨는 거면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해보고 아니면 빨리 접는 것도 방법이니. 그게 테스트 앤 런(test and learn) 전략인가.


출처=MKTV 김미경TV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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