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과 소중한 것 차이

'수단과 목적' 차이랄까

by 딱정벌레
사진=tvN

최근 드라마 '악의 꽃'이 종영했다. 배우 문채원과 이준기가 부부로 나온 드라마인데. 드라마를 챙겨보지는 않았지만 기사는 가끔씩 봤다. 문채원을 좋아하기도 하고(예쁘다), 오랜만에 그가 출연하는 작품이라서 관심이 갔다. 설정도 흥미로웠다. 남편이 살인 용의자이고, 아내는 형사. 14년 차 부부인데 남편이 다른 사람 이름으로 살고 있어서 아내는 여태 몰랐고. 말이 되는 설정은 아닌 듯했지만. 문채원은 이런 설정이 잘 어울린다. 개인적으로 그가 나온 작품 중 '착한 남자'를 좋아한다. 악의 꽃과 착한 남자 분위기가 비슷했다.

악의 꽃을 챙겨보지 않으면서도 관심 가진 데에는 '대사' 영향도 있다. 장희진이 이준기 누나로 나오는데- 그가 이준기에게 '중요한 것과 소중한 것 차이'를 설명한 대사가 있었다. 이준기는 아내를 속이고, 그를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자기 최면을 거는 듯했지만. 그렇지만 않았다. 무의식 중에 그가 실은 아내를 아끼고 있음을 드러낸 장면이 있다. 거기서 장희진이 이준기에게 "현수 너한테 아주 소중한 사람이구나. 지원 씨가" 이렇게 말했다. 이준기는 "아주 중요해"라고 답했다. 그때 장희진이 중요한 것과 소중한 것 차이를 설명했다.

아니야. 소중한 사람이야. 중요한 건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건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었구나 깨닫게 되고 소중한 건 지나고 나면 많이 아프더라
사진=픽사베이

이 대사는 내 마음에 오래 머물렀다. 오래 두고 그 차이를 생각해보고 싶었다. 여기서는 중요한 것과 소중한 것 차이를 시간이 흐르고 난 뒤 깨달음을 기준으로 구분하는데. 난 어떻게 생각하지? 다른 사람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평소 이 표현을 사용할까? 그런 생각을 했다. 사전도 찾아봤다. 네이버 국어사전에서는 중요하다는 '귀중하고 요긴하다', 소중하다는 '매우 귀중하다'라고 풀이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이 차이를 묻는 한 사용자 질문에 '소중하다가 중요하다보다 상위 개념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용례를 살펴보면 소중하다는 주로 사람 또는 사람과 관련될 때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판단됩니다'라고 답했다.

인터넷에서 더 검색해보니 나처럼 이 차이가 궁금한 사람이 많은 듯했다. 이런 류의 글이 생각보다 많다. 그중 한 인상 깊은 책을 접했다. '마음사전'이라는 책인데, 이를 요약한 기사가 있었다. 이 책 저자는 “소중한 존재는 그 자체가 궁극이지만, 중요한 존재는 궁극에 도달하기 위한 방편이다"라고 두 단어 차이를 풀이했다. 대체로 비슷하게 받아들이는 듯하다. 어디서는 중요하다가 수단에 가깝다면 소중하다는 목적에 가깝다고 보기도 하고. 굳이 나눈다면 중요하다는 기능, 방편, 용도 쪽에, 소중하다는 목적, 궁극, 가치 쪽이랄까.

난 '소중하다'라는 단어에 민감하다. 사실 이 말을 좋아한다. 안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 거다. 소중하다는 의미 자체가 소중해서 그 말을 좋아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그걸 말하는 것도 좋아하고, 누군가 내게 그렇게 말해주는 것도 좋아한다. 그건 귀하고, 좋아할 수밖에 없는 말이라 더 그렇다. 가치를 인정받는 느낌도 들고? 중요하다고 하면 내가 기능적 존재가 된 기분이다. 어떤 쓸모 때문에 중요한 거. 실용 측면에서? 그러나 소중하다고 하면 그 이상 의미를 부여받는 듯하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 역시 내가 의미이길 바라기 때문에.

사진=픽사베이

드라마가 끝을 향해 흐를수록 이준기가 아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와 닿았다. 그 마음은 짠하고 뭉클하기도 했다. 남편이 "난 사랑 같은 거 모른다, 그런 거 해본 적 없다" 이런 말하는 걸 구석에서 숨어서 듣는 아내 마음은 얼마나 찢어졌을까. 근데 그게 사실이 아니라서. 그냥 그 사람이 그걸 깨닫지 못해서 그런 말을 한 거고. 나중에는 진심을 표현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챙겨보지도 않는 드라마이고, 기사로만 내용과 대사를 접할 뿐이지만. 그러고 보니 정말 착한 남자에 나온 마루와 비슷한 듯하네.

어떤 소중한 마음이 있다. 그 마음은 너무 좋은 마음이라서 잊고 싶지 않다. 오래 담아두고 싶다. 그런 마음이 드는 순간은 자주 오지 않는다. 그 마음이 드는 순간은 너무 귀하다. 혹시 마음이 휘발될까 봐 조심스럽다. 천재일우 같은 마음이라서 잃고 나면 다시는 그 마음을 못 느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마음을 잘 보존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 마음은 가끔 잊는 게 좋다. 너무 소중해서 애지중지하다가 제풀에 지칠 때가 있다. 날 살게 했던 마음이 날 갉아먹기도 한다. 그때 마음을 덜어내고 싶기도 하다. 뜻대로 잘 되지 않는 일이다.

상책은 마음을 가끔 잊는 것. 다른 데 몰두하며 내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 것. 그렇다고 마음이 사라지는 건 아니고 잠깐 잊는 것. 어쩌다 생각날 때 그 마음을 가끔 꺼내보는 것. 지속 가능하게 그 마음과 더불어 살면서 지치지 않는 것. 심야 라디오를 듣는데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는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마음을 내내 상기하지 말고, 가끔 기억하자고. 그것도 솔직히 웃기다. 적당히 더부살이할 수 있는 마음은 내게 그 전만큼 소중하지 않다는 의미 같다.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니 편지 쓰러 가고 싶어졌다. 가끔 감동을 받는다. 그건 나만을 위한 게 아니다. 범용이다. 나중에 깨달을 때 마음이 조금 헛헛해진다. 내가 욕심이 너무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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