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UX가 던진 생각
구글 디자이너 강연에서 배운 것
사진=픽사베이지난 금요일 양재 AI 허브에서 UX를 주제로 구글 디자이너 두 분 강연을 들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조정됐기 때문인지 그날따라 사람이 많았다. 금요일 오후였지만 불금에 강연을 들으러 양재까지 몰려온 사람들이라니. 다 디자이너인가 싶기도 하고, 보니까 디자이너 한분은 단체 대화방 모임도 있으신 듯했다. UX 특성상 사람들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을 듯도 하고. 마련된 자리는 다 차서 옆쪽 구석에 앉아서 강연을 들었다. 물론 내용은 쉽지 않았다. 그나마 조금 알아들을 수 있는 내용은 김정은 디자인 매니저님 발표였다.
이날 강연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은- 디자인을 향한 구글 관심, IT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에서 구글이 서비스를 고민하는 지점이었다. 우리나라는 IT 강국이고, 웬만한 사람은 거의 다 모바일 기기를 하나씩 갖고 있다. 매니저님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를 놓고 보면 가구당 모바일 기기를 하나 갖고 있는 곳도 아직 있다는 점. 인터넷 사용자는 늘고 있지만 구글 사용자는 그만큼 늘지 않기 때문에 '왜 우리 서비스를 안 쓰지'이런 고민을 했다고. 그 과정에서 문화적 이해가 다르다는 걸 알았다고.
다른 나라에는 인터넷을 처음 쓰는 이도 있다고 한다. 인터넷 사용 매뉴얼이 나오지 않은 경우도 있고. 성장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디지털 기기를 사용했다면 이게 신기할 것도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는 디지털 기기를 자신감을 갖고 쓰기 어렵다고 한다. 구글 검색 화면을 보면 흰 화면에 박스 하나 나오는데 '이게 어쩌라는 거야' 싶기도 하고. 그게 뭔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고. 크롬에서 검색창에 주소 아무거나 치면 알아서 결과를 보여주지만 이 콘셉트를 이해하고 쓰는 것도 어려운 이도 있고.
사진=픽사베이인도에는 교육받지 못한 여성이 많다고 한다. "인터넷은 교육받은 사람을 위한 거"라는 말은 폐부를 찔렀다. '인터넷이 날 위한 게 아니'라며 무서워하는 경우도 있고. 인터넷을 사용하면 이익이 있어도 못 쓰는 이도 많다고. 처음으로 인터넷을 쓰는 이가 많은데 그런 이들에게 어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지를 고민한다고. 그래도 인터넷 인구는 늘고 있고, 우리처럼 디지털 기기를 쓰는 이에게 기회가 될 수 있는데. 이 기회를 어떻게 잡을지, 이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가져갈지도 문제라고.
다른 나라 디지털 기기 사용자를 보면 기기가 노화한 것도 많다고 했다. 로우 엔드 기기이고, 저장용량에도 문제가 있다고. 3명 중 1명이 매일 저장용량 문제가 있을 정도라고. 그래서 다들 휴대전화로 사진을 못 찍고 지운다고도 했다. 14세 뭄바이 소년은 6마일을 걸어서 집까지 갔는데 우버 앱을 내려받으려면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을 다 지워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 많은 이들에게 사진이 소중하다 보니. 마음이 아팠다. 휴대전화 저장용량이 부족해서 승차 공유 앱을 내려받지 못하고 소년이 6마일을 걸어서 집에 갔다는 게.
카메라 야간 모드는 프리미엄 폰에서 가능하고. 디지털 기기나 클라우드 서비스는 모든 이가 쉽게 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여기서 구글 고민은 '어떻게 하면 그들이 우리 상품을 사용할 수 있고, 그들이 쓰기에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것.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해 물건을 어떻게 만드냐'가 기본적으로 가장 큰 문제라고. 다른 나라 사람을 위해 일할 때 힘든 게 디자이너는 결정 내리기가 어렵다는 거라고. 데이터를 많이 보지만 만드는 사람을 우리가 결정하려면 평소 사용자 감을 키워야 한다고.
사진=픽사베이이날 인상 깊었던 멘트가 있는데 'Doing is the best way of thinking'이라는 말이었다. 난 요즘 자주 되새기고 있다. 구글 글라스 시제품 만들던 이야기를 해줬는데 이걸 45분 만에 만들었다고 한다. 회의를 잔뜩 하면 랭킹이 높은 사람, 똑똑한 사람처럼 말한 사람을 따라가게 된다고. 구글 글라스 색을 정할 때도 디자이너가 우선 시제품을 만들자고 제안해서 그게 결정에 영향을 줬고. 말만 많이 하기보다 테스트를 빨리 하는 게 낫다는 의미로 이해했다. 학습 시간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도 기억에 남았다. 내게 정말 필요한 이야기.
UX 역할 정의도 배울 게 많았다. '기술을 쉽게 쓰게 만드는 게' UX 역할이라고. UX 핵심은 사람이 원하는 제품을 비즈니스 말이 되는 말로 구현하는 거라고. 또 구글은 탑다운으로 운영하는 게 안 된다고. 구글은 누구나 쓰는 거 만들자는 입장이고. 애플 이야기도 나왔는데 난 재미있었지만 다른 회사 이야기니 여기서 언급하기는 그럴듯하다. 구글과 비교해서 이야기하셨는데 난 잘 모르지만 어떤 내용은 공감이 갔다. 내부인은 아니라서 내 인식에 한계가 있지만.
8문단에 걸쳐서 남이 한 이야기를 썼는데- 정돈된 문장으로 기억하고 싶어서 썼다. 이날 강연은 좋았다. 배운 점도 많고. 눈을 열어주는 경험이 좋으니까. UX를 고민할 일이 별로 없었는데 바람직하지 않다. 콘텐츠 만드는 사람은 이를 효과적으로 잘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니까. 난 분량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데. 내가 쓴 글이 도움되는 글은 아닐 수 있지만. 누구에게 도움되려고 쓴 거면 해당 주제를 잘 모르거나, 그걸 꼭 알아야 하거나, 인터넷을 이용하기 어렵거나, 앞이 잘 안 보이는 이에게도 잘 전달되는지 생각해야 하지 않나 싶었다.
사진=픽사베이요즘 리드 헤이스팅스의 화제 도서 '규칙 없음'을 읽고 있는데 거기도 인터넷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 이야기가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비디오 저장 기능을 제공할지 말지를 두고 사내에서 고민한 내용인데. 통신 연결이 원활하지 않은 곳은 비디오를 내려받아서 보는 게 더 나을 수 있고. 발표를 들으니 그 내용과 연결돼서 생각이 났다. 작년 구글 I/O 발표도 떠올랐는데- 그때 화두가 '모두를 위한 AI'였다. 라이브 트랜스크라이브 등 장애인을 위한 기술을 다수 소개했고. 구글 저가 휴대전화도 그런 취지로 읽히고.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디자인이든- 자사 모든 상품으로 기술 사각지대를 포괄하려는 구글 의지가 읽혔다. 이게 봉사 정신으로만 하는 건 아닐 수 있다. 그런 취지도 있겠지만. 기술 봉사를 한다면 큰 기업일수록 그걸 지원하기에 더 유리한 위치에 있고. 제프 베조스가 블루 오리진으로 우주를 향한 길을 내려고 하듯. 위성 사업을 하는 것도 그렇고. 또 사각지대를 포괄하면 그 지대에 있는 사람이 고객으로 연결될 수 있으니.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생태계를 넓혀 영향력을 키우고 먼 미래에는 수익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 한 가지 의도만 있지 않고, 다양한 목적이 있다. 그걸 포괄하는 큰 지향점이 있고. 그 지향점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목적이 있는 듯하다. 모두를 위한 000도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사회에서 큰 유익을 거뒀다면 그걸 사회에 환원하는 것도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책무이기에- 인도인이 CEO라면 자기 나라 디지털 접근성 문제를 더 잘 알 테고. 그게 자기 나라만의 문제도 아닐 테니. 혼자서만 그 고민하는 건 아니겠지만 이렇게 문제를 풀어가는 건 손뼉 칠 일이라고 생각했다. 한동안 브런치를 안 썼더니 표현력이 후달린다.
사진=픽사베이자기가 생존하기도 급급하면 이런 고민은 하기가 어려워서. 그들이 부럽다는 생각도 들고. 이날 강연에서도 깨달은 건 '우리가 얼마나 IT 수혜를 얼마나 크게 누리고 살고 있는지' 실감했다는 거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난 유익을 많이 봤다. 초등학교 때 컴퓨터를 이용하면서 자랐고, PC 통신으로 인터넷을 조금 일찍 경험할 수 있었다. 내가 한 건 팬클럽, 동호회 활동 정도이지만- 인터넷 장점은 내가 발 딛고 사는 터전을 넘어 다른 세상이 온라인으로 생각보다 가까이 있음을 경험하고, 거기서도 배울 게 많다는 거?
전화 모뎀을 쓰지 않아도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고, 어디서나 데이터 통신, 와이파이를 이용하며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고, 화상 미팅도 하고, 글도 읽고, 가상현실로 미술관 전시까지 볼 수 있으니. 인프라 제약은 별로 없는 세상에 살고 있고, 그걸 이용하는 게 당연하다고까지 느끼고 있다. 환경 영향이 큰 것 같다. 그걸 사용할 줄 알고, 두려워하지 않고, 그걸 누리는 걸 자연스럽게 여기는 거. 그게 천부인권이나 자연권 같은 건 아니구나. 문턱이 높은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내 환경을 감사히 여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게 고마운 일에만 그치지 않으려면- 그 인프라를 활용해서 세상에 도움되는 일을 하는 것이겠지. 현재는 글을 쓰고 있지만 유익하고 올바른 관점을 가진 콘텐츠를 누구나 보기 쉽게 만드는 것? TMI는 적당히 해서 정보 공해를 일으키지 않을 수도 있겠고. 내가 뭘 할 수 있는지도 늘 생각하며 살아야겠다. 코로나 19 대유행을 경험하면서 내 환경을 돌아보고 감사 제목을 여러 가지 발견한다. 혹시 남의 불행을 잣대로 내 감사 제목을 발견한다면- 그것도 미안한 일이다. 환경에 문제의식은 잃지 않으면서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되는 것. 그런 역할은 하며 살 수 있지 않을까. 그 역할이 뭔지는 더 생각해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