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Invent and Wander'라는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은 아마존 연례 주주서한과 제프 베조스 인터뷰, 연설 등 어록을 한데 모은 책이다. 킨들에서 사서 읽고 있다. 가격은 우리 돈으로 1만원 조금 넘는다. 11월 17일에 나온 신간이다. 킨들 스토어 커머스 분야 1위를 달리고 있다. 난 베조스 인터뷰, 연설부터 먼저 읽고 있다. 일부 내용은 인터넷을 뒤지면 나오는 내용이라서 가격이 비싸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그걸 모아 편집하는 것도 누군가의 수고가 필요하니. 베조스 말과 글에서 그의 생각을 읽고 싶은 이에게는 유용할 듯하다.
베조스 인터뷰와 연설을 다룬 파트 2에서는 그의 성장과정, 대학시절 에피소드, 창업 배경, 아마존 프라임과 아마존웹서비스(AWS), 알렉사 등이 나온 배경, 부 창출과 채용, 일과 삶의 조화, 경쟁, 결정 등에 대한 생각, 워싱턴 포스트와 홀푸즈마켓 인수 이야기 등을 담았다. 말 그대로 일과 삶에 대한 그의 생각을 골고루 다뤄서 좀 더 흥미롭고 영감을 주는 내용도 많다. 직장 상사로 베조스를 만나면 힘들고 이도 갈릴 것이다. 그래도 그 철학에 주워섬길만한 내용도 있기에 지구 반대편에서 책으로 그 생각을 접하는 게 안전하고 효율적인 듯.
난 베조스를 좋아하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는다. 다만 과거에 기사를 작성하면서 그의 연설을 보고 듣고, 아마존과 블루 오리진을 다룬 여러 자료를 찾아보면서 관심이 생겼다. 지난해 블루 오리진 달 탐사선 발표는 내게 용기를 줬다. 여러 기술기업 가운데에서 내가 가장 많이 조사한 기업은 아마존일 듯하다. 기술, 콘텐츠 사업, 부동산 사업, 우주 사업 등. 언제나 주목받는, 뜨거운 감자 같은 기업이라서 그럴 수도 있고. 다른 기술기업보다 더 소비자 접점에 있고, 그들 일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을 하니까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다.
난 베조스나 아마존처럼 원대한 꿈을 갖고 있지 않다. 많은 사람에게 큰 영향을 주는 일을 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세상을 바꾼다? 그런 욕심도 없다. 내가 선호하는 쪽이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에서 썼듯 "자기 자신이 되는 것", "그 누구에게도 영향을 미치려 하지 말라"는 데 가깝다. 세상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거나 발전하는 데 도움되면 좋겠지. 그게 꼭 거창한 일을 해야만 가능한 건 아닌 듯하다. 요즘은 코로나 19에 안 걸리는 게 가장 큰 도움이 될 듯. 베조스 아이디어가 내게 어울리지 않을 수 있지만 소시민도 참고할 점은 있다.
1.나는 내 선택의 결과물
사진=킨들
비슷한 말이 많다. 출처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내 선택의 누적분'이라는 말. '인간은 자신이 해석한 만큼의 삶을 산다'라는 말도 있다. 그렇다. 사람은 경험한 만큼 이해하는 법이다. 그 경험은 주어지거나 불가피하게 겪은 것도 있겠지만 내 선택이 다수일 것이다. 그러니 현재의 나는 내 선택의 결과물이자 누적분이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 위 내용은 베조스가 2010년 프린스턴대 졸업식에서 한 연설 내용이다. 워낙 유명해서 유튜브에도 영상이 있고 한글 자막도 있다. 프린스턴대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고. 이 내용을 아는 이도 많을 듯.
난 이 책에서 전문을 처음 접했다. 베조스는 어린 시절 조부모님과 차를 타고 가면서 할머니가 담배를 피우는 냄새가 싫어서 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담배 피울 때마다 삶이 몇 분씩 줄어든다고 치고 이를 총 합치면 할머니 수명은 몇 년 치 줄었다' 이런 건데- 어릴 때 일화이긴 하지만 살벌한 전망이긴 하다. 할머니는 그 말을 듣고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베조스 할아버지 대응이 인상 깊다. 아이를 혼내기보다 "똑똑한 것보다 친절한 게 더 힘들다는 걸 언젠가 이해하게 될 거다"라고 말했다고.
베조스는 "똑똑한 건 (주어진) 재능이고 친절한 건 선택"이라고 말한다. 졸업식 연설의 큰 주제도 재능과 선택의 차이점이라고. 그의 말대로 선택은 힘들 수 있다. 용기가 필요하고, 이건 편하게 주어지는 게 아니니까. 마음을 담대히 먹어야 한다. 재능도 만만치는 않다. 부주의하거나 게으르면 좀먹을 수 있으니까. 그건 그렇고 이 연설에서 인상 깊었던 건 베조스가 던진 몇 가지 질문이었다. "재능을 어떻게 사용할 거냐? 어떤 선택을 할 거냐? 도그마를 따를 거냐? 오리지널이 될 거냐? 쉬운 삶을 선택할 거냐? 봉사와 모험이 있는 삶을 선택할 거냐? 남의 비용으로 똑똑해질 거냐? 아님 친절해질 거냐?" 등.
그의 말처럼 먼 훗날 인생을 돌아봤을 때 살면서 내가 해온 선택이 내 삶의 중요한 서사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 선택"이라는 게 그의 해석이고. "위대한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라"는 제언이 마음에 와 닿았다. 이건 어떤 단계에 있든지 삶의 궤도를 재설정해야 하는 사람에게도 유용한 조언인 듯하다. 특히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더더욱. 꼭 연말에 내년을 준비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많은 기업이 내년 예산 계획을 4분기 들어가기 전에 짜고 비용을 신청하는 것처럼.
2.3년을 앞서가는 삶
사진=킨들
앞 이야기 연장선상에 있을 수 있는데- 아마존은 온라인 서점과 전자책 단말기, 스마트 스피커 등을 개발하는 데 있어 경쟁사보다 늘 몇 년씩 앞서 갔다. AWS 설립도 앞서간 행보. 반스 앤 노블도, 구글도 이 분야에서는 뒷북을 쳤다. 물론 스마트 스피커는 그렇다 쳐도 AI 본좌는 구글일 듯. 딥러닝과 관련된 굵직한 결과물도, 자율주행차도 다 이 회사가 해 먹는 모습이랄까. 아무래도 연구, 개발 환경이 유리할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 어쨌든 베조스는 아마존이 몇 년씩 미리 내다보고 일찍 시장을 개척한 의미를 내세우는 발언을 했다.
콘퍼런스 콜에서 좋은 실적을 발표했을 때 누가 "이번 분기에 잘했네요, 축하해요" 이런 인사를 해도 그는 해당 분기보다는 몇 년 뒤 상황을 생각한다는 것. 이번 분기 일은 이미 3년 전에 생각했던 일이고. 그는 "2~3년 일을 미리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사실 말처럼 간단한 일은 아니다. 당장 내가 내일 살아있을지도 알 수 없고. 특히 코로나 19 대유행 같은 상황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일이니까. 물론 전염병 발생주기가 2~5년으로 짧아진 걸 고려하면, 이 대유행을 계기로 미래를 장기적으로 준비하는 움직임이 더 활성화될 듯도 하다.
당장 하루하루 겨우겨우 살아가는 인생이라도- 삶은 장기전으로 대비하는 게 맞다. 세부 수정은 있을 수 있지만 장기 계획을 갖고 언제쯤 어떻게 살아갈지 그리고 실행하는 삶. 그런 면에선 난 장기 안목이 많이 부족하다. 부끄러울 정도로. 물론 예기치 못한 변수에 빨리 대응해야 하는 걸 고려하면 장기 계획에만 너무 의존하고 외곩수가 돼선 안될 것이다. 또 장기 계획을 가진다고 해서 당장 변수에 신속히 대응 못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생각도 든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구분하고, 난 변하지 않는 가치를 위해 뭘 기를지도 판단해야.
생각이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는데- 미래를 잘 예측하는 건 역시 중요하다. 세상이 어떻게 바뀌고 있고 무엇이 더 중요해지고 있으며, 지금 화제가 되는 건 어떻게 바뀔지도. 코로나 19 대유행처럼 세상이 완전 제로 베이스가 되는 상황도 염두해야 하고. 어떤 사람은 올해 대유행 때문에 모든 게 리셋됐기 때문에 하고 싶은 거 시도하며 '개쌍마이웨이'로 살겠다고도 하더라만. 이 과정에서 필요한 건 시도하고, 수정해서 바로잡고 다시 시도하고 결과를 검증하는 용기와 노력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3.신뢰를 얻는 과정은 지난하다
사진=킨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신뢰를 쌓는 거다. 동료에게 내가 함께 믿고 일할 만한 사람인지 결과로 태도로 증명해야 하고. 소속되지 않은 채 새로운 일을 할 때도 내가 계속 믿고 일을 맡길만한 사람인지 확신을 줘야 한다. 그 과정은 지난하고 어렵다. 일의 결과와 별개로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작용할 수도 있고. 위 내용은 신뢰와 관련된 내용인데 내가 말한 어떤 새로운 상황과 관련된 건 아니다(미 국방부와 빅 테크 기업 협업). 다만 신뢰를 쌓는 과정에 대한 베조스 생각이 내 삶을 되돌아보게 해서 따로 발췌했다.
베조스는 "신뢰를 얻고 평판을 발전시키는 방법은 어려운 일을 계속 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잘 해내면 신뢰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 "신뢰에 담긴 의미는 여러 가지인데 진실성도 있고, 능숙함도 있다"라고. 그러면서 아마존이 매년 수십억 개 패키지를 배송하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힘들고 괴로워도 그게 당연한 것임을 되새겨본다. 이걸 잘 해내서 신뢰를 얻었을 때 그 성과가 얼마나 큰지 헤아리기 힘들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일의 난이도도 생각해본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반복해서 잘 해냈을 때 신뢰를 얻는 배경은- 어려운 일도 능숙하게 잘 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람임을 인증했기 때문일 것이다. 관성에 기대어하던 일만 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거나 일 난이도를 높이지도 않고, 도전적인 일도 하지 않으면 내 발전을 기대하기도 어렵겠지만- 그 또한 신뢰를 얻는 데 꼭 도움되지만 않을 수 있겠구나. 신뢰라기보다 '그 사람은 그냥 그 정도 수준만 할 수 있는 사람' 이렇게 평가가 그칠 수도. 위대한 삶을 살려는 욕심은 없으니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소시민도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며 발전하는 게 좋기에- 내가 해온 일에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내 삶에 도전이 있는가.
4.좋은 일터 핵심은 특전이 아니다
사진=킨들
아마존은 시애틀에 있다만- IT 기업 다수가 실리콘밸리에 있으니까 굳이 이야기하자면. 실리콘밸리 유명 기업들은 공짜 점심이나 다채로운 식사메뉴, 기타 복리후생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애플이나 테슬라는 다르다고 들었지만. 아마존도 직원 혜택에 인색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전직 직원이 쓴 책을 봐도 그렇고. 베조스도 그렇게 밝힌다. "우리는 무료 마사지나 기타 혜택을 제공하는 컨트리클럽 문화 같은 건 만들지 않았다"라고. 그런 류의 특전에 늘 회의적이었다고. 왜냐하면 사람들이 잘못된 이유로 회사에 머물까 염려된다는 거다.
난 복리후생에 부정적이지 않다. 회사에서 이것저것 챙겨주고 신경 써주는 게 다양하고, 그게 늘어나면 좋게 생각했다. 물론 복리후생이 일의 목적이자 본질인 건 바람직하지 않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듯하다. 복리후생이 좋으면 좋지만 사람은 일하면서 성취감 얻을 때 자신감을 얻고, 의미를 발견하며, 자존감도 높아진다. 힘들어도 일을 좋아하는 건 내가 한 일이 보람되고, 조직은 물론 타인, 더 나아가 세상이 더 나은 곳으로 발전하는 데 도움됐음을 실감할 때. 여기에는 베조스가 말하는 '사명'도 크게 작용하는 듯하다.
조직에서 내가 경험한 복리후생은 뭐라고 평가하기 뭐했다. 그건 조직마다 다르니까. 다만 같은 일을 하는 다른 회사 복리후생을 들으면 '적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긴 했다. 고연봉자도 아니고 특히 첫 직장에서는 열정 페이 수준으로 급여를 받았다. 그럴 때 일을 버티게 하는 건 사명이었다. 풍족하지 않아도 일에서 때로 보람을 느끼고 뿌듯할 때는 취재를 잘했거나, 기사를 잘 썼을 때였던 것 같다. 가장 의욕이 꺾일 때는 그게 어그러졌을 때고. 일을 제대로 하고, 잘하는 게 자존심의 핵심 토대였기 때문에 누가 거기에 흠집을 내면 그게 가장 괴로웠다. 내 사명이 하찮게 취급받는 것 같아서. 퇴사를 가장 고민할 때도 이와 관련돼 있었고.
그렇기에 조직에서 신경 써야 하는 건 합리적 수준의 복리후생도 있지만- 조직 사명을 명확히 하면서 이를 구성원과 확실하게 공유하는 것, 구성원 개인의 사명과 목표를 파악하고 이를 존중하는 것, 조직과 개인의 사명을 두루 잘 실현할 수 있게 조직을 운영하는 것 등이 아닐까 싶다. 복리후생이 그걸 뒷받침해줄 수도 있겠지만- 서로 말하는 방식이나 조직문화 등이 그 일환일 수도 있을 듯. 그러나 이를 핑계로 열정 페이를 당연시 여기면서 조직문화는 나쁜 곳도 많다. 맥락 없이 '베조스 말처럼 저렇게 해야 해'라고 내세우기 조심스러운 이유.
5.사명과 의사결정 속도가 인재를 부른다
사진=킨들
위 내용 연장선상에 있다. 계속 사명을 강조하는 내용인데 인재 채용과 관련된 내용이다. 훌륭한 사람을 고용하고 이직을 막으려면? 가장 먼저 "위대한 사명을 제공하라"는 것. 그건 "진정한 목적, 의미"가 있다. 사람들은 인생에서 의미를 원하고. 미군 이야기를 하는데(주요 내용이 미군과 관련된 것인 듯) "사람들에게 진정한 사명과 거대한 의미가 있다는 게 미군의 큰 이점이면서 채용 강점"이라고 한다. 그러나 "의사결정 속도가 느리면 훌륭한 사람들이 떠날 수 있다"라고. 사명이 있고 거기에 애정이 있더라도 말이다.
문득 드는 생각이 '이래서 사람들이 창업한다' 싶기도 하다. 기업을 운영하고 중요한 의사를 결정하는 자리에 가려면 큰 조직에서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언젠가 여의도 한 서점에서 핀테크 분야의 한 스타트업 대표가 직원과 대화하는 내용을 들었다. 그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50대는 돼야 그 자리에 갈 수 있다고. 그러나 여기서는 일찍 할 수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운영모델을 빨리 실험해서 효과를 검증하고 괜찮으면 이를 제대로 사업화하려면- 그 길이 가장 빠르다고 생각하고 창업했다는 게 많은 기업가의 변인 듯하다.
조직에서는 조직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거기에 도움되는 걸 우선으로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거침없이 도전하고 실험하며 실패하는 곳도 있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고 실패하면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 때문에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이 밀어주면 다행이지만. 실패 부담 때문에 안정적인 걸 주로 하고, 결과가 잘 나올 것 같은 걸 하려 하고. 결과가 잘 나올 것 같은 것과 새로운 실험이 일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아무 실험이나 할 수 없고 결과가 좋을 걸로 예상되는 방향으로 실험해야 하니.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실험하라는 말도, 그 위험을 감수하기가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모두 이해가 된다. 아마존 같은 곳이면 끝없는 도전과 실패에 열려있을 수 있지만(경험이 많아서 그 여유도 나온다 싶다) 대다수는 2~3년을 미리 내다볼 여력 없이 오늘을 겨우 버티는 경우가 많으니. 곳간에서 인심 나듯. 도전하고 실험하는 환경이 보편타당한 것만 아니고, 물적 토대가 여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게 개인 노력만으로 담보할 수 있는 것만도 아니기에-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건 하겠지만 '너도 나도 할 수 있어'라 말하기는 역시 조심스럽다.
6.좋은 실패와 나쁜 실패
사진=킨들
이것도 앞 이야기와 연결되는 듯하다. 베조스는 실패에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항상 짚는데- 실험 실패와 운영 실패. "아마존이 수년 동안 풀필먼트 센터를 수백에 지었고, 이를 구축하는 방법을 아는데 새 풀필먼트 센터를 또 짓는다면 이건 재난"이라고 한다. 나쁜 실패. 그러나 "새로운 상품,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실험을 했는데 그게 잘 안되면 그건 좋은 실패"라고. 실패 차이를 가로지르는 건 해보지 않은, 새로운 걸 실험했느냐 아니냐 차이인 듯하다. "두 실패를 구분해야 하고, 발명과 혁신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이미 충분히 해본 건 노하우도 많으니 굳이 더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새로운 건 당장 경험 데이터를 쌓으면서 실험하며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으니. 사람이 하던 일만 하는 데 머물러선 안된다고 계속 말하는 듯한다. 내가 발췌한 구절은 각각 다른 장에 있는 내용인데도 보면 내용이 다 연결된다. 문득 이 사람 철학에 일관성이 있다는 게 실감이 난다. 어떻게 연결 지어도 그게 어색하지 않으니. 그건 탁상공론도 아니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이라서 생각이 다른 내용도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것 같다.
새삼 난 올해 얼마나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실패해봤나라는 생각이 든다. 새롭게 한 일은 여러 가지 있었지만 그게 도전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 상처 받기 싫고 날 보호하고 싶어서 너무 방어적으로 있었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내게 그런 시간을 주고 싶기도 했다. 난 올해 제대로 산 것일까. 지난달부터 이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지나간 일을 후회한다기보다 올해를 제대로 평가해야 앞으로를 더 잘 설계할 수 있으니까. 모든 일에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내 올해를 잘못됐다고만 평가하기도 어려울 수 있다.
그게 스스로 부족했다고 느낀다면 내년은 상처가 두렵더라도 더 깨지는 삶을 살아야지. 내게 있지 않은 걸 있는 척하고 싶지 않고, 강하지 않은데 강한 척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나약하다고 생각하면 그걸 부정하기보다 인정하려고 했다. 인정하고 개선하면 되니까. 한편으로는 인정하는 게 날 나약한 인간으로 규정짓는 게 아닐까 싶어서, 이미 그렇게 느껴서 마음이 또 위축되기도 했다. 부끄럽게도 난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으면서 자기 연민도 되게 강하다.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면서 은근히 양해도 많이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이 더 나약해지기도 한 듯.
이밖에도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이 더 있긴 한데- 지식이나 정보에 가까워서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철학을 중심으로 다시 추렸다. 베조스가 한 말을 앵무새처럼 읊기보다(이미 그렇게 쓴 것도 있지만) 부족해도 내 생각을 더 끌어내고 정리하고 싶었다. 문득 최근에 쓴 글과 비슷한 연장선상에 있는 듯도 하고. 계속하는 고민이라고 그렇다 싶기도 하다. 그 어느 때보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절실한 요즘이라. Invent and Wander도 아직 읽는 중이지만 글을 써보고 싶었다. 이렇게 쓰고 나서 틈틈이 글을 다시 보는데 잊었던 다짐을 다시 떠올리고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된다. 멘붕이 오거나 마음이 흔들릴 때도. 갈 길을 못 찾고 방황할 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