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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샀던 꽃

내년에도 살 꽃과 안 살 꽃

by 딱정벌레
요즘 모시고 있는 라벤더 레이스 장미와 노란 소국. 오늘 꽃병 깨서 한 자리에 더부살이 중. 내일 아침에 분리해줄게. 사진=딱정벌레

올해는 꽃을 자주 샀다. 1~3주에 한번 꼴로 샀다. 주로 장미를 샀다. 1년 내내 늘 파는 건 장미니까. 평소 잘 몰랐던 새로운 꽃도 많이 배웠다. 장미 종류도. 모든 꽃이 아름다웠기에 특별히 더 좋은 건 없다. 유형별로 큐레이션 해서 SNS에 공유했는데 책만큼 아니지만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거기엔 목록만 올렸는데 브런치에 설명을 더 붙여서 글을 남겨본다.


1.가성비 꽃 : 소국, 백합, 스토크, 프리지아, 스타티스, 스프레이 장미 계열, 금어초

사진 1번 소국과 금어초(분홍색), 2번 백합(흰색)과 소국, 3번 카라와 홑스토크(보라색), 4번 프리지아, 5번 케이티 장미와 슈퍼 센세이션 장미(짙은 분홍색). 사진=딱정벌레

*소국은 가성비 꽃 본좌라는 게 내 뇌피셜. 가격도 한단에 3000원대인데 꽃은 풍성하다. 색도 다양하다. 꽃도 오래간다. 내 경우는 3주 정도. 올해 분홍색, 보라색, 빨간색, 노란색 소국을 샀다.


*백합은 한대에 네다섯 송이 꽃이 피는데 가격은 가물가물하지만 3000원 대거나 그 이하였던 것 같다. 꽃도 크고 여러 송이가 한대에 자라고 하루하루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스토크도 한대에 여러 송이 수준을 넘어 풍성하게 꽃이 핀다. 가격이 3000원대 이하였던 듯. 스토크는 꽃잎이 하나인 홑스토크와 여러 장인 겹스토크가 있다. 둘 다 예쁜데 겹스토크가 풍성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약간 지저분해 보이기도 한다.


*스프레이 장미는 한 대에 여러 송이 꽃이 핀 장미다. 한송이만 있는 스탠더드 장미보다 꽃잎은 작다. 그러나 만발하면 풍성해서 마음도 풍요로워진다. 두대에 3000원 대하는 꽃집도 있었다.


*금어초, 목화는 한송이에 1000원도 안 하는데 목화는 사서 크리스마스 장식에 꾸미면 예쁠 듯. 난 가랜드에 장식하고 싶다. 입춘이 한 달여밖에 안 남았지만.


*오래가는 걸로 치면 소국과 스타티스가 갑이라고 생각한다. 백합은 중간이고 나머지는 1주일 지나면 시들해지는 듯. 겨울에 장미가 빨리 죽을까 봐 실내 난방 안 하고 있다가 뒤늦게 보일러 틀 때도 있다.


2.가격은 좀 하지만 예쁜 꽃 : 리시안셔스, 쿠루쿠마, 작약, 해바라기, 피타하야 장미, 샤먼트 장미, 브로칸테 장미, 5번가 장미, 튤립, 카라

사진 1번 리시안셔스, 2번 작약, 3번 해바라기와 장미, 4번 샤먼트 장미, 5번 스탠더드 장미 계열. 사진=딱정벌레

*가격 좀 한다는 건 위에서 언급한 꽃보다 값이 더 나간다는 의미다. 리시안셔스는 기억이 희미한데 한단에 5000원대였던 것 같다. 작약은 싼 곳에서 사면 송이당 2500원에도 살 수 있다. 해바라기도 송이당 그 정도 가격이다. 카라도 송이당 가격이 그 정도인데 비싸지 않지만 소국이나 스프레이 장미와 비교하면 그렇다는 의미다.

*리시안셔스나 스탠더드 장미를 제외하면 1년 내내 살 수 있는 건 아니라서(해바라기는 요즘도 팔지만) 제철에 큰 마음먹고사는 것도 좋을 듯하다. 스탠더드 장미는 꽃잎이 커서 보면 시원시원하다. 향도 더 좋은 듯하고. 브로칸테 장미와 5번가 장미는 생각만큼 크지 않았지만.


3.가성비 좋고 예쁜 꽃 : 자냐 장미, 햇살 장미, 나르샤 장미, 어텀파티 장미, 오렌지 골드 장미, 타르트 장미, 스토크, 프리지아, 석죽

사진 1번 자냐 장미와 카네이션, 2번 햇살 장미(분홍색)와 타르트 장미, 3번 나르샤 장미, 4번 어텀파티 장미, 5번 석죽(왼쪽)과 겹스토크. 사진=딱정벌레

*여기서 언급한 장미는 모두 스프레이 장미 일종. 나르샤 장미는 짙은 붉은색이 드라마 '펜트하우스' 등장인물 천서진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 어텀파티 장미와 오렌지 골드 장미는 모두 주황색이다. 두 장미 덕분에 주황색 아름다움을 제대로 실감했다.


4.향이 좋은 꽃 : 장미, 프리지아, 소국

사진 1번 스탠더드 장미 계열, 2번 프리지아, 3번 소국(빨간색)과 스탠더드 장미 계열. 사진=딱정벌레

*장미와 소국은 종류마다 다르다. 대체로 향이 좋은 편이다.


5.향에 호불호가 갈리는 꽃 : 백합, 스토크

백합과 소국. 사진=딱정벌레

*백합 향은 너무 진해서 환기를 잘 시켜줘야 한다. 백합은 피기 전이 예쁜 듯하다. 스토크는 향이 좋은 꽃으로 꼽히지만 자칫 걸레(?) 냄새와 비슷한 향이 날 때도 있다.


6.좋아하는 꽃 조합 : 어텀파티 장미+쿠루쿠마(흰색)+브로칸테 장미+5번가 장미 조합(연보라색)

사진=딱정벌레

*부케용 꽃은 대체로 예쁘다. 쿠루쿠마도, 리시안셔스도.


7.내년에 사지 않을 꽃 : 백합, 스타티스, 알스트메리아

사진 1번 스타티스(보라색)와 프리지아, 2번 알스트메리아. 사진=딱정벌레

*백합은 향 때문에 사고 싶지 않다. 스타티스는 굳이 또 살 필요가 있을 만큼 예쁘지 않다.


8.주로 사는 꽃집 : 스노 폭스 플라워, 마켓컬리, 현대백화점 행사

사진=마켓컬리

*스노 폭스는 도시락 집 브랜드인데 꽃집도 운영한다. 다른 꽃집보다 싸서 자주 이용했다. 취지가 좋다. 저렴하게 꽃을 접하도록 한다고. 사진도 많이 찍어가라고 가게에 써붙여놓았다. 강북에는 시청, 신촌에 매장이 있다. 강남에 주로 매장이 많다. 강남역, 선릉역, 잠실새내역 등.

*마켓컬리에서는 장미, 백합, 카라, 튤립, 프리지 등을 판다. 스탠더드 장미는 7송이, 스탠더드 장미는 7대씩 팔아서 너무 많다 느낄 수도 있다. 근데 이걸 1만6900원에 팔아서 가성비가 좋다고 생각한다. 오프라인 꽃집에서는 2만원은 훌쩍 넘을 테니. 가끔 쿠폰도 주고 행사도 한다.

*마켓컬리 꽃은 세 번 샀는데 상태가 좋고 오래갔다. 농가와 제휴 맺어서 자신들 브랜드를 만든 듯한데 가성비 꽃집과 차별화됐고 프리미엄 느낌도 든다. 꽃이 싱싱하고 향도 좋다. 꽃은 피지 않은 상태로 온다. 물올림 하면 꽃이 피는데 만발한 모습을 보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마켓컬리는 꽃 영양제도 1봉 넣어 준다. 꽃은 자기가 손질해야 한다. 가시가 그대로 있고 수확한 그대로 와서 꽃줄기가 엄청 길다. 오프라인 꽃집에서는 손질해서 주는 걸 고려하면 번거로울 수 있다. 난 가시 제거기를 같이 샀다. 원예 가위가 있으면 좋고 급하면 급한 대로. 꽃 관리방법을 적은 종이를 함께 보내줘서 도움된다.

*현대백화점은 매장마다 다를 듯한데 우리 동네 점포에서 가끔 행사를 한다. 이걸 예측할 수 없다는 게 아쉽다. 이 행사가 진정한 가성비 갑인데 장미 10송이를 8900원에 판다. 심지어 20송이를 1만2900원에 판 적도 있다. 이건 거저다. 눈물의 특가라서 마음이 아팠는데 좋긴 좋다. 꽃도 예쁘고.

*꾸까는 이용하지 않는다. 세 곳에 비하면 비싸다고 생각하기 때문. 크리스마스 로즈는 사고 싶었는데 성탄절 지났으니 그 마음 고이 접기로. 벌써 봄꽃 나온다.


대구수목원에서 찍은 이름 모를 꽃. 사진=딱정벌레

전에도 썼지만 코로나 19와 긴 장마 때문에 꽃, 향, 빛에 집착이 심해졌다. 책 집착도 컸던 것 같다. 무수한 책 목록과 꽃 사진을 보면 내 강박이 느껴진다. 스스로 안타깝기도 하다. 그래도 올해를 버티는 원동력이기도 해서 모두 고맙다.

오늘 꽃병을 깨서 아깝다. 이모가 주신 건데, 예뻤는데, 마음에 들었는데. 새 꽃병을 주문했다. 깨지지 않는 걸 사고 싶지만 그래도 유리 꽃병이 제일 예쁘다. 다른 화분과도 잘 어울리고. 라벤더 레이스 장미는 오늘 3일 차인데 만개한 듯하다.

크리스마스이브 때 이모에게 장미 꽃다발을 보냈다. 빨간 장미인데 이모가 돈 쓴다고 불편해하셨지만 그 꽃 덕분에 이번 크리스마스가 좋았다고 하셔서 기뻤다. 외할머니께서 꽃 향기 맡는 사진도 보내주셨는데 보기 좋았다. 모두 보고 싶다.

올해 안양천, 삼청동, 파주, 남산, 이촌한강공원, 야탑역 등지서 찍은 꽃 사진과 벚꽃 나무, 이팝나무, 은행나무. 사진=딱정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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