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이야기

집콕해도 할 일이 많다

by 딱정벌레
떡국, 뮤지컬 배우 유승현 탁상 달력. 사진=딱정벌레

2021년 첫날이 밝았다. 어젯밤 11시에 송구영신예배 드리고 크리스마스 가랜드부터 치웠다. 에배 전에 새해 달력도 준비했다. 신년 감사예배가 오전에 두 차례 있어서 거기 맞춰 일어났는데- 알고 보니 송구영신예배와 내용이 똑같았다. 어제 송구영신예배 못 드린 사람 대상으로 진행한 듯그래도 끝까지 다 들었다. 어제 헌금을 못 해서 오늘 대신 헌금하고. 연말이다, 연초다 뭐다해서 이번 주는 예배를 자주 드리는데 좋다. 새벽기도회 매일 하니 그걸 많이 참여해도 좋지만.

나이는 한 살 더 먹었지만 코로나 19 때문에 지난해가 억울하다거나 그렇지 않다. 어찌 보면 감사한 거다. 전염병 때문에 힘든 사람도 많은데 난 큰 타격을 입은 건 아니니. 마음이 위축되는 상황이긴 했지만 새로운 한 해를 경험하면서,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오랜만에 보내면서 많이 풍요로웠다. 이런 말 하는 것도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고생하는 분들께 너무 죄송한 말이다.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게 누군가에게 충격이고 고통스러운데 난 그게 덜했다는 것. 그렇다 보니 지난해를 나쁘게 기억하지는 않는 듯하다.

새해 첫날도 요리해 먹을 거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기 바빴다. 어제는 '베라 31 데이'라서 하프갤런 아이스크림을 사 와서 초를 꽂고 달달하게 송년을 기념했다. 크기가 크다 보니 그걸 다 먹지는 못하고 남긴 걸 점심때 좀 먹었다. 고추잡채 호빵이 하나 남아있어서 그것도 데워먹고. 오버나이트 오트밀도 많이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뒀는데 그것도 하나 먹었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요기가 되는데 그건 요리하기 전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한 식사였다. 오늘 내 먹거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떡국 재료. 사진=딱정벌레

1월 1일이나 당연히 떡국을 먹으려 했다. 며칠 전부터(?) 재료를 하나씩 준비했다. 떡국떡, 사골육수는 이마트에서 샀다. 만두는 집에 있고. 근데 김가루도, 고명에 넣을 다짐육도, 채소도, 간장도! 더 필요해서 전날 마켓컬리에서 주문했다. 돌아보니 다짐육은 안 사도 됐다. 사골육수가 양지 사골육수라서 안에 고기가 있었기 때문. 채소 후레이크는 양이 많은 감 있지만 파를 한대 사도 내겐 너무 많은 양이라서 후레이크가 나은 듯도 했다. 나중에 떡볶이나 다른 요리에 넣어도 괜찮으니. 근데 그건 파도 마찬가지잖아?

떡국 요리는 크게 할 일은 없다. 내가 손수 재료를 다 손질하는 것도 아니다. 재료 적당히 씻어서 바로 육수에 투하하면 될 정도로 이미 많은 재료가 준비된 상태로 팔리고 있고, 난 그걸 샀을 뿐이다. 다만 오늘 조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고명 만들기. 계란 고명은 만들 생각 없었다. 그냥 계란 노른자 적당히 섞어서 육수에 풀어넣으려 했다. 다만 고기 고명은 손질이 필요했다. 다짐육에 간장을 넣고 섞고 저민 다음, 프라이팬에 올리고 잘게 조각냈다. 익기 전에 조각내는 게 더 쉬우니까. 육수를 끓이는 동안 떡을 씻고 불리고, 고명을 만들었다.

적당히 해서 떡국은 그럴싸하게 완성됐다. 사진을 찍으니 나빠 보이지 않았다. 친척들 단체 대화방에 사진을 올리니 "박금이!"라고 불러줬다. 어머니에게도 사진을 보냈는데 "어떻게 했냐?"라고 물으셨다. 구구하게 설명했더니 불로초 감귤 사 먹으라고 저번에 했던 말씀을 또 하셨다. 떡국 맛은? 맛이 없는 건 아닌데 맛이 되게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먹을만한 정도. 아쉬운 건 건더기를 너무 많이 넣었고 육수가 부족했다는 것. 라면 오래 삶으면 불어 터지는 듯 떡국도 그랬다. 육수가 500g인데 이 정도 건더기를 넣으려면 1kg 넣어야 할 듯.

아트조이 '명화그리기'. 사진=딱정벌레

고기 고명도 망작인데 크게 티 나지는 않았다. 좀 더 잘게 부수지 못했기도 하고 별 수 없이 간장을 넣긴 했는데 불고기 소스나 굴소스가 나았을 듯. 그러나 요리를 그렇게 많이 하는 것도 아니라서 굴소스를 새로 사기는 그랬다. 간장이야 어디든 쓸모 많지만. 문득 돈가스 소스를 썼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떡국이니 따끈한 국물을 마시는 게 더 의의 있는데 그러지 못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또 할지는 모르겠다만. 남은 떡은 떡볶이나 라면 해 먹을 때 넣을 듯하다. 채소 후레이크가 많아서 왠지 한번 더 해도 될 것 같기도 하고. 적당히.

괜한 욕심에 건더기를 너무 많이 넣었다. 떡도 떡이지만 만두도 엄청 넣었다. 아마 그래서 육수가 모자랐던 듯. 잔해물을 다 먹어치우니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배가 엄청 불렀다. 이럴 때 집안일을 하면 소화가 잘 된다.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분리수거하고, 집안 정리를 좀 더 하니 어느새 저녁 시간. 초저녁때 산책하려고 했는데 박소현의 '러브게임'이 재미있고, 선곡이 좋아서 계속 집에 있었다. 이준의 '영스트리트'까지 듣다가 느지막이 나왔다. 이준 목소리를 듣고 놀랬다. 처음에 누군지 몰랐는데 '아, 이 친구가 이렇게 목소리가 좋았나?' 싶었다. 박소현의 러브게임은 올해로 20주년 됐다고 한다. 라디오에는 장수 DJ가 많다.

걷고 돌아와서 명화 그리기를 시작했다. 아트조이라는 곳에서 나온 건데- 요즘 집콕하는 사람이 늘면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명화 그리기 하는 사람이 많다고. 이 도구 존재를 알게 된 건 MLBPARK였는데- 불펜 게시판에 누가 오마이걸 멤버가 그린 명화 그리기 사진을 올렸고 그의 미적 감각을 찬양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그 멤버가 처음부터 끝까지 스케치하고 채색한 줄 알았던 것 같다. 명화 그리기인줄 알아본 사람들이 댓글을 달았고 소소한 언쟁이 오갔다. 그걸 보고 내가 든 생각은 '아, 나도 저거 하고 싶다'는 것.

내가 완성해야 하는 그림 '석양과 해바라기밭'. 사진=아트조이

교보문고 핫트랙스에 가도 있긴 하다만. 난 쿠팡에서 샀다. 여러 그림 가운데 들판에 빼곡히 심긴 해바라기 그림이 마음에 들어 그걸 골랐다. 채색하기 쉬운 그림으로 하려고 했는데 그게 제일 나아 보였다. 그러나 오늘 시작해보니. 꽃밭이 복병이다. 하늘은 괜찮은데. 난 이걸 완성할 수 있을까. 일단 채색하기 쉬운 부분부터 시작했다. 근데 옅은 색부터 먼저 칠하라고 돼 있어서. 내일은 옅은 색부터 먼저 작업하려고 한다. 시간 많이 걸린다던데. 선 튀어나가지 않게 채색하라지만 이미 선 넘은 흔적이 엿보인다.

난 미술에 재능이 없다. 감상에는 관심 있는데. 한편으로는 할 줄 모르니 처음부터 재능 없다고 생각하고 선을 그어버린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릴 때 미술학원에 다니고 싶어서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아버지가 날 데리고 동네 미술학원에 등록하러 함께 가주셨다. 난 어릴 때 부끄러움이 너무 많아서 낯선 사람들 보면 항상 숨어있곤 했는데 학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괜히 부끄러워서 미술학원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누가 내게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막상 낯선 환경에 가니 그 분위기를 너무 견디기 힘들어했다. 아버지에게 죄송하지만.

그 일이 계기는 아니었지만 미술은 내 길이 아닌 걸로 생각했다. 미술 성적도 좋지 않았고. 과제로, 또는 평가로 뭔가 내야 하는데 그것도 너무 하기 싫었다. 잘 못하니까. 초등학교 때 태극기 그리기 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적이 있긴 한데. 그때 채색을 네임펜으로 했다. 그때는 그렇게 해도 된다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상을 줄줄 몰랐다. 이외에 그나마 재미있게(?) 작업한 게 있다면 한지함 만들기 정도? 하드보드지에 도면을 그리고 칼로 잘라서 색한지를 붙였다. 문양을 달아야 하는데 색한지에 문양을 프린트해서 그냥 붙였다.

사진=앙리 가르티에 브레송

모자이크도 재미있었다. 이건 중학교 때 방학과제였는데. 개학날은 다가오고 난 과제를 다하지 못해서 친구에게 '모자이크 과제 어떻게 하고 있는지' 전화로 대화를 나눴다. 그때 친구가 "나 그냥 색종이 손가락 크기로 잘라서 붙이고 있어"라고 말하는데 내가 들어도 너무 신박해서 나도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색종이를 손가락에 대고 그 넓이만큼 잘라서 스케치한 그림에 큼직하게 각각 붙였더니 작품이 금방 완성됐다. 평가도 나쁘지 않았다. B는 됐던 것 같은데. 정작 내게 그렇게 말한 친구는 촘촘하게 색종이를 붙여서 당황했다.

기억에 남는 건 같은 반 다른 애들이 모자이크 과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나보다 점수가 더 낮았던 것 같다. 내 모자이크는 누가 봐도 너무 웃기게 생긴 작품이었다. 미적 감각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모자이크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그런 이미지가 아니었다. 그런 작품이 자기들보다 더 좋은 평가받으니 "야, 이런 것도 이런 점수받는데" 이런 말을 내 앞에서 했다. 장난스러운(?) 분위기여서 기분 나쁘게 들을 말은 아니었다. 그 말 한 애들과 관계도 괜찮았고. 그냥 웃어넘겼다. 그래도 부끄럽긴 했다.

미술은 자신 없는 분야다 보니 애증은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직접 뭔가 그리고 만들지는 못해도 잘 만든 작품은 제대로 감상하고 싶었다. 야구 못해도 야구 보는 건 좋아할 수 있듯, 악기를 잘 연주하지 못해도 음악 듣는 건 좋아할 수 있듯, 미술도 마찬가지였다. 20대 시절 친구와 미술이나 사진 전시를 같이 보러 다니면서 감상에 흥미가 생겼다. 앙리 가르티에 브레송 전시가 기억에 남았다. 매그넘이나 퓰리처 수상작 전시도 있지만. 조르조 모란디 전시도 좋았다. 잉카 쇼니바레도 그렇고. 관람한 전시도, 좋았던 전시도 많아서 다 읊을 수 없지만.

지난 겨울 우양미술관 전시 '심연의 불꽃'. 사진=딱정벌레

감상 묘미를 알고, 전시를 즐기는 법을 알면서 미술에 관심이 생겼다. 동네에 미술관이 있었던 것도 이를 더 가깝게 느끼는 데 도움됐다. 시립 미술관 관람료가 저렴했다. 되게 좋은 전시를 하는 데도 비싸 봐야 5000원. 이름값있는 해외 화가 전시 관람료도 1000원. 미술관에서 작가와의 대화 행사를 열면 가서 질문도 했다. 잉카 쇼니바레가 직접 왔는데 "작품에 담긴 의도는 서늘하고 사회 비판적인데 그림이 너무 예뻐서 관람객이 작품 메시지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다"라고 말했더니 "그건 받아들이는 사람 마음"이라고 했다.

미술 작품을 구경하는 건 좋아하지만 직접 만드는 건 서툴고 자신감이 부족한 나. 전시에 가면 관람객도 직접 참여해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코너를 운영하는 곳도 있다. 거기서 목탄 같은 걸로 스케치도 하고 파스텔로 그리기도 하는데. 2019년 겨울에 가족과 우양미술관에 가서 어머니 빼고 다 같이 작품을 그린 게 떠오른다. 물론 각자 만들었지만. 그런 게 미술을 가깝게 느끼도록 돕는 장치인데. 학창 시절 좋은 평가받던 미술 작품과 실제 유명 화가 작품은 결이 다른데. 정물화 같은 것만 좋은 그림인 게 아닌데. 예술은 자유로운 건데.

줄 세우기 식 미술 평가로 미술에 흥미를 잃고 직접 뭔가 만드는 데 소극적이게 되다 보니. 나이 먹고 나선 그런 게 다 아쉬워졌다. 수학도 그렇고. 예전에는 어렵다고 생각해서 피했던 걸 커서는 좀 더 알아가고 즐기며 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늦게 수학자 책을 읽는 것도 그렇고. 꼭 문제풀이는 아니더라도 원리에 담긴 함의나 교양 수준 지식이라도 알고 있는 게 생각 지평을 넓히는 데 도움될 듯했다. 그런 내게 가장 문턱이 낮은 입문 수단이 아트 조이 명화 그리기인 거다.

사진=픽사베이

사실 명화 그리기라는 표현도 맞지 않다. 저건 색칠공부니까. 주어진 선 안에 정해진 색깔 물감을 칠하면 된다. 그것도 내겐 쉽지 않지만. 붓이 좋지 않다던데 정말 그런 듯도 하고. 선 밖에 튀어나가지 않도록 채색하는 것조차 서툰 나이니 말이다. 그래도 서예 하면서 마음을 가다듬듯 색을 칠하면서도 수신할 수 있을지 않을까. 망상에 빠져본다. 그렇게 해서라도 작품을 완성해서 집에 전시하면 그것도 보기 좋고. 이종사촌 언니가 동아리에서 그린 명화 그리기를 집에 전시해둔 걸 보고 내심 부러웠던 적이 있다.

돌아보면 예능 쪽은 하다 말거나 제대로 해보지도 못한 게 많다. 피아노를 2년 배웠는데 3X 평생에 십몇분의 일 수준의 시간이니. 거의 기억이 안 난다. 난 피아노 학원에 다니는 건 좋아했다. 학교에 가면 선생님도 무섭고 나도 공부도 잘 못하는 비주류 학생인데. 피아노 학원에서는 그런 거 신경 안 써도 되니까. 선생님도 친절했다. 파티도 종종 하고 맛있는 것도 주고. 잘해주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거기서 만난 언니나 친구도 좋고. 집 앞까지 미행하며 장난치던 친구들도 좋았다.

그런 추억 많겠지만 나도 피아노 학원 가면 선생님이 동그라미 다섯 개 또는 열개를 치고 한 번씩 연습할 때마다 그 칸을 채우라고 과제를 주셨다. 그러면 연습실에 가서 치는데 다 안 치고 야매로 할 때가 많았다. 피아노 학원에서 음악가 전기 읽고 다른 일 하는 건 좋았다. 피아노 치는 것 빼고?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곡을 배우면 그때는 연습하는 것도 재밌었다. 인디언 관련 곡이었는데 악보를 외우는 몇 안 되는 곡이었다. 분위기가 신나서 좋았던 것 같다. 지금은 그것도 다 잊었지만.

사진=픽사베이

그나마 음을 외우는 곡이 있다면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에서 '환희의 송가'를 치기 쉽게 편집한 버전이었다. 그 곡은 처음 들었을 때 음이 너무 좋았다. 초등학교 3학년 시절, 오선지 노트에 그 곡 악보만 따로 채보해서 들고 다녔다. 돌아보니 그 마음이 소중했다. 좋고 아름다운 걸 발견했을 때 간직하고 싶은 마음. 그게 음악이라면 악보를 따로 그려서 간직하는 자세. 글 쓰다가 집중 안되거나 딴짓하고 싶을 때 '거라지 밴드' 앱을 켠다. 그 앱에서 환희의 송가를 건반으로 친다. 키보드가 좁고 불편해서 자유자재로 막 치기는 어렵지만.

코로나 19 때문에 악기를 사는 사람들도 좀 있는 듯했다. 쇼핑몰 리뷰를 보면 '집콕하느라 건반 악기를 샀다'는 후기가 더러 있다. 본가에 있는 기타를 괜히 가져오고 싶어 지네. 고등학교 때 기타 사고 너무 좋아서 침대 위에 두고 옆에 누워 잠들 때도 종종 있었다. 수행평가 때문에 벼락치기로 독학해서 대충 치고 점수를 받았다. 피아노 빼고 연주하라는데 대부분 단소를 불었다. 다양한 악기를 배운 애들은 바이올린이나 첼로도 켜지만. 난 단소를 못 불어서 기타를 쳐야겠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예고 근처에서 10만원짜리 기타를 사주셨다.

한두 달 만에 실력이 비약적으로 좋아지지는 않았다. 타브 악보보다 그냥 악보를 보고 칠 줄 알아야 하는데. 야매로 단기 속성으로 어떻게 하려다 보니 타브 악보가 보기 더 편했다. 타브 악보 보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기호 음악이라고 해야 하나. 자동 피아노 연주하듯 악보 파일을 열면 해당 프로그램에서 전자음으로 기타 연주를 들려주는데 그게 신기했다. 기타 연습하는 것보다 그런 거 돌리는 데 더 재미를 느낀 듯. 음악 선생님이 기타를 잘 아시지 않는 듯해선지 점수는 보통 점수를 받았다.

퍼실 세탁세제. 사진=딱정벌레

이런 이야기를 하려던 게 아닌데 삼천포 제대로 빠졌다. 오늘은 이 정도 마무리하고 새해 첫날을 기록하기 위해 이렇게 노트북을 열었다. 새해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목표했던 떡국을 만들어 먹었고, 새해를 맞이해 집을 청소하고 깨끗이 했다. 책상을 새로 들이려고 하는데 내일 도착할 예정이다. 의자를 새로 살지 아직 고민 중인데 오늘의 집에서 마음에 드는 걸 따로 장바구니에 담아두긴 했다. 리뷰를 보니 배송이 오래 걸리는 것 같아서 염려되긴 하다. 얼마 전 알라딘에서 주문한 책 상자를 뜯고. 산책도 하고. 첫날에 해야 할 일을 충분히 한 듯.

세탁세제를 바꿨다. 기존에 쓰던 걸 다 썼기 때문인데. 이번에는 퍼실 세제를 샀다. TV홈쇼핑 판매 방송에서는 세트 구성으로 많이 팔았던 것 같다. 내가 쓰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라고 생각해서 제쳤는데 단품도 파니까. 그전에는 PB 세제를 썼는데 퍼실 세제 가격은 그 두배다. 그래도 좋은 제품 쓰고 싶어서 오랜만에 사는 세탁세제인 만큼 이걸로 골랐다. 특유 냄새가 심하다고 들었는데 산책 다녀와서 집에 들어오니 어떤 의미인지 이해됐다. 주방세제도 다 써가는데 퍼실 제조사 제품을 쓸지 다른 곳을 쓸지 고민 중이다.

코로나 19가 끼친 긍정적(?) 영향이 있다면- 집을 더 사랑하고, 집을 더 살기 좋은 공간으로 가꾸는 데 관심을 갖게 된 점인 듯하다. 코로나 19 때문이 아니더라도 올해는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고, 집에서 하는 일도 더 많아졌지만. 직장인일 때도 집에서 일하기는 했는데 코로나 19처럼 반강제적으로 집에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휴식공간으로서, 사무공간으로서 집을 잘 구성하기 위해 이것저것 고민하고 실행에 옮기는 게 나쁘지 않다. 꽃을 자주 사는 것도 집을 더 쾌적하게 꾸미기 위해서기도 하고.

트래비스 'The man who' 앨범, 'Writing to reach you' 싱글. 사진=위키피디아, Discogs

집에서 내가 좋아하는 공간 또는 가구는 창가와 리클라이너 의자다. 리클라이너 의자라기보다 소파에 가까운데 그게 창가 바로 옆에 있다. 전망이 좋은 건 아닌데 남향이라서 창밖을 내려다보면 대로와 지하철 1호선 선로, 라마다 호텔이 보인다. 아직 겨울이라서 라마다 호텔은 전구로 건물과 근처 나무를 한껏 장식하고 있다. 소박한 야경이라고 나쁘지 않다. 햇볕이 잘 들어오다 보니 낮에 그 햇볕을 맞으면서 밖을 내다보는 것도 좋고. 해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다. 김포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를 보는 것도. 비행기가 너무 커서 무섭지만.

내가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풍경은 오후 4시경 화병과 화분 위로 비치는 창가 그림자다. 햇볕이 사각형 창가 그림자 안에 갇힌 느낌이랄까. 그 모습이 아름답다. 아무래도 각이 져있으면 단정하고 정갈한 느낌이 들어서 그런 듯하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집안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어서 그게 나쁘지 않았다. 평소 내가 밖에 나갔을 때는 못 보던 모습. 여기서 산 지 5년이 넘었는데 집을 제대로 만끽하는 건 2020년이 처음 아니었을까 싶다. 이모가 동네로 이사오라고 권유하시기도 했는데 난 아직 이 동네와 이 집이 더 좋다. 편하니까.

겨울이 되니 영국 음악이 당긴다. 정확히는 지난 크리스마스 이후 한때 내가 좋아했던 영국 뮤지션이 떠올랐다. 아마 존 레논의 해피 크리스마스와 밴드 에이드 노래를 오랜만에 들었기 때문도 있을 듯. 비틀스 음악이 겨울에 특히 잘 어울린다 싶다. 트래비스 노래도. The man who 앨범 수록곡은 겨울에 잘 맞다. 앨범 표지가 눈 쌓인 곳을 배경으로 삼아서 그럴지도. Writing to reach you는 특히. 돌아보면 트래비스나 콜드 플레이, 라디오 헤드, 에드 시런 내한 공연 안 간 게 아쉽다. 지난해 같은 상황을 예측 못했으니.

비틀즈 모노 박스세트와 요즘 읽는 책. 사진=딱정벌레

그러면서 다행스러운 건 유투 내한 공연을 다녀오길 정말 잘했다는 거다. 사실상 그 공연 이후로 해외 뮤지션 큰 공연을 갈 기회가 내겐 막힌 듯. 다른 뮤지션은 놓쳐도 유투 공연은 꼭 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국내 뮤지션 공연도 취소되는 마당에 내한 공연은 언제쯤 가능할까. 얼마 전 라디오에서 듣기로는 그나마 한국 상황이 나아서 한국에서 촬영하거나 작업하려는 이들도 있다고. 해외 뮤지션 공연은 스탠딩 공연도 있고 엄청 서로 밀착해 있어서 빠른 시일 내에 다시 하는 건 정말 어려울 듯하다. 공연 종사자는 모두 괜찮은 걸까.

내게 비틀스 앨범이 모노 박스 세트로 있다. 스테레오 버전, 모노 버전 두 가지로 나왔는데 난 모노 버전을 샀다. 그게 그들이 활동하던 당시 나온 버전에 가장 가까우니까? 이 세트가 나온 지도 10년 넘은 것 같은데 난 중고로 샀지만 내게 정말 소중한 음반이다. 면접비 모은 거 털어서 산 거니까. 비틀스는 내게 사계절 같은 존재였다. 오늘 문득 든 생각이- 테마별로 비틀스 음악을 큐레이션 하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이 음반이 내게 있다는 사실도 너무 소중해서 오늘 사진을 찍어봤다. 오늘 새해를 맞이해서 '습관의 말들' 읽고 느낀 점과 인상 깊었던 내용을 쓰려고 했는데 그건 다음에 써야겠다. 이상 새해 첫날 잡다한 이야기.


노리플라이 '꿈의 시작'. 출처=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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