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겐, 피오르드, 빙하 가득한 노르웨이 여행 2일차

가장 좋은 구경거리는 자연 풍광

by 딱정벌레
베르겐 브뤼겐 지구와 목조 건물. 사진=딱정벌레

노르웨이 여행 둘째 날에는 베르겐을 둘러보고 트빈데 폭포, 송네 피오르드와 빙하 박물관, 뵈이야 빙하를 구경했다. 이날 아침은 베르겐 관광으로 시작했다. 숙소에서 꽤 일찍 나갔던 것 같다. 시간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직 문도 안 연 가게도 많았다. 아침부터 장이 선다고 회도 사 먹으라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난 둘러보기도 바빴다. 지금 생각해보면 거기 스타벅스에서 커피나 한 잔 사 마실 걸 그랬다 싶다. 매장에는 들어갔는데 유아 히어 에디션 머그는 노르웨이 버전 말고 도시 버전은 따로 있지 않았다.

베르겐은 노르웨이에서 오슬로 다음으로 큰 도시다. 우리나라로 치면 부산 같은 곳? 노르웨이 서남부 쪽에 있는데 항구도시이며 서울과 멀다는 점이 비슷한 듯. 베르겐은 예쁜 도시다. 브뤼겐 지구 형형색색 건물은 코펜하겐 뉘하운 운하 일대를 연상시키고. 목재 건물이 남아있어서 고풍스럽다. 베르겐은 기온이 10도 내외로 선선한 가을 날씨였다. 오슬로를 비롯한 다른 북유럽 국가가 그때 더웠던 점과 대조적. 나도 이날 긴 셔츠를 입고 겉에는 봄가을에 입는 까만 재킷을 입었다. 이렇게 겨우 북유럽의 선선한 여름을 느끼는구나 싶었다.

베르겐에서는 브뤼겐 지구와 베르겐후스 요새를 주로 둘러봤다. 브뤼겐은 대형 화재 이후 건물을 재건했지만 12세기부터 있던 곳이다. 아직 남은 옛날 목조 건물도 있고. 베르겐을 상징하는 사진에 항상 등장한다. 카페나 공예품을 파는 상점이 있고. 내 기억에는 스웨터를 파던 매장이 주로 떠오른다. 노르웨이가 스웨터나 니트가 좋다고 해서 하나 장만할까 했는데 여름이기도 하고 물가가 사나워서 사지는 않았다. 즉시 입을 옷도 아니니까. 영국과 비교하면 노르웨이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에서는 부담 없이 살만한 물건이 별로 없었던 듯.

베르겐후스 요새와 항구 전경, 아직 문열지 않은 노천카페 좌석. 사진=딱정벌레

베르겐후스 요새는 노르웨이에서 가장 오래된 요새 중 하나다. 1240년대에 지은 건물도 있고 현재도 이곳을 군사 기지로 이용한다고. 전시회나 공연도 하고 박물관도 있다는데. 박물관은 들어가지 못했다. 일찍 간 덕분에 사람이 많지 않아 전세 낸 기분으로 천천히 둘러보고 구경해서 좋았다. 요새가 차가 있는 곳과 거리가 꽤 멀어서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조급했다. 요새만 둘러볼 게 아니고 안에 목재 건물도 구경해야 하는데. 사진도 찍어야 하고. 항구 근처에 사진 찍기 바빠서 시간이 빠듯했다. 어시장에서 뭘 못 사 먹은 것보다 아쉽다.

앞서 말했지만 베르겐은 도시가 오래됐고, 고풍스럽고, 건물도 예쁜 데다 기후도 적당해서 마음에 들었다. 또 피오르드에 있는 지역이라서 풍경이 아름답다. 항구만 바라봐도 좋았다. 좀 더 오래 머물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 노르웨이에 다시 갈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또 간다면 더 길게 머물고 싶은 곳이다. 둘러볼 게 많은데 이날 구경한 건 극히 일부분. 전망대와 미술관, 그리그가 살았던 집 트롤하우겐 등. 참고로 베르겐이 한때 노르웨이 수도였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벌써 2년도 더 된 일이라 이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코스 순서도. 짧은 베르겐 여행을 마무리하고 보스라는 지역에 들렀다. 여기서 점심으로 피시 앤 칩스를 먹었다. 어느 정도 규모인 지역인지 모르겠지만 보스는 좋아 보였다. 사람도 적당하고, 날씨도 좋았으며, 동네가 평온해 보였다. 호수가 있었는데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져서 좋았다. 점심을 먹은 뒤, 트빈데 폭포에 잠시 들렀다. 여기 물을 마시면 젊어진다나. 노르웨이에 플람이란 산악열차가 유명하다. 표를 구할까 해서 역에 잠시 들렀지만 매진돼서 못 탔다는 아쉬운 이야기.

보스 주변 전경, 점심, 트빈데 폭포, 플람역. 송네 피오르드. 사진=딱정벌레

이어서 배를 타고 송네 피오르드를 둘러봤다. 송네 피오르드가 노르웨이에서 수심이 가장 깊고 길다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피오르드라고 한다. 노르웨이에 3대 피오르드가 있다. 하당게르, 송네, 게이앙에르 피오르드. 2018년 여행에서 이 세 군데 피오르드에 다 가봤다. 배는 한번 더 탔는데 어떤 곳은 물결이 잔잔하고 어떤 데는 물결이 짙게 일었다. 이어서 빙하 박물관에 갔다. 기후 변화 전시도 있고, 영상도 볼 수 있다. 실제 빙하 얼음을 갖다 놓고 만져볼 수 있게 했다나. 영상은 빙하 탐험하는 내용인데 잔잔하고 지루했다.

박물관에서 나온 뒤, 실제 빙하를 보러 갔다. 뵈이야 빙하라는 곳인데 '푸른 빙하'라고도 불린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빙원이라고. 처음에 빙하를 보러 간다고 했을 때는 빙하 박물관 영상에 나오는, 사방이 온통으로 눈으로 덮인, 알프스 산맥을 연상시키는 그런 곳인 줄 알았다. 막상 가보니 예상과 많이 달랐다. 산에 일부만 빙하인. 멀리서 보면 작아 보였는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역시 빙하는 빙하였다. 주변이 추웠고 예전보다 규모는 줄었다고 하지만 바라보고 있으면 거센 폭포수가 쏟아져내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규모도 크고.

뵈링 폭포와 피오르드를 보고, 이렇게 빙하까지 보며 자연 속에 파묻혀 있다 보니 노르웨이에 온 게 실감 났다. 전에도 말했지만 노르웨이 여행 목적, 북유럽 여행 목적을 진정 달성하고 있달까. 북유럽 여행을 결정한 이유, 그중에서도 노르웨이에 주목한 이유가 자연 속에 휴식하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었다. 그걸 차근차근 달성하고 있으니 보람됐다. 빙하 아래에서 냉기를 느끼다 보니 춥기도 했지만 때로는 추위가 정신을 번쩍 들게 해 주니까. 역시 여기도 뵈링 폭포처럼 좀 더 오래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빙하 박물관과 뵈이야 빙하. 사진=딱정벌레

어느덧 노르웨이 2일 차 여행을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왔다. 노르웨이에서 묵은 두 번째 숙소는 말로이라는 지역에 있었다. 여기도 백야는 여전해서 저녁 9시에도 대낮처럼 환했다. 저녁으로 미트볼을 먹고 주변을 조금 걸었는데 모든 상점이 문을 닫은 데다 사람도 별로 없어서 무서웠다. 호텔 로비로 돌아왔는데 어떤 한국인 여성이 발을 다쳐서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갔다고 들었다. 호텔 로비에서 이걸 도와준 듯한데 위급상황은 아니라서 구급차는 부르지 못했다고. 택시 타고 갔는데 연락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

한 한국인 노부부가 내게 "영어 할 줄 아냐"고 물었다. 어떤 상황이었는지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영어야 어떻게든 하죠. 잘하든, 못하든. 유창하지 않지만 지극히 단순한 표현으로 겨우 의미를 전달할 뿐. 그분들은 내게 호텔 직원에게 그 병원에 간 여성이 어떻게 됐는지 물어봐달라고 했다. 난 다친 여성 가족인 줄 알고 그러겠다 하고 직원에게 부서지는 영어로 "그 사람 어찌 됐냐"라고 물어봤다. 차가 밀려서 꽤 걸린다고 듣고 전해줬다. 나중에 안 사실은 가족은 아니고 같이 여행하는 팀이라고. "인자하고 친절한 분들이구나" 싶었다.

Thon 호텔과 주변 전경, 저녁 식사. 사진=딱정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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