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가 '귀족 클럽'이 아닌 이유
이보다 더한 친구들이 많음
사진=픽사베이길을 걷다가 신기한 버스 광고를 봤다. 공기업 다니는 직장인을 위한 소개팅 서비스라는데 이름은 까먹었다. 검색해보니 비슷한 서비스가 나오긴 하는데 내가 본 그 서비스가 맞는지 잘 모르겠어서 이름을 언급하지는 못하겠다. 이전에도 성혼 시장에 그런 서비스는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상위권 직장인을 위한 수준 높은 만남'이라는 소개 문구가 자아내는 위화감 덕분에 인상 깊다. 사람이 어떤지도 중요한데 그게 사람 수준을 얼마나 보장할까 싶기도 하고.
그러나 시장에서 수요가 있으니 저런 서비스도 나오는 걸 테다. 업체를 뭐라 할 수도 없고, 많이들 따지는 게 사실이니까. 어디서는 스카이 출신들끼리 만나는 모임도 있다던데 댓글이 되게 웃겼다. '그 안에서 수시, 정시까지 구분하는 거 아니냐'라고. 우스갯소리일 수도 있지만- 꽤 오래전부터 한 학교 안에서도 전형에 따라 사람을 구분 짓는 경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난 그게 놀라웠다. 저런 서비스나 특정 대학 출신끼리 만나는 모임 모두 나와 상관없지만.
얼마 전 클럽하우스를 두고도 '귀족 클럽 아니냐'는 비아냥이 있기도 했다. 안드로이드 버전이 아직 나오지 않은 것보다도 초대해야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이고, 그 안에서 대화방을 만들더라도 유명인이 참여하는 대화방과 그렇지 않은 대화방은 참여도, 주목도가 크게 차이 난다. 벌써부터 유명인 약 빨도 전과 같지 않다는 반응도 없지 않지만. 아직 기자로 일하는 첫 직장 동기는 "언론사 포럼 망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했다. 정용진 부회장이 썰 풀던 이야기 하다 나온 대화.
사진=픽사베이난 안드로이드 버전 스마트폰을 쓰고 있고, 아이패드가 있지만 구형 버전이라서 클럽하우스를 깔 수 없다. 클럽하우스를 한 번도 이용해본 적 없어서 그 서비스를 이야기한다는 게 방구석에 앉아 쉽게 인생을 이야기하는 느낌인데- 전에 듣고 풍월로 읊는 수준으로 평한다면- 귀족 클럽이라고 볼 것까지는 없다 싶다. 회사 규모에 비해 성장 속도가 너무 가팔라서 안드로이드 버전 앱은 미처 준비하지 못했고. 초대 기반이라는 장벽은 있지만 어지간하면 가입할 수 있어서 이용하기 어렵지 않은 듯. 회사 측도 그런 걸 의도하진 않은 듯하고.
최근 CB인사이츠에서 2021년 기술 트렌드 보고서를 읽다가 흥미로운 트렌드를 하나 발견했다. 바로 '독점성 부상(The rise of exclusivity)'이라는 트렌드인데- 그거 외에 다른 트렌드도 재미있어 보였지만 독점성 부상은 클럽하우스가 촉발한 귀족 클럽 논란과도 관련돼 보여서 관심이 갔다. CB인사이츠 분석은 "독점 네트워크가 소셜 미디어 미래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페이스북도 초창기에 그런 모델"이었다. "특정 엘리트 대학 학생들만 접근할 수 있었고, 그게 성장을 이끌었으니까".
물론 이런 모델이 늘 승승장구한 건 아니다. "VIP 기술 커뮤니티인 '엘로'처럼 실패한 사례"도 있다. 그 원인은 좀 더 찾아봐야겠지만. 실패 사례를 분석해서 콘텐츠로 만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독점 네트워크 트렌드가 요즘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데 클럽하우스 외에 '디스코드'도 떠오르고 있다"라고.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해석. 디스코드는 반려동물 사진, 공부, 게임, 요리 등 주제 기반 채널을 만들어 가볍게 대화할 수 있어 흥미로운데 이것도 초대 기반 서비스라고.
사진=디스코드"올해는 소셜 네트워크에서 규모의 네트워크 효과보다는 연결의 질과 강점, 독점성 어필을 통해 가치를 구축하는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라고 한다. "커뮤니티 기반 사업을 구축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기술도 다양"하다. "크립토 토큰부터 구독 기술" 등 뭐든. 이런 모델은 "더 적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더 많은 사람들을 내보내는" 방식. 유료 독서모임이 흥한 이유가 떠오른다. 클럽하우스가 인기를 끈 것도 이 모임과 비슷한 듯? "페이스북 월 활성 사용자 수가 27억4000만명인데 클럽하우스는 2020년 12월 등록 사용자 수가 60만명"이었다고 하니 단란한 살롱 느낌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그렇다고 클럽하우스가 귀족 클럽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게- 더한 서비스가 많기 때문이다. "'애스몰월드(ASMALLWORLD)인데 어떻게 발음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있는데 여기는 엘리트 여행자를 위한 초대 기반 네트워크"다. 역사는 깊다. "2004년에 나왔으며 '백만장자를 위한 마이스페이스'라고도 불렸다"라고. 이 서비스에서는 "회원들끼리 서로 연결되는 건 물론 회원들이 있는 지역에서 럭셔리 호텔, 식당, 행사를 찾을 수 있다"라고. "연회비는 105~2만7000달러" 사이.
여기뿐만이 아니다. "사진 공유 앱 리치 키즈(Rich Kids)에 사진을 올리려면 월 1070달러를 내야 한다"라고 한다. "부자를 위한 전문 네트워킹 앱 마르크(Marque) 회비는 연 1363달러"라고 하고. 상류층 전용 데이팅 서비스는 해외에도 있는데 '리그(League)'가 그 예다. 여기도 "명문대를 나온 성공한 직업인을 겨냥한 초대 기반 데이팅 앱"이라고. '라야(Raya)'도 비슷한데 여기는 "창의 산업(엔터테인먼트) 종사자나 유명인(셀럽)을 기반으로 삼는데 '일루미나티 틴더'"라고 한단다. "희망 사용자는 지원서를 써야 하는데 이는 알고리즘과 전 세계 수백 명의 위원회 멤버 인풋(회원 투표)을 토대로 처리된다"나. 진입장벽이 높다. 이런 서비스를 보면 클럽하우스를 귀족 클럽이라고 하는 건 어폐가 있다.
사진=픽사베이요즘 트위터 유료 서비스, 구독 서비스를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오디오 대화방은 클럽하우스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르지만 '유료 소셜 네트워크' 기능 자체는 갑자기 하늘에서 땅에 뚝 떨어진 게 아니라 전부터 있던 트렌드였고 이게 강화되면서 살 길을 모색하고자 도입한 게 아닐까 싶다. 그동안 너무 고정된 서비스였으니 말이다(그래도 난 페북보다 트위터가 좋지만). 트위터 이사회에도 행동주의 이사들이 들어가서 흔드는 모양인데 그것도 대처해야 할 테고.
CB인사이츠에서는 "올해는 프라이버시가 독점 소셜 네트워크에서 점점 더 중요해질 거"라고 내다봤다. "프라이버시가 결국 만남과 교류 질의 핵심이기 때문"인 듯하다. "클럽하우스에서는 녹음을 할 수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녹음하는 이가 있고, 다른 플랫폼에 유출"되기도 한다. 사실 녹음을 못하게 하는 게 중요한 게 이 안에서 이뤄지는 대화 내용은 이 플랫폼만의 콘텐츠이기도 하고 그게 녹음, 유출돼서 어디서나 들을 수 있게 되면 플랫폼 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다.
클럽하우스도 구독이나 팁, 티켓 판매로 크리에이터 수익화를 모색하는 만큼 프라이버시는 더 중요해지지 않을까. CB인사이츠에서도 "앞으로 더 많은 초대 기반 네트워크가 나오면 프라이버시와 회원 사이에서 콘텐츠를 지키는 게 핵심 차별 요소가 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앞서 언급한 리치 키즈와 마르크도 프라이버시와 독점성을 지키려면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사례로 보고서에서 언급됐고. 보고서에선 "프라이버시는 점점 더 중요해져서 클럽 안에서 이야기한 내용이 클럽 안에 계속 머물게 하려면 회비도 올라갈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사진=픽사베이이밖에 혐오발언 등 유해한 콘텐츠를 조정하는 것도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그 문제가 덜 와 닿을 수 있지만 인종차별을 비롯한 혐오발언은 해외에서 굉장히 중요한 이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가짜 뉴스나 유해 콘텐츠 유포 문제로 뭇매를 맞고 이를 조정하는 데 무수한 인력과 기술을 투입하는데도 이를 완전히 막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처럼 클럽하우스 같은 모임도 마찬가지 문제를 맞닥뜨릴 수 있을 듯하다. 이미 그런 문제가 있기도 했다고 하고.
클럽하우스는 비록 유니콘이지만 아직 초기 기업이니.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수준으로 대응하기도 어려울 수 있을 듯하다. 누군가 그런 전망을 했는데- 안드로이드 버전이 나오면 수습하기 어려워질 것 같다나. 어떤 사람들은 말하기 좋아하는 아재들이 벌써부터 점령하기 시작했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던데 안드로이드 버전이 나오면 더할 것 같다는 말을 하는 이도 있었다. 쾌적하게 사용하기 위해 이미 그들만의 리그로 남길 원하는 사람도 있고, 그 장점이 사라지면 다른 서비스가 떠오를 수도 있고. 돈 없으면 페이스북만 써야 하려나?
이런 트렌드 분석은 흥미로우면서 씁쓸함도 자아낸다. 과거에 프리챌이 커뮤니티가 잘 돼 있었는데 그때 유료화를 너무 일찍 도입했기 때문인지 서비스가 더 크지 못했다. 누구 말마따나 혁신은 반발짝만 앞서가는 게 적절한 듯도. 미래를 너무 일찍 내다보고 실행에 옮겨도 손해인 듯. 세그웨이처럼 말이다(세그웨이 만드신 분은 지금도 꾸준히 뭔가를 발명하고 계신다고). 온라인 유료 커뮤니티, 네트워크 시대가 이제 임자를 만나나 싶다.
사진=픽사베이그러나 내가 씁쓸한 이유는 프리챌이나 세그웨이가 시대를 너무 앞서가서 흥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어딜 가나 그들만의 리그는 있기 마련이고, 사람이 너무 많으면 현기증 나고 불편한 사람도 있으니 자신과 잘 맞는 소수 사람끼리 속닥거리며 지내길 원하는 것도 사람 본능이지만. 거기에 쩐이 붙으면 그들만의 리그는 더 강고해지고 그게 인기 요인이 돼 여기저기서 회자되면 거기에 끼지 못하는 사람은 자연스레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듯하다. 아마 난 박탈감을 느끼면서 괜찮은 척, 무심한 척하는 쪽에 낄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커뮤니티 활동을 평소 활발히 하는 사람도 아니고. 어쩌다 그런 데 참여하는 건 나름대로 고민하고 크게 마음먹었을 때 하는 활동이긴 한데- 난 패거리도 없고, 무리 지어 다니는 것도 즐기지 않는다. 1:1 만남을 선호하며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대 만남 인원은 3명? 물론 5명이서 만날 때도 있긴 하고. 딱히 할 말 없는 모임에 나갔을 때는 다수에 묻혀서 말을 아끼는 쪽이 편하지만- 주로 혼자서 다니고 앞으로 점점 더 사람보다 기계와 자주 대화할 것 같다 싶기도 하다.
이야기가 멀리 갔는데- 학교 다닐 때도, 사회 나와서도 이런저런 커뮤니티를 보긴 하지만 내가 엮일만한 모임은 별로 없더라는 것. 그냥 내가 이러저러한 모임이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싶기도 하고. 접점을 찾을만한 모임이 크게 보이지 않았다. 아예 참여 안 한 건 아니지만. 앞서 언급한 상류층 직장인 모임이나 인싸들 모임은 나와 전혀 연결고리가 없으며 비싼 회비를 내는 온라인 서비스라는 것도 날 위한 서비스는 아니다. 스푼 라디오로 방송 듣다가도 스푼 쏘는 게 부담돼서 이용을 중단하는 나인데 유료로 클럽하우스를 이용하는 것도 꺼릴 듯.
사진=픽사베이스푼 라디오를 그만 들으면서 느낀 건- '내가 너무 나이가 많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 서비스나 방송이 젊어서는 아니고, 젊은 세대는 별풍선이나 스푼 쏘면서 방송을 보고 듣는 게 자연스러운데 난 그런 후원 문화가 어색하고, 그걸 요구하는 분위기도 불편했던지라. 내 세대에 맞지 않나란 생각이 들었다. 일반화할 수 없는 것 같다. 난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또래인 누군가는 그렇지 않을 수 있으니.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고 있고 MZ세대가 주 고객층이지만 나와 안 맞는 것 같고. 광장에 혼자 서있는 기분에 지상파 라디오만 들을 것 같은.
유료 팟캐스트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 의구심이 있고, 시장성이 검증됐는지도 잘 모르겠다. 이야기가 자꾸 산으로 가는데- '새 트렌드를 접하고 공부하는 건 흥미로우면서도 스스로 배제된 기분을 확인하는 기분은 씁쓸하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다. 아무튼 난 좋아서 그런 걸 즐겨 이용하지 않더라도, 다른 세대를 이해해야 하고, 그러려면 새로운 문명이나 트렌드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도외시할 수는 없을 듯하다. 예상치 못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지도 모르고.
사진=픽사베이가끔 외롭거나 고독하긴 하겠지만 개인으로 어디에나 모듈처럼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도 괜찮다. 언젠가 모교회에서 목사님이 "넌 교회에서 누구와 친하니?"라고 물으신 적 있다. 그때 난 "전 그런 사람은 없고요. 그냥 누구와도 그때그때 잘 어울리면 좋겠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목사님이 "그래, 좋은 마음가짐"이라고 말씀해주셨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무리를 많이 신경 썼지만 대학생이 돼선 그런 데서 많이 자유로워졌다. 그러면서 저런 생각이 자리 잡았는데- 웬만한 성인은 다 그렇지 않나 싶다.
어떤 무리에 끼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소모적이란 생각도 드는데- 내가 미혼이고 자식이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럴 때마다 늘 떠오르는 게 C.S. 루이스 '내부 패거리' 이야기다. 패거리에 들고자 하는 욕구가 잘못된 건 아니니 부정할 것도 없지만. 동기와 본질을 생각해봐야 하고. 그런 데 끼고자 골몰할 시간에, 시선을 내게로 집중하고 자기 할 일부터 성실히 하며 남을 판단하는 데 에너지를 쓰지 말고 자신을 바라봐야 한다 싶다. 그러니까 상류층 직업인 서비스나 거기서 만남을 추구하는 사람을 가치 판단할 것도 없는 거다. 불우이웃이 아니면 나와 얼굴 볼 일 없는 사람을 너무 생각할 필요가 없다. 생각의 똬리를 괴상하게 틀었네.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