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일수록 에너지를 얻는 편
감사하게도 이번 주말에도 강원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지난번 정선 방문이 너무 좋았던지 이번 주말에도 가급적 떠나고 싶었다. 전부터 가고 싶었던 태백도 떠올랐고. 정선아리랑열차를 계기로 테마열차에 맛이 들려서 백두대간협곡열차를 타고 싶었다. 산 속으로 기차가 지나가면서 협곡도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이 열차는 태백까지 간다. 백두대간 협곡열차를 타고 협곡을 구경하다 태백에서 내려 현지를 방문하는 일정. 내 수요를 폭넓게 충족하는데 문제는 이 열차가 너무 인기가 많아서 표가 일찌감치 매진됐더라는 것.
일단 주중에 예약대기를 걸었는데- 다행히도 취소 표가 풀렸는지 내게도 기회가 왔다. 우선 영주에서 철암으로 가는 열차를 끊었다. 영주에서 청량리로 가는 KTX 기차표도. 청량리에서 태백 가는 무궁화호도 있는데 이 열차도 인기가 많은지 역시 일찌감치 매진됐다. 철암은 태백에 있으니 백두대간 협곡열차를 타고 철암에 가서 대중교통으로 태백역 인근에 가거나 현지를 구경하는 방법도 있다. 뭐, 이런 계산으로 일단 영주에서 철암 가는 백두대간 협곡열차부터 예매했다. 반대편 열차는 여석이 많아서 예매하지 않고 상황을 두고 보기로 했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항상 계획대로 또는 뜻대로 일이 풀리는 건 아니다. 요즘 빡센 평일을 보내고 있다. 새해부터 퇴근 시간이 많이 늦어졌다. 벌써 1월 하순인데 한달 가까이 이런 일상을 보내다보니 피로가 쌓이는 느낌도 든다. 1월 첫째 주, 둘째 주에는 주말에도 업무를 보거나 어떤 사건을 수습하느라 충분히 휴식하지 못했고. 그나마 셋째 주말부터는 주말다운 주말을 보내긴 했다. 그러고 평일은 다시 불태우는데- 지난 금요일에 귀가하고 나니 피로했고, 불금(?)을 누리고 싶은 마음에 여행이 살짝 귀찮기도 했다.
기차표 일정을 여러번 바꿨다. 영주에서 철암가는 협곡열차를 타려면 영주에서 오전 8시 30분 열차를 타야 했다. 그 말은 그 전에 청량리에서 영주까지 가야한다는 의미다. 청량리에서 영주 가는 KTX 첫차는 오전 5시 38분. 우리 동네에서 지하철 첫차가 그 시간에 있다. 아무래도 새벽 차를 타고 영주까지 가는 일정이 무리인 듯해 차라리 아침에 청량리에서 태백가는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오후 3시 53분께 철암에서 영주로 돌아가는 협곡열차를 타는 게 나아 보였다. 그렇게 일정을 수정했고, 표도 조정했다.
그동안 서울역이나 영등포역에서 기차를 많이 탔지 청량리역에서는 열차를 잘 타지 않았다. 지난번 정선 여행 때 제대로 된 여객 열차를 타봤고. 내 동선이 청량리발 열차와는 맞지 않고, 이전에 살던 곳은 청량리역과 무척 멀었기에 갈 일도 없었다. 현재 거주지에서 청량리 가는 길은 많이 단축됐다. 내가 가려는 곳도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차가 많기도 하고. 느낌적 느낌에 청량리에서 출발하거나 도착하는 열차는 새 열차도 많고, 좌석 등급이 높거나 쾌적한 차가 다수인 듯하다. 노선도 서울역에서 탈 때보다 더 다양하다 싶기도 하고.
그래선지 청량리역을 오가는 과정이나 청량리역에서 경험하는 인프라가 마음에 든다. 신선하기도 하고, 아직 새로운 게 많아서 재밌다. 이번에는 열차 출발 시간 전까지 좀 기다려야 해서 김밥도 사먹고, 우동도 사 먹었다. 왜 역에 가면 항상 우동이 먹고 싶은 걸까. 역에서도 우동을 많이 팔기도 하고. 다만 청량리역이 롯데백화점과 같이 있어서 우동을 사 먹으려면 롯데백화점 방향으로 들어가서 사먹어야했다. 출발 전에 폴바셋에서 당일 기차표 보여주고 커피도 할인받아 사 마셨다. QT도 하고, 차분히 태백행 열차를 기다렸다.
청량리~태백 무궁화호 열차 노선은 정선아리랑열차와 비슷했다. 거의 민둥산역까지는 그대로인 듯했다. 대신 이 열차는 사북역, 고한역에 정차했고 이 역들을 거쳐 태백역으로 향했다. 원래 동해가 종착역. 무궁화호를 오랜만에 탔는데 탑승하니 무궁화호 특유의 냄새를 오랜만에 맡았다. 지난 주말에는 눈도 많이 오고, 날이 흐렸는데 이번 주말에는 날씨가 참 좋았다. 화창하고, 차창 너머로 햇볕도 많이 쬐었다. 계절이 계절이다보니 스스로도 일조량이 많이 부족한 느낌. 무궁화호답게 정차도 참 많이 했다.
청량리~태백 무궁화호 열차에 걸리는 게 있다면 바로 지난주에 거쳐간 노선과 같은 경로를 또 밟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영주에서 협곡열차를 탔다면 청량리에서 영주까지 가야 하고, 태백에서 어떻게 돌아올지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출발할 때나 도착할 때 모두 새로운 경로로 갈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계획이 변경되면서 민둥산까지는 가던 길로 가야 했는데- 그래도 날씨가 달라져서 그런지 지겹지는 않았다. 오히려 날씨가 맑으니까 지난주에 보이지 않던 것도 보이는 듯하고. 정선을 이번에 경유만 하지만 일주일새에 또 보는 것도 반가웠다.
강원도의 크고 거대하며 깊은 산골짜기를 다시 보는 것도 좋았다. 더 가까이서 산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고. 지난 주말에 쌓인 눈이 산에 그대로 남아있어서 설경을 이루는 모습도 보기에 아름다웠다. 정선과 태백은 가깝지만 풍경은 또 달랐다. 이것도 날씨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토요일 하늘은 참 푸르고 구름 한점 없이 맑고 깨끗했다. 태백에도 산이 무척 많고 역에 도달하기 전부터 그 풍경이 눈에 들어오는데- 풍력 발전소가 돌아가는 모습도 기차에서 보여서 그런지 정선과는 느낌도, 인상도 달랐다. 역시나 설산으로 차별화됐고.
기차를 타고 영월에 오기 전까지는 졸다가 책을 읽었다. 영월을 지나면서는 창밖 풍경을 보는 데 집중했다. 여기서부터는 내가 좋아하는 풍경이 펼쳐지니까. 또 토요일 날씨가 너무도 좋으니까. 책은 해지고 어두울 때, 바깥 구경을 못할 때 보기로 하고. 음악을 들으면서 창밖을 내다보다 사진을 찍다가 금새 배터리가 바닥나고 있는 휴대전화를 급히 충전하러 오가고, 열차 통로 창밖을 보며 사진을 촬영하고. 바빴다. 책을 좋아서, 원해서 읽지만 의무감으로 볼 때도 많기에 스스로 과감하게 '지금은 안 봐도 돼'라고 내려놓을 수 있어서 좋았다.
사북과 고한은 정선, 아우라지와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주변에 숙박업소도 더 많은 듯했고. 특히 고한은 리조트와 더 가까운 듯했다. 사북과 고한에서 내리는 승객도 많았다. 아우라지는 산골짜기 중에서도 산골짜기 느낌이라 번화가 또는 도심과 완전히 구분된 느낌이 들어 좋았는데- 정선역도 비슷한 느낌인데 사북과 고한은 좀 달라보였다. 역도 아우라지역이 예쁘기도 하고. 그러고보니 청량리에서 열차에 탈 때 썰매를 짊어지고 탄 사람도 봤는데 혹시 이쪽에서 내렸으려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열차가 약 3시간 30분 정도 달려 태백역에 도착했다. 앞서 말한 구름 한점 없이 맑고 푸른 하늘, 설산이 차창 너머로 한 눈에 펼쳐지는데 너무 장관이었다. 놓치고 싶지 않아서 필름 카메라로 열심히 찍었는데 셔터 속도에 문제가 있어서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안 찍히고, 터널 안에 들어가거나 시야에 뭔가 가릴 때 찍힐 때가 있어서 이번에는 버리는 사진도 많을 듯하다. 그래도 몇장은 기대하기는 하는데- 열차가 목적지에 다와가서 그런지 승객들도 내릴 준비를 하며 일어나서 창밖 너머 태백 풍경을 바라보는데 같은 풍경을 공유하는 상황이 정겨웠다.
태백역에 내리니 플랫폼에 전구로 뭔가 열심히 단장한 흔적이 보였다. 아마 저녁에 저 전구를 켜지 않을까. 밤에 보면 예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백에 유독 그런 풍경이 몇몇 눈에 띄였다. 역사 건물은 현대적이라서 옛날 간이역처럼 빈티지하거나 아기자기하고 예쁜 느낌은 덜했다. 매점도 없고, 대신 자판기만 있고 역도 허전했다. 그래도 역무원은 있지만. 근데 역사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이 참 좋았다. 눈앞에 바로 설산이 길고 넓게 펼쳐지고. 역사를 나와보니 터미널도 바로 옆에 있고, 왠지 이쪽이 태백 시내 중심가 같았다. 은행이나 프랜차이즈도 많고.
오후 3시 53분에 영주로 가는 협곡열차를 타야해서 태백에 실제 머무르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2시간 40분 정도. 이럴거면 뭐하러 거기까지 갔냐고 할 수도 있지만. 더 일찍 도착했더라도 가까스로 한 군데 더 갈 수 있을 뿐이지 않나 싶었다. 뚜벅이로 다녀야 하고, 겨울에는 여기저기 다니기 힘들기도 하고, 가고 싶은 곳은 산에 많은데 봄, 가을이나 따스한 계절이 왔을 때 가는 게 나아 보였다. 아쉬운 게 있다면 지난 금요일부터 태백산 눈축제가 열려서 간 김에 구경하면 좋았을텐데- 거길 못 간 거.
짧은 시간동안 방문할 곳을 정해야 하는데 난 황지 연못과 철암 탄광역사촌에 가기로 했다. 황지 연못은 태백역과 가깝기도 하고, 여기는 낙동강이 발원하는 곳이라서 의미있었다. 철암 탄광역사촌은 어차피 철암역에서 열차를 타야 하기에 거기서 가까운 곳이니까 방문하기에 괜찮았고. 황지연못은 역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됐다. 걷는 동안 태백 시내를 구경할 수 있었는데 진폐증 환자를 위한 상담소나 이분들의 권익 문제를 돕는 노무사 사무실 여러 곳이 눈에 띄였다. 새삼 여기가 석탄도시, 탄광도시인 게 실감나고. 진폐증 문제 심각성도 와닿았다.
변호사 사무실도 보였고, 산부인과도 기억에 남았다. 인구 수는 정확히 모르지만 요즘은 도시에서도 산부인과나 소아과가 예전만큼 흔하지 않으니까 소도시에 산부인과라는 이름으로 병원이 있는 게 인상 깊었다. 그만큼 새로운 생명이 계속 태어나는 것도 좋은 일이고. 보도에는 눈이 아직 많이 쌓여 있었다. 혹시라도 미끄러질까봐 조심조심하며 길을 걸었다. 확실히 태백은 정선과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선은 군이고, 태백은 시라서 규모도 차이가 나겠지만 대도시에서 볼법한 브랜드 매장도 많이 보이고, 시내도 무척 번화했다.
확실히 산행하러 오는 사람이 많아선지 아웃도어 매장이나 패션 브랜드 매장도 제법 보였다. 설산을 배경으로 곳곳에 있는 옷 매장을 보니 여기가 산의 고장인 게 실감나고. 스위스가 많이 생각났다. 특히 스위스 인터라켄. 융프라우에 갈 때 거기서 열차를 여러번 갈아타고 가는데- 동네 분위기가 거길 많이 떠오르게 했다. 협곡열차 외관도 융프라우 갈 때 타는 열차를 많이 닮은 듯했다. 얼어붙은 길 때문에 조심스럽게 걸어서 그런지 황지연못까지 가는 10분이 평소 걷는 10분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황지연못 주변에는 공원이 조성돼 있는데 누군가 버스킹하고 있고, 단체 또는 소규모 관광객이 많이 보였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있고. 황지 연못은 규모는 생각보다 작지만 여러 연못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물이 엄청 깨끗했다. 낙동강이 이렇게 작은 연못에서 시작해 큰 물줄기를 이루다니. 경이롭기도 하고. 낙동강은 경상도, 영남의 젖줄 이미지가 강한데- 한강도 그렇고, 낙동강도 그렇고 강원도에서부터 이 강이 시작된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신선했다. 아무래도 지리 시간에 졸았던 게 분명하다.
황지연못을 둘러보는 데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36컷짜리 필름을 넣어왔는데 벌써 3분의 1을 기차 안에서 찍어버려서 남은 필름을 아껴야겠다 싶었다. 그래도 황지연못 사진은 필름으로 하나 남기고 싶었는데 갑자기 셔터가 안 눌리고, 플래시가 켜져 있고, 건전히 넣는 버튼도 열려 있어서 무슨 문제가 있는 줄 알고 당황했다. 이게 건전지 넣어야 찍히는 카메라는 아닐텐데. 혹시나 해서 건전지를 교체해야겠다 싶었는데 다이소가 가까이 있어서 편했다. 다이소에서는 건전지를 저렴하게 살 수 있기도 하고.
철암역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이 주변에서 버스로 30분은 걸렸다. 가까운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 운행 시간표가 정류장에 붙어있어 인상깊었다. 생각해보면 해외에서는 대도시조차도 시간표를 붙여놓긴 했다. 평소에는 몇분 뒤에 차가 도착하는지 안내하는 전광판을 보는 데 익숙하다보니 이렇게 차 시간표가 붙어있는 게 색다르고 신선했다. 차가 자주 오지 않아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어쨌든 4번 버스를 타고 철암역으로 향했다. 시내를 떠나 인적이 드문 마을, 기차역, 산 곳곳을 누비는데 덕분에 눈쌓인 산을 가까이서 실컷 구경했다.
정선에 갔을 때는 기온이 높은 상태에서 눈이 많이 온 터라 눈이 별로 쌓이지는 않았다. 저녁 이후에는 쌓였을 수 있지만- 태백에서는 눈이 엄청 쌓인 상태라서 버스 타고 보는 설산 풍경이 이채로웠다. 구름 한점 없이 맑고 푸른 하늘과 새하얀 설산이 참 잘 어울렸다. 풍경이 깨끗하고, 그 풍경을 보는 내 마음도 정화되는 기분. 이번에는 크고 높고 거대하며 깊은 강원도 산이 위압감을 주거나 마냥 무섭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제 구면이라서 그럴 수도. 그냥 산이 크구나. 눈이 참 많이 쌓였나. 날씨 좋네. 이런 감상만 남았다.
혹시라도 정류장을 놓칠까봐 많이 염려했는데 다행히 놓치지 않고 철암역에 내렸다. 대도시와 인구가 적은 중소도시의 버스 정류장 풍경은, 특히 탄광이 있는 마음의 정류장 주변 환경은 대도시와 참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에 내리니 바로 눈앞에 탄광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설산이 펼쳐지는데 주변에는 가게도 그리 많지 않았다. 기차역에 가게가 있긴 한데 다용도 가게 느낌이었고 역은 규모가 제법 됐지만 열차가 자주 서지 않아서 그런지 테마 열차 관광객이 방문객의 주를 이루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은 친절했다. 철암역에 들어와서 주변을 둘러보고 안내문을 보는데 역무원으로 추정되는 분이 다가와서 "방금 왔냐"고 물으시더니 가보면 좋을 만한 곳을 소개해주셨다. 난 탄광역사촌을 구경하려고 했는데 다행히 걸어서 5분도 안 걸릴 정도로 무척 가까웠다. 철암역과 주변 탄광촌이 과거에는 규모도 크고, 사람들도 많이 살고, 역무원도 무척 많았다고 했다. 그러나 석탄 합리화 정책 이후로 많은 탄광이 문을 닫고, 산업이 축소되면서 떠난 사람도 많은 듯하고, 없어진 가게나 건물도 다수인 듯했다.
그나마 한 라인은 없애지 않고 문화재 의미로 예전 간판을 포함해 건물을 계속 남겨두고, 전시장으로 재생했다. 옛날 페리카나 치킨 매장이나 식당 등 각종 가게 간판과 흔적이 그대로 있는데 수십여년 전 이 동네 모습을 더듬어보고 유추할 수 있어 좋았다. 내부에는 광부들이 신던 신발 등 작업복 관련 물품이 전시돼 있고, 연탄이나 도시락 등도 전시품으로 소개됐다. 건물에는 지하도 있는데 지하가 깊고, 계단도 좀 가파른 듯해서 오가는 길은 마냥 편하지만 았았다. 그래도 역시나 과거 그 동네 생활상을 짐작해볼 수 있어 사료적으로 가치있는 구성이었다.
역사촌을 둘러보며 과거 광부들의 고단한 삶과 탄광업이 한때 나라 경제를 짊어지고, 서민들의 먹고사니즘을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산업이란 사실을 배울 수 있었다. 과거 매몰 사고, 구조 현장 사진과 기록을 보면 숙연해졌고. 예전에는 여성 광부도 있었다고 들었다. 지금도 운영 중인 탄광이 있는데 6월이면 폐광한다고 들었다. 여기서는 광부들을 '산업 전사'라고 많이 표현했는데- 생명을 담보로 위험한 탄광 현장에서 일하며 고생하신 건 물론, 매몰 사고를 겪거나 진폐증으로 힘겨워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는 표현이었다.
주변에 지금도 영업 중인 식당이나 매점도 있지만 이날은 영업하지 않는 곳도 많았다. 구경와서 뭔가 사먹으려 하면 생각보다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은 별로 없어보였다. 태백 시내 쪽이 먹을 게 더 다양할 듯했다. 주변을 구경하니 슬슬 갈 시간이 다가오는데 점심을 따로 먹지 않아서 뭔가 간단히 요기는 해야할 듯했다. 협곡열차에서 먹을 요량으로 매점에서 감자떡과 찐빵을 몇개 샀다. 여기도 단체 관광객이 많아보였는데 어떤 분들은 매점에서 요리(?)를 주문해 드시기도 했다. 요리가 엄청 큰 건 아니고, 부침개 정도.
태백에 살만한 먹거리가 있는지 미리 조사하긴 했는데- 마음에 드는 건 별로 없었다. 그나마 디저트 거리로 연탄빵을 파는데- 그안에 맛있는 먹거리를 넣었겠지만 많고 많은 먹거리 가운데에서도 연탄빵은 미관상 보기 좋지 않았다. 거기에 아무리 복분자가 들어가더라도- 난 그 모양을 보면 현입이 될 듯해서 맛있게 먹는 데 방해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찐빵과 감자빵만 샀고, 괜찮은 먹거리가 많이 보이지 않다보니 선물용으로도 이번에는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이건 정선이 더 괜찮을 듯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