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클리핑, 외신 체크, 현장 발품팔이, 보고서-책 탐독
지난번 기자와 테크니컬 라이터의 기술 콘텐츠 접근방식 차이에 대해 글을 쓰면서 아이템 선정 기준과 방식을 비교했다. 오늘은 아이템을 찾는 방식과 자료를 조사하는 방법을 쓰려고 한다. 기술 콘텐츠는 한정적일 수 있어서 IT 이슈를 추릴 경우와 함께 아울러 설명하려고 한다. 이는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 방식이기 때문에 누구에게 추천할만한 방법은 못된다. 효율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저 이 방법은 좋은 글을 쓰려는 내 몸부림의 일부로 이해하면 좋겠다.
기자로 일할 때는 '이번 주는 내가 기술 기사를 쓰겠어' 이런 생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우선 그 주 이슈를 추렸다. 난 사업 이슈나 투자 소식, 기술 이슈를 모두 조사했다. 그 말은 이슈 내용이든, 투자 내용이든, 기술 내용이든 일단 최근 화제가 되면 다 건져 올렸다는 의미다. 이 가운데 사안의 경중에 따라 우선순위를 매겼다. 다루면 좋을 이슈를 중심으로 아이템을 정리했다. 그게 사업 이슈, 투자 소식, 기술 이슈가 될 수 있다.
이슈는 어떻게 찾을까? 당연히 뉴스를 본다. 수습기자일 때 선배가 내게 먼저 지시한 일은 밤새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IT기업의 외신 보도를 매일 3개씩 한글 기사로 쓰는 거였다. 그대로 베끼면 안 되고 핵심 내용을 추려서 스트레이트로 써야 한다. 사실 연합뉴스 참조해서 많이 쏘겠지만 그때는 그런 것도 몰라서 그냥 외신 찾아서 번역해서 내용을 재구조화해 기사를 썼다. 게임 담당 선배 밑에서 수습할 때는 외신을 5개씩 썼고, 통신 담당 선배 밑에 있을 때는 외신 클리핑만 했다. 아무튼 그렇게 밤새 나온 유수 글로벌 IT 기업의 주요 외신을 살펴보고 선배들은 중요한 내용은 키워서 기사를 썼다. 내가 정리한 건 기사 작성 연습 겸 선배들 보고용이었다.
온라인 미디어에 와서 IT 기자를 할 때는 수습기자 때 행태대로 외신 기사를 따로 쓰지는 않았다. 외신은 늘 참조하지만 수습 때처럼 매일 아침 뒤지지는 않았다. 웬만한 주요 소식은 이미 기사화됐기 때문에 그걸 체크하되 한걸음 더 들어가서 깊이 파보는 정도였다. 대신 발제 전에 시간을 정해 주간 주요 소식과 글로벌 IT 기업의 주요 일정을 탈탈 정리했다. 수습기자 시절엔 선배가 일러준 대로 야후 뉴스로 검색하고 CNET 등 주요 매체에 들어가서 이슈를 확인했다. 몇 년 지나서 보니 야후 검색 결과는 별로 좋지 않은 듯해서 구글로 주로 검색했다.
난 글로벌 IT 기업과 스타트업, 기술 콘텐츠를 주로 쓰다 보니 기업을 중심으로 이슈를 찾았다. 그러나 처음부터 구글링을 하지 않았다. 효율적이지 않기도 하고 정말 중요한 이슈는 시장조사기관이나 주요 매체 뉴스레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난 CB 인사이츠와 크런치베이스 뉴스레터를 활용했다. 여기엔 주요 기업 이슈는 물론 글로벌 스타트업 이슈나 투자 소식이 매일 날아왔다. 난 그걸 보고 우선 중요한 이슈를 확인해서 메모했다. 스타트업의 경우 투자규모가 이례적으로 크거나 사업 모델이 시장을 파괴적으로 혁신할 정도로 완전히 새로운 곳인지 파악하는데 이런 뉴스레터 클리핑이 도움됐다. CB 인사이츠에서는 정기적으로 보고서를 내는데 이것도 아이템을 잡는 데 도움됐다. 뉴스레터에 새로운 보고서를 소개하기 때문에 이슈와 함께 파악할 수 있어서 유용했다.
그러나 여기서 만족할 수 없었다. 내가 놓친 소식이 있을지 모르니 구글링도 필요했다. 이에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기업을 키워드로 검색했다. 우버, 위워크, 에어비앤비, 그랩 등 기업가치 순으로 주요 글로벌 스타트업도 키워드로 검색했다. 이때는 위키백과의 유니콘 목록을 참고하면 좋다(이건 전 직장 대표가 알려줬다). 거기 나온 기업가치가 정말 정확한 건 아니디. 대략적으로는 맞으니 내가 조사해야 할 유니콘 순위를 참고하기엔 나쁘지 않았다. 물론 거기서 모든 유니콘을 다 찾아보지는 않았다. 지속적으로 이슈가 되고 사람들이 많이 관심 갖는 곳을 중심으로 봤다.
물론 이게 끝이 아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 벤처비트에 따로 들어가서 이슈를 확인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기술 이슈를 파악하기에 좋았다. 딥페이크 같은 아이템을 기사화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이 매체 영향이 컸다. 벤처비트는 말 그대로 스타트업 소식을 조사하는 데 유익하고(이것도 전 직장 대표가 알려줬다). 이밖에 국내 KT경제경영연구소 홈페이지인 디지에코에서도 IT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정기적으로 올라온다. 사실 국내 자료 중 가장 쉽게 파악할 수 있는 플랫폼이 바로 여기인 듯하다. 유통을 담당할 때도 디지에코는 꾸준히 들어가서 보고서를 봤다. 한국무역협회 홈페이지에 해외 소식 모아놓은 게시판도 종종 들어갔다.
이런 자료조사 외에 현장에 가서 아이템을 낚는 방법도 있다. 특히 기술 콘텐츠가 그랬다. 기술 콘퍼런스나 세미나 같은 장소에 가서 발표를 듣고 기사화 할만한 아이템을 건져 올린다. 감정분석 기사가 그 예였다. 마침 구글 행사에서 스타트업 캠퍼스에 입주한 어느 스타트업이 발표했는데 그곳이 감정분석 기술을 갖췄다. 그러나 기사화를 결정한 건 SK텔레콤 트루 이노베이션 세미나에서 발표한 또 다른 감정분석 기술 스타트업 발표를 듣고 나서였다. 그들 발표를 듣고 나서 구글 행사에서 본 그 스타트업이 떠올랐고 감정분석 기술을 들여다보는 기사를 썼다.
그러나 위에 설명한 건 한걸음 더 들어가서 깊이 있게 다뤄야 할 IT, 기술 아이템을 찾을 때 활용한 방법이다. 콘텐츠 작성에 필요한 본격적인 자료 조사 방법은 다르다. 기술 콘텐츠의 경우 보고서와 논문을 우선으로 찾았다. 이는 개념 규정이나 기술 발전과정, 기술 작동과정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깊이도 있고. 이런 자료를 비교적 쉽게 찾는 방법은 키워드에 'pdf'를 붙여 검색하는 거다. 자료는 연구소 보고서도 있고, 딜로이트나 맥킨지 같은 컨설팅 기관에서 낸 보고서도 있다.
기술기업의 주요 솔루션 소개자료나 그들의 블로그도 좋은 자료원이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스타트업의 콘텐츠도 괜찮다. 기술기업에서는 자체적으로 자신들의 기술을 둘러싼 시장환경이나 개념, 필요성, 전망을 아우른 보고서를 만들기도 한다. 최근 본 자료 중에서는 싱가포르 리테일 기술 기업 트랙스의 컴퓨터 비전 보고서가 좋았다. 앞서 언급한 기술 콘퍼런스나 기술 세미나에서 들은 내용도 콘텐츠에 인용할 수 있다. 어려운 기술의 경우 유튜브나 기타 동영상 콘텐츠에서 쉽게 설명한 내용이 도움된다. 관련 기업의 유튜브 채널을 보는 것도 좋다. 플라잉카 기사를 쓸 때는 관련 기업의 유튜브 영상도 많이 봤다.
글로벌 IT 이슈의 경우,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서 외신을 많이 참조하게 된다. 그들이 낸 보도자료가 있다면 그 원본을 보는 게 더 정확하다. 마크 저커버그나 트럼프는 SNS에서 중요한 발언을 많이 하기 때문에 그들의 SNS 게시물을 직접 보면 좋다. 외신의 경우 분석 내용을 참조하되, 거기에 어떤 보고서나 시장조사 내용을 인용했다면 그 원본 자료를 확인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글로벌 IT기업이 핀테크를 강화하는 움직임과 그 배경을 분석한다고 하자. 여기엔 세대론도 작용하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어떤 조사자료가 있다. 외신의 장점은 국내와 달리 참고자료의 링크를 꼭 건다는 점이다. 그 링크를 눌러 원본 자료를 직접 검토하면 외신에는 언급되지 않은 다른 정보나 통찰도 얻을 수 있다. 그게 콘텐츠 만드는 데 도움되기도 하고. 글로벌 스마트 스피커 판매량 기사의 경우,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의 통계를 인용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직접 들어가서 자료를 보는 게 낫다. 이건 유료 회원만 볼 수 있겠지만 PR 뉴스와이어 같은 데 보도자료가 있을 테니 그거라도 보면 좋다.
콘텐츠 작성에 필요한 자료 조사 방법은 테크니컬 라이터로 기술기업의 콘텐츠를 쓸 때도 마찬가지로 활용한다. 무조건 보고서와 논문, 책이 우선이다. 최소 3개는 보는 게 좋다. 자료는 배 이상 찾아야 한다. 자료 옥석을 가려 그나마 건질만한 게 최소 3개란 의미다. 기사나 칼럼 같은 건 후순위다. 이는 트렌드 파악용으로 가볍게 보는 게 낫다. 기사는 깊이가 부족하기 때문에 너무 시간을 많이 들여 보지 않는 게 좋다. 이건 기자가 되기 전 한겨레문화센터에서 배운 내용이다. 글에 참고할 자료는 논문, 책에서 우선 찾으라고. 오늘은 이 정도로 정리하고 추가할 내용이 있다면 다음에 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