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경험 어려우면 책이라도 자주 읽고, 일상 글이라도 더 써야 할 까닭
유독 몸을 일으키기 힘든 주말이 있다. 돌이켜 보면 올해 1분기가 그랬고, 이번 주말도 그런 나날이었다. 육체 피로는 당연한 일상이라 그러려니 하지만 마음이 심히 괴롭고 부대낄 때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걸 느꼈다. 아님 신체 활동이 적고 거의 이동하지 않은 채 책상 앞에 너무 오래 앉아 머리 싸매는 날의 연속이라 그랬는지도. 단지 그러기만 한 게 아니라 내가 생각하기에 일어나선 안될 일까지 벌어질 때 감정을 많이 쓰고, 머리가 복잡하다 못해 두통이 계속된다. 주말 동안 그 좋지 않은 기운을 벗어냈을까. 잠시 잊기는 했지만 마음 한켠은 불편하다.
최근에는 오랜만에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어버이날 전에 본가에 다녀왔는데 이번에는 본가에서 집에 방문해 평일, 주말 같이 있었다. 평일에는 업무 때문에 시간을 내기는 어렵고, 그냥 한 공간에 있을 뿐이었는데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같이 있는 것 자체가 의미 있었다. 주말에는 몇 시간 같이 못 있긴 했지만 커피와 다과를 함께 나누고, 저녁을 먹고 기차역까지 손잡고 배웅하고, 간식을 챙겨서 좌석에 갖다 드리고. 이렇게 쓰고 보니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한 것 같기도 하다. 이제는 평범하지 않은 일상이라 먹먹하다.
3~4월에는 꽃이 많이 피어서 주말에 꽃구경하기 바빴는데 지금 작약철이고, 장미 축제도 진행 중이지만 꽃구경에 집착하는 일은 줄었다. 녹음을 차분히 감상하고 즐길 때. 며칠 전 어머니가 올림픽공원에 다녀오시면서 오랜만에 긴 시간 산책하셨는데 피톤치드 향이 진하게 나서 깊은 인상을 받으셨다. 나도 최근 주말이나 휴일에는 올림픽공원에 자주 갔다. '5월은 계절의 여왕'이란 말이 실감 날 만큼 녹음과 푸른 하늘, 따사로운 햇살, 맑은 날씨가 조화롭게 잘 어우러졌다. 그 풍경이 너무 아름답고, 녹음 아래 벤치에서 독서할 때 자유로움도 느꼈다.
꽃구경할 때는 누군가와 동행했는데 그렇다 보니 최근에 혼자만의 시간을 잘 갖지 못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주말에 일부러 그런 시간을 좀 만들려 했다. 내게 혼자 있는 시간은 책 읽고, 글 쓰며, 생각하는 시간인데 사람들 틈에 있으면 그러기 어렵다. 관계에서 얻는 기쁨도 크고, 배움도 있지만 혼자 사색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방향을 세우는 시간도 필요하다. 나는 그래야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렇기에 가까운 사람도 적정선에서 거리를 둬야 하고. 한동안 그걸 눈치(?) 볼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그러지 않아도 되겠다 싶다.
예전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일상이고, 내겐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혼자인 시간이 많았기에 어떤 좋은 관계라도 내 일상을 나누고, 시간을 내야 되면 스트레스받을 때가 많았다. 머릿속에는 끝내지 못한 일, 업무 부채가 떠다니는데 '혼자 시간을 보내면 그걸 좀이라도 더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일을 진척시켜야 불안을 조금이라도 더는데', '내가 이럴 때인가' 그런 생각 때문에 다른 사람과 보내는 시간을 마냥 마음 편히, 여유롭게 보내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래서 다른 공동체를 더 만들고 싶지 않았다. 이기적인 마음이지만.
지금은 눈치껏 시간을 내려면 낼 수 있겠다 싶고, 그 스트레스를 관리할 여력은 생긴 듯하다. 그러나- 이 이상 고리를 더 만드는 건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 살면 살수록 이러저러한 상황에 대처하는 요령이나 노하우는 조금씩 생기지만 여전히 어렵기 때문이다. 내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거나, 상대방을 즐겁고 기쁘게 하는 일이 엄두가 나지 않고 부담스럽다. 멋모르던 시절에는 그냥 하면 될 일이었을지 모르고, 지금도 그래도 될 수도 있지만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더 조심스럽고 더 꺼린다.
아무튼 최근 주말에 혼자 있는 시간을 더 가졌고, 내게는 그 시간이 자양분이 되기에 좋았으며, 꼭 필요했던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이 시간을 확보하고, 지켜야겠다 생각하고, 요령껏 그 시간을 잘 만들어야 한다 싶다. 특별히 새롭거나 다채로운 경험을 하지는 않기에 책은 꾸준히 봐야 하고, 매주 정한 할당 독서량은 채워야 한다. 책을 읽고 뒤돌아서면 금방 잊지만 그러니까 계속 봐야 하는 것 같다. 또 정말 중요하고, 당장 쓸만한 건 쉽게 잊히지 않는다. 그렇다고 기억에서 지워지는 게 중요하지 않아서 그런 건 아니지만.
올해 뉴스레터 업무를 수행하면서 독서와 업무를 더 잘 호환할 수 있게 됐다. 뉴스레터 인사말을 쓰는데 소재가 늘 필요하다 보니 평소 읽는 책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다. 인사말은 보통 4~5 문장 쓰는데 책에서 얻은 정보와 아이디어를 연결해서 최대한 짧은 내용 안에 주제의식을 전달하도록 애쓴다. 처음에는 날씨나 일상적인 이야기를 썼는데 콘셉트에 맞지 않는단 생각도 들고, 내용도 구구하고, 시간이 지나 보니 오글거리는 느낌도 있어서 건조하면서 알차고 간결하게 써야겠다 생각하고 지금 방식을 택했다.
뉴스레터는 격주에 한 번 만드는데 생각보다 차례가 금방 돌아온다. 중간에 휴일이 끼어있으면 작업 시간이 짧기도 하고, 시간이 빨리 흐르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책에서 배우고 깨달은 내용을 글에 활용하는 빈도가 더 잦아진 것 같기도 하다. 뉴스레터에서 다루는 콘텐츠는 분야가 정해졌기에 평소 읽는 책 내용을 바로 활용하기 어렵지만 인사말은 분야에 얽매이지 않고, 범용 성격이 있다 보니 책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접목할 수 있다. IT 서적도 있고, 자기 계발 서적도 있다.
평소 콘텐츠 아이템을 기획하고, 제작하고, 다른 사람 콘텐츠도 리뷰해야 하다 보니 독서는 필수다. 꼭 책에만 한정할 필요 없고 다양한 콘텐츠를 봐야 한다. 우리 콘텐츠만 보지 말고, 남의 콘텐츠, 특히 다른 좋은 콘텐츠를 많이 봐야 한다. 모범 사례를 많이 봐야 배울 점도 얻고, 이를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고 실행할 수 있으니. 콘텐츠를 만든다면 당연히 다른 사람의 좋은 콘텐츠를 많이 봐야 한다. 이를 참고해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할 점을 찾아 실행해야 하며, 그대로 따라 하거나, 자기복제하는 건 금물.
독서를 좋아하지만 의무감에서 하기도 한다. 간혹 그 의무감 때문에 독서가 귀찮을 때도 있는데 그럴 때일수록 책을 봐야 한다 생각하고 어떻게든 본다. 미뤄지더라도 그 주안에는 할당량을 꼭 채우도록.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책에서 꽂힌 내용이 있으면 브런치에 자주 썼는데 요즘은 그게 뜸해졌다. 2년 넘게 브런치에 글 쓰지 않기도 했고, 그게 아니라도 글 쓰는 게 일상 업무라 브런치에 자주 쓰지 않는 일상에 익숙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콘텐츠는 다양한 장르, 유형, 분량으로 써보는 게 좋다 싶다. 그게 사고력이나 어휘력 증진에도 도움이 되고.
그래서 최근에는 몇 달 전에 읽은 책을 소재로 브런치에 글을 쓰기도 했다. 많이 와닿는 내용이라 언젠가 생각을 풀어내고 싶었고, 그 생각이 무척 간절했는데 자꾸 미뤄지면 영영 못 쓸 듯해서 하루는 결심하고 그냥 썼다. 처음 그 주제로 쓰고 싶었을 때 바로 썼다면 더 풍부하고 명료하게 생각을 정리할 수도 있었을 텐데- 영감을 준 자표 출처도 여러 개였다. 그러나 그걸 잊기도 했고, 비슷한 걸 찾기는 했지만 저격성 글이 될 듯해서 공개적으로 쓰지 않고 혼자만의 생각으로 묵히기로 했다.
요즘 아쉬운 게 있다면 단어도 잘 까먹는다는 거다. 일상적인 표현이라고 해야 하나. 오늘은 대화하다가 '사변적'이란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생각나서 말을 했는데 내가 이 단어를 잊다니. 혹자는 AI는 사람 뇌를 닮아서 뇌를 최적화하기 위해 환각 현상도 생기는 거라고 하지만, 잘 까먹는 게 잘못된 건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모르겠다. 꼭 필요한 말이나 글은 규격화된 표현의 틀 안에서 너무 진부하지만 않게 적재적소에 용어를 골라 쓰는데 더 창의적으로 써야 할 글, 그렇게 내뱉어야 할 말, 또는 정리해야 할 생각에는 어휘력 빈곤을 느꼈다.
그래서 책을 더 자주 보고, 일상 글도 더 자주 써야겠다 싶었다. 업무에 쓰는 글과는 다양하고 폭넓은 생각, 표현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주제와 형식이 자유로우니. 책은 바쁘다 보면 주말에 몰아 읽는데 그보다 평일에 조금씩 읽는 걸 선호하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일 조금씩 하는 게, 하루나 이틀 몰아서 한 번에 하는 것보다 학습 내용을 더 잘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되는 듯해서. 기억까지는 아니라도 더 자주, 오래 그 주제를 생각하게 돼서. 생각을 발전하는 데 매일 조금씩 읽기가 도움이 되는 듯하다. 일주일 만에 읽으면 그전 내용을 곧잘 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