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대로 써보기
1년 만에 남기는 브런치 글. 지난해처럼 올해도 마지막 날에 글을 끼적여본다. 이제는 글을 끼적여도 노트에 남기거나, 로컬 환경에서만 저장해 이런 공개 플랫폼에 내 생각을 쓰고, 내 삶을 남기는 게 많이 어색해졌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불과 4~5년 전에 쓴 글만 봐도 참 미성숙했다 싶다.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았나 싶다. 안 해도 상관없고, 별 의미도 없는 자기주장. 덕분에 생각은 정리할 수 있었지만 불필요한 말이 대부분이었다.
나이가 들어선 지, 그냥 내가 변한 건지 한해를 회고하면서 이러쿵저러쿵하고 늘어놓고 싶지 않다. 아마 공개 플랫폼이라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노트나 로컬 환경에서는 이런저런 말을 쏟아낼지도 모르겠다 싶지만 그것도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아무리 비공개로 나만 보는 글이라도, 어떤 생각과 감정은 활자화되거나, 언어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는 게 나을 때가 있다. 생각조차 죄처럼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누군가를 공격하는 건 아니고, 솔직한 생각을 쓸 뿐이지만 그 생각이 부적절하게 느껴지거나, 말이 씨가 될까 두려워(실제 그러한 내용도 아니지만) 비공개로도 말을 아끼는 게 편한 것들.
이게 꼭 나이가 들기 때문은 아니지만 난 나이가 들어서 이런 변화가 찾아왔기에, 아님 내가 나이를 먹으면서 변했기에 그냥 '나이 듦'을 변화의 원인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 변화가 좋다. 예전에는 글로 내 얘기하는 데 안달 났다면 지금은 그런 성향은 많이 약해진 듯하다. 힘이 없어서 그런 것도 같고, 체력이 떨어져서 그런 것도 같고, 정신적으로 지쳐서 그런 것도 같다. 이제는 정말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써야 하기에 불필요하거나, 의미가 없어진 일에는 되도록 에너지를 아끼려 한다. 그게 브런치에 글 쓰는 일만 그런 건 아니다. 그것 외에도 흥미와 열정을 갖고 한 일들. 여행이든, 관극이든.
내 입장에서는 이 변화가 일종의 성숙의 증거(?) 또는 결과인 듯해 나쁘지 않다. 내 이야기를 못해 전전긍긍하지 않고, 들어줄 사람도 그리 필요하지 않다. 알릴 이유도 없고, 타인의 공감이 내게 에너지가 되지 않으며, 원하지도 않는다. 누가 내 수고를 알아줬으면 하는 것도 기대치를 없애다시피 최대한 낮추는 걸 훈련하고 있고, 좀 적응이 되는 것 같다. 물론 사람이니 늘 초연할 수는 없다. 부끄럽지만. 그렇지만 조금씩 바뀌기에 익숙해지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누군가의 반응을 얻어야 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기에 여기에 무심해지는 게 그리 좋은 건 아니란 생각도 한다.
회고글로 작성하고자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쓰지 않았다. 그 또한 개인적으로 수기나 로컬로 정리할 듯하지만. 올해는 남다른 한 해였다. 개인적으로도, 일적으로도. 숫자에 불과하지만 내 인생의 한 챕터를 덮는 순간이라 느껴 연말에 비감한 기분을 곧잘 느꼈다. 하지만 차분하게 이 순간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다. 그것에 감사하다. 가족과 함께할 수 있음에. 인생의 정오에 이르게 됐고, 아직 더 회고하고 정리하고 방향을 세워야 할 일이 그 어느 때보다 많다고 느끼는 2025년 마지막 날이다. 미리 준비하면 좋았을 텐데 새해에도 그 과제를 수행하는 일을 이어갈 듯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2025년을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해야 해서 이 글은 여기까지 줄인다. 내년에는 여기에 무슨 이야기를 남기게 될까. 유쾌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