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AI 기술 콘텐츠를 쓰는 방식

시의성 있고 중요한 주제지만 전문성 한계를 많이 느낀 분야

by 딱정벌레
사진=셔터스톡

가장 최근 마감한 글은 헬스케어 AI 기업의 기술과 의의를 다뤘다. 이 주제를 선정한 이유는 코로나 19 때문이었다. 코로나 19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는 분야는 다양하다. 그래도 촉망받는 분야는 헬스케어다. 이전에도 헬스케어는 AI을 활발히 도입하는 분야였다. 벤처캐피털의 관심도 높다. 코로나 19의 핵심은 건강, 의료다. 이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헬스케어 AI에 관심이 많이 가는 게 당연하다. 관련 기업도 자신의 기술로 전염병을 퇴치하는 데 어떻게 도움을 줄지 많이 고민한다. 여러 주제 중 시의성 있고 가장 중요한 주제를 다룬다면 당연히 '헬스케어와 AI 관련성'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이걸 어떻게 풀어갈 거냐는 것. 코로나 19 시대에 AI 활용 현황을 다룬 보고서는 이미 있다. 언론 보도도 많이 나왔다. 내용은 기업별 활용 사례를 주로 다뤘다. 전염병이 현재 진행형이라 새로운 사례도 꾸준히 나온다. 사례는 현황을 빠르게 훑기에 좋다. 그러나 내용 깊이는 아쉽다. 기술 자체를 다루기보다 '이 기술을 이런 데 쓴다' 이런 내용이 중심이니까. 내용도 길지 않다. 여러 분야별로 많은 기업 사례를 넣다 보니 내용이 간단하다. 백과사전식 정보. 나도 코로나 19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AI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빅 테크 기업은 무엇을 하는지를 정리할까 했다. 그러나 이미 나온 내용인데 이를 답습할 필요는 없다.

코로나 19를 해소하기 위해 헬스케어 AI 기업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이것만 내용을 쓰기엔 내용이 충분치 않다. 역시 이미 나온 내용이기도 하다. '헬스케어 AI는 이런 분야에 쓰인다'라고 풀 수도 있다. 그러나 조사과정이 길다. 최대한 많은 기업을 조사해야 하기도 한다. 코로나 19 시대에 헬스케어 AI가 주목받지만 이건 이를 다루는 이유 즉, 도입부로 푸는 게 낫다고 봤다. 관련 기업의 전염병 위기 대처방안에만 좁히지 말자고 생각했다. 언급할 수는 있지만 이건 곁가지 내용이고. 해당 기업의 AI 기술에 초점을 다룬 글을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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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중요한 건 그럼 몇 개 기업 사례를 다루면 좋겠냐는 것. 다다익선을 지향점으로 삼으면 기업별로 내용을 짧게 쓴다. 그렇다고 이때 자료를 적게 보는 건 아니다. 전 직장에서는 특정 주제로 기업 10개, 20개 사례를 담은 콘텐츠를 종종 썼다. 모 벤처캐피털의 투자받은 기업, 올해 유니콘이 된 기업 등. 내용을 짧게 써도 기업별로 최소 자료 3개를 봐야 한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내용을 조사하기도 한다. 거기가 뭘 하는 곳이 정확히 이해해야 하니까. 난 내용을 늘이는 것보다 줄이는 게 더 어렵다. 지우면 된다. 그러나 꼭 필요한 내용만 남겨야 하고 흐름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기술은 특히 그렇다. 작용과정을 자연스럽게 설명해야 하니.

최대한 많은 기업을 다루고 싶다는 욕심은 욕심대로 들고. 이제는 그렇게는 하고 싶지 않고, 그럴 이유도 없다고 판단했다. 어떤 해외 시장조사기관에서 매년 선정하는 AI 기업 100개 명단이 있다. IT 업계에서 관심이 높다. 거기서는 올해 헬스케어 AI 기업 13곳을 꼽았다. 난 이중 5개 기업을 추렸다. 여러 기업 중 분야 다양성을 고려해 다섯 곳을 추렸다. 처음에는 기업가치도 고려하고 싶었지만 기업마다 공개, 비공개 여부가 달랐다. 그렇다 보니 일률적으로 줄을 세우기 어려웠다. 각사가 AI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짧게 파악했다. 이어 신약개발, CT 스캔 분석, 소변 키트 개발+분석, 스마트 청진기+소리 분석, 의료 데이터 플랫폼 기업을 꼽았다.

조사할 때는 보고서와 각사 홈페이지, 제휴 기업 블로그, 언론 보도, 크런치 베이스, 링크드인을 함께 봤다. 보고서에서는 헬스케어 AI 기업 투자동향, 코로나 19 시대 AI 역할 논평을 참고했다. 홈페이지와 제휴 기업 블로그는 해당 기업의 기술을 이해하기에 좋다. 기술 기업의 장점은 홈페이지에 자신의 기술을 조목조목 정확히 설명한다는 것. 이들은 케이스 스터디로 고객사 활용사례도 보여준다. 한 기업의 기술만 글로 쓰면 케이스 스터디 내용까지 다 보면 좋다. 그러나 여러 기업 기술을 쓸 때는 넘어가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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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휴 기업 블로그나 언론 보도는 기술 작용과정을 더 쉽게 이해하고, 최근 현황을 파악하려고 본다. 언론은 누구든 읽고 쉽게 내용을 파악하도록 기사를 쓴다. 인터뷰도 있고. 이번에는 이들 기업이 코로나 19 위기에 뭘 하는지 파악하는 데 언론 보도를 주로 활용했다. 정말 큰 도움이 됐던 건 엔비디아 블로그였다. 글에서 다룬 어떤 기업이 엔비디아 고객사였다. 이들이 신약을 연구할 때 병든 세포를 어떻게 분석하는지 이해하는 데 엔비디아 콘텐츠가 유익했다. 큰 기업의 기술 콘텐츠에서는 배울 게 많다. 내용이 충실한 건 물론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풀어서 쓴다. 대기업 보도자료를 보면 그대로 올려도 될 만큼 매끄러운데 그 느낌도 든다.

이밖에 크런치 베이스는 기업 연혁과 창업 멤버, 링크드인은 프로필을 파악하려고 봤다. 그 전에도 특정 기업에 집중한 글을 쓸 때 두 사이트를 늘 봤다. 크런치 베이스는 작년에 유료 구독도 했다. 실수로 한 구독이었으며 비용도 엄청났다. 무료 체험에서 끝내지 않고 자동 결제한 내가 바보였지만. 어차피 기사 쓸 때 참고해야 할 사이트니까 최대한 활용해보자고 생각했다. 유무료일 때 공개하는 정보가 다르기 때문이다. 크런치 베이스 정보가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다. 간혹 빠진 것도 있는 듯하고. 한 기업이 여러 개의 벤처캐피털을 만들기도 하는데 분류가 시기에 따라 달라질 때도 있다.

내용 구성을 두고 고민이 많았다. 여러 기업을 같이 다루기 때문에 창업 배경은 길게 쓰지 않았다. 링크드인을 참고해서 출신성분만 간단히 썼다. 뭐하던 사람인지 이런 것만 보여줬다. 이 글에서는 기술이 주요 내용이어야 한다고 봤다. 기업이 하는 일, 몇 년도 설립, 창업 멤버를 간략히 언급했다. 이어서 핵심 기술과 활용 분야를 썼다. 하드웨어도 만드는 기업이면 제품도 다뤘다. 기술은 작동과정을 자세히 썼다. 예를 들어 '화합물을 병든 세포에 넣었을 때 세포가 건강한 세포에 가깝게 변하면 이건 질병 치료에 효과적인 화합물로 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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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은 이들 기술 의의를 담았다. 기술 콘텐츠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이 기술이 어떤 의미가 있느냐'라고 늘 생각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독자나 잠재 고객에게 그 기술이 와 닿을 수 있으니까. 여기서 이 기술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무엇을 도울 수 있는지를 다룬다. 예를 들면, 이 기술을 썼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도 비교했다. 마지막으로는 코로나 19 위기에 대처하는 이 기업 활동을 담았다. 그게 있는 기업도 있고 없는 기업도 있었다. 대체로 있긴 했다. 데이터를 공유하거나 자신들의 소프트웨어를 지원하고, 어떤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식이었다.

헬스케어는 전문 분야 중에서도 난이도가 높다. 전문 용어가 많고, 중간중간에 용어를 설명해야 했다. 특히 질병을 가리키는 용어가 그랬다. 심잡음, 심방세동 등이 그 예다. 영어 사전도 봤지만 의학 용어를 설명한 다른 사전도 함께 봤다. 번역할 때 주의할 점은 업계에서 쓰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heart sound는 의료계에서 '심읍'이라고 부른다. 이런 걸 확인하지 않으면 심장 소리라고 쓸 수 있다. 지난 주말 마취과 의사인 이종사촌 언니 1과 이 대화를 나눴다. 언니가 "나한테 연락하지 그랬어"라고 말하는데 뒤늦게 그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시의적절하게 도움을 요청할 줄 알아야 한다.

글 쓰는 순서는 자료 조사-번역, 자료 정리-초고 작성-1차 퇴고-사실관계 확인-2차 퇴고-3차 퇴고-이미지 편집-마지막 퇴고 이랬다. 이번에는 그 어떤 내용보다도 내게 익숙지 않다 보니 작업 시간이 정말 오래 걸렸다. 초고를 쓰면서도 자료를 더 찾아봤다. 퇴고도 오래 걸렸다. 기업당 1쪽씩 내용을 썼다. 결국 거기서도 여러 가지 내용을 다루다 보니 기술을 깊이 있게 쓴 것 같지 않다. 배경지식 없는 내가 깊이 있게 그걸 이해하느냐도 문제. 이럴 때 도망가는 구멍이 하나 있다. "너무 깊이 있게 쓰면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 "이 정도로 쓰는 게 읽기 나을 거야!". 양자컴퓨터 기사를 쓸 때 지옥 같은 기분을 약 3주 느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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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진도가 빨리 나갈 때는 사실관계를 확인할 때였다. 내용이 길다 보니 퇴고도 오래 걸렸고. 저번에도 그런 글을 썼지만 역시 기분이 좋고 진도가 잘 나갈 때는 퇴고할 때다. 초고를 쓰는 과정은 어렵다. 그게 별거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어떤 책인지 기억나지 않는데 그런 내용이 있었다. 초고를 갓 태어난 못생긴 아기 같다나. 초고가 완성도 높은 사람도 있겠지만 난 초고가 참 괴랄하다. 괴물 같다. '망나니를 어떻게 사람으로 만드나' 이런 고민 같다. 그래도 다듬다 보니 사람 모습을 갖춰간다. '많이 더 나아졌다, 더 나아졌다, 이쯤이면 됐다' 싶을 때 가장 기쁘다. 내 최선은 여기까지는 생각이 들 때.

그렇게 끝날 것 같지 않은 작업이 끝났다. 개인적 소득이 있다면 이번에는 글을 쓰면서 처음으로 비상약을 안 먹었다. 지난주에 병원 가서도 그 이야기를 했는데 좋은 일이라고 해주셨다. 점점 그렇게 줄여서 안 먹어야 된다고. 이번에 여기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했다. 시간 여유가 컸던 것 같다. 밤을 새우지 않았고, 매일 일정 시간을 적당히 할애해 작업했다. 하루에 여러 활동을 하면서 그중 일부로 글을 쓰니 나았던 것 같다. 작업 장소도 바꿨다. 요즘은 서점에서 글을 쓴다. 내가 즐겨가는 장소가 반디 앤 루니스 여의도 신영증권점인데 여기는 카페와 서점이 함께 있다. 사람도 적당하고 집중이 잘 된다. 필요할 때 책도 사고.

고치고 싶은 점은 작업 소요 시간이다. 크런치 모드로 작업하는 게 효율적인지, 작업시간을 나눠 여러 날에 걸쳐서 글 쓰는 게 더 나은지 고민한다. 긴 기간 글을 쓴 적은 없어서 어색하기도 했다. 걱정되는 건 일의 집중도. 한편 이게 그나마 스트레스를 덜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내 눈높이에 맞춰서 주제를 선정해야 하는데 주제넘게 어려운 걸 골라서 시간이 너무 걸린 게 아닌가' 싶다. 시의성 있고, 중요한 주제를 고르려고 하지만 내가 소화할 수 있는 걸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해본 것만 하면 발전하기 어렵다는 생각도 든다. 성장하려면 안 해 본 것도 해야 하니까. 다음 글은 이번보다 과정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하며.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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