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감상을 더 재밌게 해준 것들

무드에이전트부터 구글 플레이 뮤직까지

by 딱정벌레
사진=픽사베이

예전에는 음악 감상 환경을 좋게 하려면 하드웨어 역할이 컸다. 좋은 턴테이블, 좋은 앰프, 좋은 바늘을 쓰든지. 성능이 우수한 카세트 플레이어나 CDP, 엠피삼 플레이어로 듣든지. 난 모바일 시대에 접어들면서 음악 감상 환경을 향상하는 데 소프트웨어 힘이 더 커졌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사람이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는다. 국내는 대부분 아이폰 아니면 갤럭시 스마트폰을 쓰다 보니. 제품 출시 시기 별로 사양 차이는 있어도 음악 감상 기기의 하드웨어 성능은 대체로 비슷하리라고 본다.

물론 하드웨어 변수는 여전히 있긴 하다. 이어폰 성능도 중요하고. 에어팟에서 보듯 이젠 히어러블의 시대니까. 나도 막귀지만 고가 이어폰과 저렴한 이어폰의 차이는 확실히 크다. 편의점에서 산 1만원도 안 되는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 입체감도 부족하고 뭉개지는 음악 소리 때문에 울고 싶곤 했다. 이어폰 외에도 기기 변수는 크다. 워크맨 같은 재생기기나 고가 스피커 등. 워크맨 시그니처 라인은 300만원이 훌쩍 넘고. 마니아는 고가 장비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소니가 워크맨 브랜드를 유지하며 다양한 라인을 선봬는 데 이유가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 이외 하드웨어를 이용하는 경우는 특수 상황이거나(난 해외여행 가면 데이터(?) 때문에 워크맨으로 음악을 들었다) 소수 마니아에 한정된 경우라는 게 내 뇌피셜. 오늘은 소프트웨어 이야기를 할 거다. 전문성은 없다.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에 기반한 리뷰. 모바일 시대 이후 내 음악 감상을 재밌게 해 준 소프트웨어 또는 서비스가 생각보다 다양했다. 그전에도 아이튠즈 라디오나 구글 플레이 뮤직 리뷰를 하고 싶었다. 이를 포괄해서 더 큰 주제로 꿰어볼 수 있지 않을까 했다. 그게 오늘 이야기다.


1.무드에이전트(Moodagent)

사진=무드에이전트

덴마크의 음악 감상 앱이다. 기분별 바를 조정하면 거기에 맞는 재생목록을 인공지능으로 만들어 준다. 요즘 음악 감상 서비스를 보면 큐레이션 기능이 많이 생겨서 무드에이전트가 참신하지 않을 수 있지만. 내가 스마트폰을 처음 사용하던 2012년에는 개인적으로 이런 기능이 참신했다. 최근에는 이용하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당시 쓸 때는 스마트폰에 내장된 음악을 토대로 이렇게 맞춤형 재생목록을 만들어줬다. 내 첫 스마트폰은 아이폰4S. 그때 난 아이튠즈 프로그램으로 스마트폰에 엠피삼 파일을 넣어 음악을 들었다.

이 앱을 알게 된 계기는 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11년에 tvN에서 '꽃미남 라면가게'라는 드라마를 방영했다. 그 드라마를 보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음악을 선곡해주는 앱이 나온다. 난 그게 마음에 들었고 실제로 있는 서비스인가 싶어 조사했다. 어떤 문답을 보니 그게 실제 앱은 아니었다. 대신 답변자가 이와 비슷한 앱을 하나 소개해줬는데 그게 '무드에이전트'였다. 스마트폰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이 앱을 내려받았다. 바를 조정할 때 거기 맞춰서 재생목록을 만들어주는 콘셉트가 신기했다(그러고 보니 아이폰도 지니어스 기능이 추천과 비슷한 기능이 아니었던가 싶고).

바는 '무드 앤 템포 슬라이더'라고도 한다. 총 다섯 가지인데 센슈얼, 텐더, 해피, 앵그리, 템포. 텐더를 최대로 올리면 알앤비나 발라드처럼 부드러운 음악이 나오고, 해피를 끌어올리면 밝고 경쾌한 음악이 나오는 식. 앵그리나 템포를 높이 올리면 폭발적인 드럼 연주가 담긴 록 음악이 나오거나. 이 앱이 아무 정보 없이 음악을 인식, 재생목록을 맞춤식으로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때는 인터넷 연결로 음악 프로필을 인식하는 신크로나이즈 기능을 실행하기도 했다. 실제 프로필을 인식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기분별로 바를 조정해서 나온 재생목록은 그럭저럭 실제 음악 분위기에 부합했다. 100% 완벽한 건 아니고 약간 황당한(?) 선곡도 있긴 했다. '이 음악이 왜 해피를 최대로 할 때 나와?' 또 내 아이폰에 담긴 모든 음악을 다 인식하고 그걸 포함해서 재생목록을 짜주는 것도 아니었다. 정말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들을 때는 아이폰 기본 음악 앱으로 들었다. 안드로이드로 갈아타면서 이 앱은 더 이상 쓰지 않게 됐다. 바야흐로 스트리밍의 시대고, 난 저장의 시대 끝물에 아이폰으로 음악을 들었으니까. 요즘 음악 감상 행태에 맞지 않았다.

그 이후로 앱이 좀 바뀌었을 수도 있는데. 문득 근황이 궁금해져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앱 디자인은 경쾌하게 바뀐 듯. 덴마트 앱인 건 처음 알았는데 형언하기 어렵지만 스포티파이처럼 왠지 모를 북유럽 감성이 이거였나 싶기도? 안드로이드 버전도 있다고 하는데 플레이 스토어에서 받을 수는 없었다. 아이패드로 다시 들어가서 찾아봐야 할 듯. 기분별 바를 내가 원하는 높이만큼 끌어올리거나 낮출 수 있고, 거기에 따라 선곡해주는 건 지금도 매력적이다. 요즘 음악 감상 서비스도 TPO별 선곡은 해주지만 이 정도는 아닌 듯? 비슷한 게 있나?


2.아이튠즈 라디오(iTunes Radio)

사진=seeklogo.com

오늘날 애플 뮤직의 전신인 아이튠즈 라디오. 이젠 추억의 서비스다. 무작위로 음악을 틀어주는데 기준 없이 재생하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내가 특정 장르의 아이튠즈 라디오를 켜면 그 장르의 음악이 나오고, 이어서 그 음악과 비슷한 분위기 또는 가수의 음악을 계속 틀어준다. 요즘 음악 감상 서비스를 보면 이런 기능은 흔해진 것 같기도 하다. 애플 뮤직이 아니라 구글 플레이 뮤직이나 유튜브 프리미엄으로 음악을 들어도 처음 내가 듣기 시작한 곡과 비슷한 곡이 계속 나오니까. 아이튠즈 라디오는 무료 서비스지만 중간에 광고가 나왔다.

아이튠즈 라디오를 들으면 '음악 언박싱'을 하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예기치 않게 좋은 음악을 발견하면 선물 받은 기분이랄까. 이 서비스의 장점은 새로운 음악을 접할 수 있다는 것. 진부한 내 재생목록에 변화가 필요할 때 들으면 좋았다. 나이가 들수록 예전에 듣던 음악만 듣는다. 평소 안 들어본 신선한 음악을 발굴하고 싶을 때 유용하다. 대신 내가 원하는 음악을 바로 듣기는 어렵다. 무작위 재생이니 운에 맡겨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말 라디오를 듣는 기분. 여러 장르의 음악을 들었는데 난 CCM을 많이 들었다.

아이튠즈 라디오는 한국에 정식 서비스하지 않았다. 이걸 이용하려면 애플 미국 계정이 있어야 했다. 아이튠즈 라디오를 들으려고 애플 미국 계정 만드는 방법을 조사했다. 미국 주소가 있어야 했는데 대담하게도 애플 쿠퍼티노 본사 주소를 입력하라고 제안한 글이 여럿 있었다. 애플은 이 사실을 알고 있는가! 심지어 애플 영국 계정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글에서는 런던의 애플스토어 주소를 입력하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나라별로 이용할 수 있는 앱이 다르다 보니 다양한 앱을 쓰고 싶을 때 애플 해외 계정을 활용했다.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이용할 수 없는 서비스지만. 아이튠즈 라디오에서도 때때로 가요를 들을 수 있었다. 아이튠즈 스토어에는 한국 노래 엠피삼도 팔았고. 가요를 들으려면 어떻게 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애정한 서비스였는데 애플 뮤직이 나오면서 아이튠즈 라디오는 사라졌다. 아니, 애플 뮤직의 세부 기능에 들어갔다고 말하는 편이 낫겠다. 그러나 전처럼 광고 기반 무료 서비스로 이용할 수는 없고. 애플 뮤직을 구독해야 이용할 수 있었다. 애플 뮤직에는 비트 라디오도 있었다만. 애플 뮤직 출시 이후에는 이런 라디오를 듣지 않았다.


3.애플 뮤직(Apple Music)

사진=픽사베이

이제는 이용하지 않는 애플 뮤직. 처음 출시했을 때 기대를 많이 했다. 아이폰을 4년 썼기도 하고. 애플은 아이팟을 만든 기업이라 음악을 듣기 좋은 기기를 만드는 데 노하우가 풍부하다는 게 내 뇌피셜이었다. 사실 스마트 스피커를 만들 때도 그런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작년에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행사를 갔을 때 애플에서 스마트 스피커를 담당한 어떤 분의 발표에서도 실감했다. 애플은 음악 듣기 좋은 스피커를 만들려고 했다고. 아마존, 구글, 그 외 다른 IT 기업과 접근 방식이 달라 보였다.

애플 뮤직이 처음 나왔을 때 내가 감탄한 건 '큐레이션'이었다. 더 분명히 설명하면 큐레이션의 전문성. 요즘 다른 음악 감상 서비스에서도 '누가 한 큐레이션' 이런 게 있는 듯하지만. 내가 좋아하고 신뢰하는 음악 전문지가 애플 뮤직 큐레이션에 많이 참여했다. 예를 들어 '모조(MOJO)가 한 선곡', '피치포크(Pitchfolk)'가 한 선곡' 이런 식. 선곡 목록도 무척 다양했다. 난 모조에서 매달 내는 컴필레이션 음반을 좋아했다. 여기도 우연한 발견의 기회가 있으니까. 선곡 주제도 있고. 애플 뮤직에서 비슷하게 그걸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TPO에 따른 큐레이션도 있었는데 이건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으니까. 그래도 주말에 애플 뮤직의 TPO 큐레이션에 따라 음악을 들으면 좋았다. 이미지도 감상적이었는데. 해먹에 누워 쉬는 이미지가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토요일에 그 이미지의 선곡 목록을 들으면 더 잘 쉬는 느낌도 들었다. 감성으로 저격하는 건 참 잘하는 회사다. 내가 맥북 에어로 타자를 치고 있으면 시인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들고(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이 브랜드 제품을 이용하면 내가 특별한 기분이 들게 하는 것. 많은 브랜드가 참고해야 할 듯하다.

이밖에 좋았던 건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도 애플 뮤직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 2018년까지는 애플 뮤직을 이용했다. 기기 호환이 애플 뮤직만의 특장점은 아니다. 애플이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게임 구독 서비스, 뉴스 구독 서비스, 애플 카드 등 서비스 사업을 강화하는 건 하드웨어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생태계에 가두려는 목적도 있다고 본다(대부분 그렇게 생각할 것 같지만). 그래도 일부 서비스를 다른 운영체제 이용자도 사용하도록 지원하면 외연을 넓힐 수 있지 않을까. 큰 도움 안 될 것 같기도 하지만?

여담이지만 음악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만드는 서비스는 다르다. 스티브 잡스의 음악 사랑을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뇌피셜을 뿌리자면. 아이폰 외에도 스마트 스피커, 에어팟 등 애플 하드웨어를 보면 음악 마니아 입장에서 생각하고 음악 감상 기능을 구성했다는 생각이 든다. 음악 마니아도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모두가 거기에 만족하지 않겠지만. 일단 재생 품질이 그렇고, 애플 뮤직의 큐레이션도 그렇고. 스포티파이가 유전자 분석에 기반해 음악을 추천하지만. 프라이버시 보호로 브랜드 이미지를 관리하는 애플 취향은 아니겠다 싶다. 나도 그건 싫다.


4.구글 플레이 뮤직(Google Play Music)

사진=구글 플레이 뮤직

드디어 안드로이드 진영 등판. 구글 플레이 뮤직을 이용한지도 5~6년 된 것 같다. 유튜브 프리미엄에 밀려 조만간 서비스를 중단할 예정. 현재도 이용하고 있고, 애플 서비스에서 충족하지 못한 가치를 여기서 많이 누렸던 터라. 정말 좋아하는 서비스다. 유튜브 프리미엄이 나오면서 언젠가 사라질 운명이라는 건 예감했지만. 막상 이렇게 끝이 다가오니 무척 아쉽다. 구글 플레이 뮤직은 음악 감상 서비스고, 월 구독으로 이용할 수 있다. 유튜브 프리미엄보다 더 비싸다. 월 구독료가 9.99달러였던가.

내가 구글 플레이 뮤직을 이용한 이유는 클라우드 기능 때문이었다. 구글 플레이 뮤직에 클라우드로 내 개인 엠피삼을 올리면 이를 스트리밍으로 들을 수 있었다. 따로 모아서 선곡 목록을 만들 수도 있지만. 'I'm feeling lucky'라는 기능으로 내가 올린 엠피삼 가운데 구글 플레이 뮤직이 알아서 선곡해 틀어주는 기능이 좋았다. 특정 곡을 골라서 '인스턴트 믹스 시작'을 누르면 이곡과 비슷한 음악이 내가 올린 엠피삼 안에서 계속 나오는 식. 엠피삼은 5000개 올릴 수 있는데. 중요한 클라우드로 음악 듣는 기능이 무료라는 것!!!!!

언뜻 보면 첫 번째로 설명한 무드에이전트+아이튠스 라디오를 짬뽕한 듯하다. 내가 올린 엠피삼에 한해 관련성 있는 선곡을 하는 데 그게 무드에이전트처럼 생뚱맞지 않았다. 무드에이전트가 부정확하다는 건 아니지만 가끔 아니다 싶은 곡이 해당 무드에 들어갈 때가 있으니까. 역시 구글은 검색 기업, 데이터 회사라는 걸 구글 플레이 뮤직에서 새삼 느끼기도 하고. 어떤 이는 구글의 음악 서비스는 데이터만 겁나 분석하면서 애플 같은 감성이 부족하니 어쩌니 하는데. 그럴 수 있지만 난 그것도 구글 감성이라고 생각했다. 편리해서 좋았고.

구글 플레이 뮤직의 존재를 안 건 친한 언니 덕분이었다. 이 언니는 구글 플레이 뮤직의 이 기능을 이용하면서 집에 있는 CD를 대부분 처분했다. CD에서 음원을 추출한 다음, 이를 구글 플레이 뮤직 클라우드에 올리고 CD를 알라딘 중고서점에 팔았다고. 난 아직 물욕이 있어서 추억이 담긴 음반을 그렇게 팔지 못하고 있다. 대신 나도 본가에 있는 CD에서 음원을 추출해서 구글 플레이 뮤직 클라우드에 올렸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때는 주로 이걸로 음악을 듣기도 하고.

이 기능의 특장점은 누구의 선곡에 의지하지 않고 자기 주도적(?)으로 내가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이렇게 들을 수 있지만.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지원하지 않는 음반도 적잖다. 근데 내게는 음원 또는 음반이 있는 음악. 그런 건 구글 플레이 뮤직으로 이렇게 들으면 좋다. 유튜브 프리미엄에서도 이런 기능을 지원하면 좋겠는데. 어떻게 사후지원이 이뤄지는지 모르겠다. 구글 플레이 뮤직은 아이폰을 쓸 때부터 이용했던 터라 정이 많이 들었다. 여기 팀원은 애정이 더 많겠지. 나보다 그들이 더 섭섭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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