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알고리즘과 내 욕망

내 필요가 내 숨은 욕망일 수도

by 딱정벌레
사진=픽사베이

욕망을 이야기한 어록 중 내가 절반만 동의하는(실은 좋아하지 않는) 말이 있다.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라깡의 말. 이 말에 공감하면서도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리가 어떨 때는 타인의 욕망에 영향을 받아서 그걸 똑같이 욕망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게 내 욕망이 아닌 건 아니다. 라깡 주장을 무척 신뢰하는 사람을 볼 때가 있었다. 특정 주장을 너무 믿는 사람을 보면 그 주장에 거부감이 들곤 한다. 라깡 해석이 진부하게 느껴지 상황도 있고.

우리는 다른 사람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까. 내가 몰랐던 걸 타인에게서 새롭게 알기도 하고, 깨닫지 못한 이치를 타인과의 교류로 비로소 깨우치기도 한다. 대화, 독서, 강의 수강, 영상 시청, 오디오 청취 등 타인과의 소통 방식은 여러 가지. 난 '삶이 때로는 레퍼런스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생각에 영감을 받아서 새로운 필요를 발견하고 이를 욕망하기도 한다(그게 타인의 욕망일 때도 있고 욕망까지 아닌 경우도 있지만).

그 욕망은 내가 평소 원했던 게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무의식 중에 내 욕망이었을 수 있다. 내가 깨닫지 못하다가 타인욕망을 계기로 뒤늦게 눈을 뜬 것.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보니, 나와의 관계를 돌아보니, 내 입장을 짚어보니 왠지 내게도 그게 있었으면 좋겠고, 그게 내게 어떻게 도움될 것 같아서 나도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나아가 그걸 원하는 것. 그건 사물일 수도 있고, 지위일 수도 있고, 환경일 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있다.

사진=픽사베이

그걸 단순히 인간이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고만 볼 수 있을지. 그럴 때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내 안의 필요를 느껴서 그걸 욕망하는 게 주체적이지 않은 거라고만 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가끔 했다. 인간을 너무 남의 뒤꽁무니만 좇는 자로 보는 것 같아 못마땅했다. 욕망의 주체성을 너무 무시하는 것 같고. 저 주장을 좋아하지 않은 이유도 그 때문. 탈코르셋 운동에 전적으로 공감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화장하고 예쁘게 꾸미는 건 자기 만족 때문도 있다. 자기 만족도 타인의 시선을 기준 삼았을 때 느낄 수도 있지만.

갑자기 이런 생각을 끼적인 이유는- 지지난주 일요일 미술관에서 본 '새로운 연대' 전시에서 본 어떤 작품 설명 때문이다. 김종희 작가의 '편집증 김 씨에게 조각된 대사'라는 작품이었다. 작품 설명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쓰여 있었다. "능동적으로 자료를 검색해서 스스로 알아서 찾아주는 인터넷의 친절한 '추천 알고리즘' 덕에 내 취향이 나도 모르는 사이 강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다"라고. 추천 알고리즘 결과를 보고 난 이게 내 진정한 취향인 줄 오해할 수 있겠구나.

도전이 되는 생각이라서 흥미로웠다. 그러나 이내 욕망 해석을 둘러싼 지난 고민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이에 반박하는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에 똬리를 틀었다. 추천 알고리즘은 내 검색 행태, 검색 대상, 검색 빈도 등을 고려해서 내게 필요하거나 내가 원할 수도 있는 걸 먼저 제안한다. 이는 실제 내 필요와 욕구에 부합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또는 평소에 내가 원하지 않았지만 추천 결과를 보고 내상황을 돌아보며 필요를 발견하고 이를 욕망할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그건 상술에 걸려든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걸 보고 내 생각이 영향받더라도 내 필요를 발견하고 욕망하는 건 내 자유의지 결과다. 나만의 이유도 있다. 발견하고 욕망하는 주체는 나이고. 그걸 꼭 '내 취향이 추천 알고리즘의 강요를 받았다'고만 볼 수 있을까. 좀 받았더라도 내게 도움되고 내가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고 발전할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만 여기서 내 주체성을 주장하려면 남의 욕망에 영향을 받더라도 내 줏대는 분명해야 하긴 하겠다.

문득 넷플릭스 추천 알고리즘을 향한 의구심 섞인 시선도 떠올랐다. 수요자 취향을 고려한 추천 같지만 실은 회사 이해관계를 반영한 추천 알고리즘도 있을 수 있다. 세상에 철저히 사용자 중심적인 추천 알고리즘만 있지는 않을 수도. 회사 입장에서 추천 알고리즘은 어떻게 작동해도 남는 장사일 수도 있다. 한번 던졌더니 사용자가 이걸 물었고 그게 체류시간 증가나 상품 구매로 아어지면 알고리즘이 효력을 발휘한 거고.

그게 아니더라도 회사는 알고리즘으로 학습 데이터를 얻었으며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데 도움받을 수도 있고. 회사는 어느 쪽으로든 나쁘지 않지만 자신의 기호를 공유한 사용자는 그 대가로 무슨 유익을 얻을 수 있을까. 만일에 나올 훌륭한 추천 알고리즘? 내 기호에 찰떡같이 부합하는 제안? 이건 욕망과는 결이 다른 이야기지만. 영양가 없는 망상인데 그래도 기억하고 싶어서 이렇게 끼적였다. 문득 브런치에 망상 매거진을 하나 더 만들어야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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