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OS, 디지털 켄텐츠, 인간 창의 보호, 자율 제조
얼마 전 큰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요즘 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과제를 할 때 AI를 정말 많이 쓴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정작 어려운 건 “아무도 하지 않은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일이라고 한다. 도구는 넘쳐나지만, 창의성의 기준은 더 높아진 셈이다.
약 보름 전에 Adobe MAX 2025가 개최되었는데 관련 동영상을 보면서 따로 메모했던 단어가 '통합', 'OS', '콘텐츠 증명'이었다.
Adobe가 말하는 ‘Creative OS’
Adobe는 이번 행사에서 포토샵·프리미어·일러스트레이터 같은 개별 툴을 뛰어넘어 하나의 크리에이티브 플랫폼, 즉 Creative OS를 제시했다. 말 그대로 이미지·영상·오디오 생성이 한 흐름으로 이어지는 AI 기반 통합 워크플로우다.
이제는 프로그램을 바꿔 가며 파일을 내보내고 불러올 필요 없이 한 OS 안에서 모든 표현 수단이 연결된다. 과거에는 ‘툴을 잘 다루는 능력’이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무엇을 만들고자 하느냐’가 더 본질적인 경쟁력이 된다. 즉, 창작자는 기술적인 조작방법을 익히는 데 시간을 덜 쓰고,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지에 집중할 수 있다.
Adobe는 “AI는 창작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창의성을 확장하는 도구다.”를 강조했다. 크리에이터는 기술자가 아니라 ‘디렉터(Director)’가 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메시지도 인상 깊었다. AI가 손과 발이 되어주고 사람의 상상력이 그 위를 이끌어 가는 구조다.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가진 창의설을 더 크게 펼칠 수 있게 돕는 도구라는 것이다.
콘텐츠 진위 문제와 ‘콘텐츠 성분표’
현재 AI가 만든 사진과 영상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어떤 것이 진짜이고 어떤 것이 AI가 만든 것이지 구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와 같이, AI가 만든 이미지·영상·음악이 일상화되면서, “이 콘텐츠는 얼마나 AI가 관여했나?”는 질문은 더 이상 농담이 아니다. Adobe도 Content Credentials(콘텐츠 증명) 기능을 강화하며, 제작 과정의 투명성을 OS 차원에서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앞으로는 음식의 재료 및 성분표처럼 ‘AI 기여율 ○○%’ 같은 콘텐츠 성분표가 실제로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창작 과정의 책임성과 신뢰성을 보장하려면 필수적인 흐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자율 제조와 제조 OS
회사원으로서 Adobe MAX 2025에서 강조한 통합·OS 개념을 보며 자연스럽게 제조 분야가 떠올랐다. 지금 제조업이 겪고 있는 전환은 단순한 자동화 수준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대응하는 공장인 “자율제조(Autonomous Manufacturing)”라는 새로운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 변화의 중심에는 제조 OS(Manufacturing OS)가 필요하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자리한다.
왜 제조 OS가 필요한가
현재 제조 현장은 설계·생산·품질·물류·데이터 분석 시스템이 제각각 운영되는 현실이 많다. 그 결과, 데이터가 흐르지 않고, 의사결정이 느려지고, 공정은 자동화돼도 전체 공장은 자율적으로 움직이지 못한다.
제조의 복잡성을 생각하면, Adobe가 말한 Creative OS처럼 “제조 과정 전체를 하나로 묶는 통합 운영체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제조 OS가 갖추어야 할 핵심 요소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실시간 데이터 흐름이다. 개별 설비가 가진 데이터를 모으는 수준을 넘어, 데이터를 공장 전체의 하나의 흐름으로 만드는 구조가 필요하다.
둘째, 지식 기반 통합이다. 제조는 단순한 숫자와 그래프로 설명하기 어렵다. 제조 노하우, 설비 매뉴얼, 공정 엔지니어의 판단 기준 등 인간의 지식과 경험까지도 구조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OS의 한 층을 구성해야 한다.
셋째, 자율 제어이다. 현장에서 품질 이상이 발생할 조짐이 보이면, 원인을 자동으로 추론하고 설비 조건을 조절하거나 필요한 작업을 미리 안내해 주는 이런 구조가 필요하다. AI가 품질 이상 패턴을 감지하고, 설비가 스스로 보정하거나 우회 경로를 선택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넷째, 투명성과 책임성이다. 제조는 소비자가 원하는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 제공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어떤 데이터와 근거로 판단했는지' 등 이 모든 것이 기록되고 이해 가능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는 제품 생산에 대한 신뢰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조 OS는 단순한 시스템이 아니라 제조 생태계
제조 OS가 성공하려면 단순히 기술 통합을 넘어 아래와 같은 생태적 구조가 필요하다.
. 데이터–지식–사람의 연결로 공정 데이터를 AI가 분석하고, 그 결과를 작업자가 직관적으로 이해하며 다시 공정 개선 아이디어로 연결하는 순환 구조이다.
. 공정 간의 해석 가능한 통합이다. 예를 들어, 설계 변경이 곧바로 생산성이나 품질 리스크로 자동 시뮬레이션되어 피드백되는 구조이다.
. AI의 투명성과 디버깅 가능성으로 제조는 책임성이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에 AI 판단의 근거(Explainability)가 반드시 필요하다.
자율제조는 ‘창의적 제조 혁신’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많은 기업이 자율 제조를 “효율 개선과 비용 절감”의 PQCD 관점으로 바라보지만, 이 패러다임은 변화할 것이다.
제조 OS가 자리 잡으면 공장은 단순 자동화된 공간이 아닌 창의적 실험이 가능한 플랫폼이 된다.
신제품 시뮬레이션을 공정 전체가 가상으로 먼저 검증해 보고, 생산 일정 변경을 AI가 자동으로 최적화하고, 품질 이슈 발생 시 데이터 기반으로 즉시 원인을 추론하며, 작업자가 반복 업무에서 벗어나 공정 혁신과 창의적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구조로 발전한다.
이는 Adobe가 말한 “창작자는 기술자가 아니라 디렉터가 된다”는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 제조에서도 인간은 기계를 ‘운영’하는 존재에서 공정 전체를 조율하는 ‘Manufacturing Director’의 역할로 이동하게 된다.
맺으며
Adobe MAX 2025는 단순히 크리에이티브 업계의 변화만 보여준 것이 아니라 기술 산업 전체의 흐름을 예고하는 행사로도 보였다.
통합, OS, 콘텐츠의 진위성, 인간 창의의 확장, 이 요소들을 제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면 미래의 자율제조는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새로운 제조 문화를 만들어 내는 혁신의 장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을 것이다.(이어야 한다.)
※ 참조
https://www.adobe.com/max.html#
https://youtu.be/KZW0Oi9P6tA?si=UaTX6xmvbTXtAJSQ
https://youtu.be/wQXu_htHjB4?si=xRhOVpa42csu02f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