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이 지나 다시오다.

입사 교육을 받은 건물에 들어서며

by 혜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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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교육을 받으러 왔다. 교육 장소가 내가 입사할 때 처음 발을 디뎠던 곳으로 건물에 가까워질 수록 발걸음이 느려졌다. 무려 35여 년 만이다. 시간은 그렇게 흘렀고, 나는 그 시간 위를 뚜벅뚜벅 걸어온 셈이다. 가끔 이 근처를 지날 때면 건물을 힐끗 바라보곤 했지만, 이렇게 다시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입사 교육 이후 처음이었다. 회전문을 지나 로비로 들어서는 순간, 무언가 느껴질까 했지만 무심히 그저 강의실을 찾게 되었다.

건물 주변은 많이 달라졌다. 한때는 논밭이 끝없이 이어지던 곳이었다. 비 오는 날이면 흙냄새가 진하게 풍겼고, 출근길에는 농부들이 먼저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지금은 그 자리에 아파트와 상가, 도로가 들어섰다. 사람과 차가 끊임없이 오가는 곳이만 정작 건물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외벽의 색상, 주차장은 기억 속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치 시간이 이곳만은 잠시 비켜간 것처럼.

입사하던 날의 나는 젊었다. 세상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채 앞에 놓인 세상이 넓고, 그 세상 속으로 뛰어들 수 있다는 기대와 긴장으로 가슴이 벅찼다. 그때의 교육장은 출발선이었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몰랐지만, 도전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설렜다. 모르는 것은 배울 수 있었으며, 실패와 함께 경험이 쌓을 시기였다.

그러나, 지금 다시 앉은 교육장의 의자는 그때보다 훨씬 단단하게 느껴졌다.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지금의 나는 지나온 시간에서 체험한것을 알고 있지만 반대로 조심스러워졌다. 표현하자면, 그때는 도전의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준비의 느낌이다. 준비란, 더 이상 무작정 나아갈 수 없다는 자각에서 비롯된다. 무엇을 선택하면 무엇을 잃게 되는지, 한 번의 판단이 어떤 파장을 만드는지 이미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50대 중반의 직장인은 애매한 위치에 서 있다. 현역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뒤를 돌아보게 되는 나이이기도 하다. 조직에서는 여전히 한 구성원으로서 직무를 다하고 있고 집에서는 가장의 역할이 끝나지 않았다. 자녀의 진로, 부모의 건강, 노후에 대한 고민까지 겹쳐진다. 하루하루를 버텨내듯 살아가지만, 겉으로는 담담한 얼굴을 유지한다. 그 담담함 속에는 수없이 많은 계산과 걱정이 겹겹이 쌓여 있다.

교육을 받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새로운 기술일 수도 있고, 조직의 변화에 대한 대응일 수도 있다. 혹은 다가올 퇴장을 위한 준비일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끝’이라는 단어를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 시작과 성장만이 중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마무리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마무리는 포기가 아니라 정리다. 잘 정리하는 것 만으로도 다음을 나아가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쉬는 시간에 창밖을 바라보았다. 예전에는 논밭이 보이던 방향이다. 지금은 도로와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변화는 늘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진행된다. 나 역시 그 변화 속에 있었다. 몸은 예전 같지 않고, 기억력도 가끔은 나를 배신한다. 하지만 대신 생긴 것도 있다. 사람을 보는 눈, 상황을 읽는 감각, 그리고 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교육이 끝나고 건물을 나서며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보았다. 35년 전과 지금의 내가 겹쳐 보였다. 한 사람의 인생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올라가고, 때로는 내려오며, 방향을 틀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는 것이다. 속도가 느려져도 괜찮다. 방향만 잃지 않으면 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오늘의 교육 내용보다도 이 장소가 준 감정이 오래 남았다. 과거를 부정하지 않고, 현재를 받아들이며,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 그것이 지금 이 나이에 필요한 태도일지도 모른다. 도전이 준비로 바뀌었다고 해서 삶이 재미없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준비에는 깊이가 있다. 실패를 줄이기 위한 준비,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 위한 준비, 그리고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준비다.

50대 중반의 삶은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결코 하찮지도 않다. 수많은 선택과 책임을 지나온 자리다. 오늘 다시 찾은 이 교육장은 나에게 그 사실을 조용히 일깨워주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의 나는 세상을 향해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면, 지금의 나는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이해한 채 다음 걸음을 준비하고 있다. 그 차이는 크지만, 둘 다 내 삶의 일부다.

아마도 언젠가 다시 이곳을 찾게 된다면, 그때의 나는 또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때도 이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기를, 그리고 나 역시 나름의 모습으로 서 있기를 바라며, 나는 천천히 건물을 나와 어깨 치료 하러 병원으로 총총이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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