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가상·우주로 확장되는 시장
우리는 흔히 매출 성장률, 시장 점유율, 고객 수, 트래픽, 이용자 체류 시간 같은 지표들 같은 숫자로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말해준다 생각한다.
하지만 시장을 오래 바라볼수록, 특히 기술과 산업의 변곡점을 가까이에서 지켜볼수록 시장은 단순한 숫자의 집합이 아니라 사람의 욕망과 한계, 그리고 상상력이 이동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평소 기업의 시장 변화를 세 개의 단계로 나누어 바라본다. 첫째는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현실 시장, 둘째는 기술이 만들어낸 가상 시장, 그리고 셋째는 아직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았지만 이미 방향성은 명확해진 우주라는 다음 무대다.
이 구분은 단순한 미래 예측이나 공상 과학적 상상이 아니라, 이미 현실에서 관찰되는 흐름으로 본 하나의 관점이다.
먼저 현실 시장을 보자. 대부분의 산업에서 우리는 이미 포화 상태라는 단어를 익숙하게 사용한다. 제품은 넘쳐나고, 서비스는 차별화되기 어려워졌으며, 소비자는 더 이상 쉽게 감동하지 않는다.
생산자는 효율을 극한까지 끌어올렸고, 소비자는 선택 피로에 시달린다. 이 상태에서 기업이 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가격을 낮추거나, 마케팅을 강화하거나, 아주 미세한 기능 개선으로 경쟁자를 앞서려 애쓴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대부분 단기적이다. 시장 전체의 크기가 커지지 않는 상황에서 누군가의 성장은 다른 누군가의 감소를 전제로 한다. 그래서 현실 시장은 점점 제로섬 게임에 가까워진다.
이런 환경에서 기업과 개인 모두 자연스럽게 다른 공간을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바로 가상 시장이다. 인터넷, 모바일, 플랫폼, 메타버스, 디지털 자산, AI 서비스로 대표되는 가상 시장은 현실의 제약에서 벗어난 새로운 기회의 공간처럼 보인다.
물리적 한계가 없고, 국경도 흐릿하며, 확장 비용은 상대적으로 낮다. 실제로 가상 시장은 지난 수십 년간 엄청난 성장을 이뤄냈다. 새로운 산업이 탄생했고, 전혀 다른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가상 시장 역시 시간이 흐르며 현실 시장과 닮아가고 있다. 초기에는 혁신이 곧 경쟁력이었지만, 이제는 표준화와 모방이 빠르게 진행된다. 플랫폼은 거대화되고, 진입 장벽은 다시 높아진다.
사용자 역시 점점 포화 상태에 이르며,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해도 이전만큼의 반응을 얻기 어려워진다. 가상 시장이 현실 시장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점차 조정되고 있다. 결국 시장이라는 구조 자체가 가진 한계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렇다면 다음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보았고 그중 하나의 답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우주다. 여기서 말하는 우주는 단순히 로켓을 쏘아 올리고 달이나 화성에 가는 이야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주는 시장이라는 개념 자체를 다시 정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자원의 제약, 물리적 환경, 생산과 소비의 방식, 생존의 조건까지 모든 것이 새롭게 설정된다.
우주가 시장이 된다는 것은 아직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과거를 돌아보면, 새로운 시장은 항상 처음에는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전기가 없던 시절에 전기 산업을 상상하는 것,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 온라인 상거래를 떠올리는 것 역시 그랬다.
우주는 그런 의미에서 아직 열리지 않았을 뿐, 이미 많은 국가와 기업이 진입을 준비하고 있는 다음 확장처이다. 현실 시장과 가상 시장에서 성장이 정체될수록, 인류는 더 넓은 공간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좀 더 생각을 하게 되면 이 흐름이 단순히 물리적 확장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우주로 시선을 돌리다 더 깊게 생각해 본다. 과연, “시장 확장의 끝은 과연 물질일까?”.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우리는 물질보다 정보, 정보보다 경험, 경험보다 의미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이는 시장이 점점 비물질적인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미 우리는 정신의 세계와 시장이 연결되는 것을 보고 있다. 콘텐츠 산업, 커뮤니티, 팬덤 경제, 명상과 웰빙, 정체성과 가치 소비는 모두 물질적 효용을 넘어선다.
사람들은 단순히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세계관과 메시지, 그리고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소비한다. 어쩌면 시장의 다음 단계는 우주라는 물리적 공간을 지나, 정신과 인식, 존재 방식 자체를 다루는 영역일지도 모른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시장의 변화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다. 현실에서 가상으로, 가상에서 우주로, 그리고 물질에서 정신으로 이동하는 흐름은 인간이 더 많은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하는 본능의 표현이다.
기업 역시 이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단기적인 수익 모델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자신이 어느 시장의 어느 단계에 서 있는지를 자각하는 일이다.
나는 이 관점이 거창한 미래 담론이라기보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사고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우리는 늘 한정된 공간에서 경쟁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시야를 조금만 넓히면, 시장은 고정된 장소가 아니라 이동하는 개념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이동의 방향을 읽는 능력이야말로, 불확실한 시대를 건너는 가장 중요한 자산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현실과 가상, 그리고 그 너머의 경계에 서 있다. 중요한 것은 다음 시장이 어디냐는 질문보다, 우리가 어떤 질문을 던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일 것이다. 시장은 언제나 인간의 상상력이 먼저 도달한 곳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