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다시 묻는 사고의 힘

창조보다 앞선 인간 사고의 중요성

by 혜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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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환경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AI에 “이제 창조의 영역까지 AI가 사람처럼 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은 아닐까?”라는 기대와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우려가 동시에 고개를 든다.

실제로 지금의 상황을 보면 AI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며, 이미 무언가를 ‘창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인간의 역할은 어디에 남아 있는 것일까. 이 질문을 하다 보면 결국 창조와 창의, 그리고 그 근간에 놓인 ‘사고’의 문제로 귀결된다.

우리는 흔히 창조와 창의를 같은 의미로 사용하지만, 이 둘은 분명히 다르다. 창조는 결과에 가깝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행위이며, 기존 요소들을 조합해 새로운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반면 창의는 그 이전 단계에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 인식하고, 왜 그것이 문제인지 고민하며, 기존의 관점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지점을 의심하는 태도다. 창조가 손과 도구의 영역이라면, 창의는 사고의 영역이다.

이 지점에서 AI의 능력은 탁월하다. 특히 글쓰기에서 그 능력은 이미 실무 수준에 도달해 있다. 주제와 형식, 분량을 제시하면 안정적인 글을 빠르게 만들어낸다. 보고서, 설명문, 요약문은 물론 수필 형식의 글도 무난하게 완성한다. 제시된 논리를 기반으로 정돈된 문장을 만든다. 이 정도면 “이미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창조를 하고 있다”라고 느끼는 것도 무리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읽어보면, AI의 글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문장은 테두리 내에서 반영을 잘하고 어느 정도 방향이 있지만, 그 문장을 쓰기까지의 고민이나 갈등이 보이지 않는다. 이는 사고의 부재라기보다는 사고방식의 차이다. AI는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가장 가능성 높은 조합을 선택한다. 이미 존재하는 생각의 평균값을 정교하게 재구성할 뿐, 그 평균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는 없다.

반면 인간의 창의는 사고에서 시작된다. 사고란 단순히 정보를 처리하는 행위가 아니다. 의심하고, 멈춰 서고, 기존의 답에 불편함을 느끼는 과정이다. “왜 늘 이렇게 해왔을까?”, “이게 정말 최선일까?”, “다른 해석은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 사고는 창의로 전환된다. 이 과정은 효율적이지 않고, 종종 불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창의는 바로 이 비효율적인 사고의 틈에서 태어난다.

글쓰기를 예로 들면 더욱 분명해진다. AI는 ‘중년의 시간에 대한 성찰’이라는 주제를 받으면 그에 맞는 문장을 구성한다. 하지만 인간은 먼저 생각한다. 왜 지금 이 시점에서 이 주제를 쓰고 싶은지, 어떤 경험이 나를 이 생각으로 이끌었는지, 이 감정을 말로 옮기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말이다. 이 사고의 과정에는 개인의 삶이 스며 있다. 논리보다 감정이 앞서는 순간, 스스로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되는 사유가 있다. 이러한 사고는 결과를 보장하지 않지만, 바로 그 불확실성이 창의의 원천이 된다.

AI가 할 수 없는 영역은 바로 이 사고의 출발점이다. 인간은 사고를 통해 세상을 해석하고, 해석이 어긋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의미를 만든다. 이 사고의 힘이 약해질수록 창의도 함께 약해진다.

그렇다면 앞으로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은 의외로 단순한데 더 많이 생각하는 것이다. AI가 많은 것을 대신해 주는 시대일수록, 인간은 사고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자료 조사, 구조 정리, 문장 다듬기는 AI에게 맡길 수 있다. 그러나 왜 이 글을 쓰는지, 이 주제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독자에게 무엇을 남기고 싶은지는 끝까지 인간의 사고 영역으로 남겨야 한다.

AI를 활용하는 가장 건강한 방식은 사고를 확장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다. AI가 만들어준 초안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읽고 다시 질문하는 것이다. “이 문장은 너무 매끄럽지 않은가?”, “여기에 나의 경험은 어디에 들어갈 수 있을까?”, “이 글에서 빠진 감정은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은 사고를 멈추지 않게 만든다. 그리고 이 사고의 반복이 창의를 유지하게 한다.

앞으로 인간에게 더 중요한 역량은 ‘잘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깊이 생각하는 능력’이다. 사고는 시간을 요구하고, 때로는 불편하다. 하지만 창의는 언제나 사고의 부산물이다. 생각하지 않는 창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AI가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사고의 책임까지 대신해주지는 않는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창조의 주도권을 AI와 나누는 시점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창의의 주도권만큼은 여전히 인간에게 있다. 사고하는 존재로서 질문을 던지고, 의미를 부여하고, 완성되지 않은 생각을 견디는 힘. 그 힘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인간의 창조와 창의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AI라는 거울을 통해,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더욱 선명하게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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