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11회 대상 작가 인터뷰 by 채널예스
발간사.
책을 읽다 보면 문맥 속에 둘러 싸인 정보가 눈에 띈다. 조금 더 알고 싶은 정보는 자세히 탐구한다. 어느샌가 정보는 지식으로 변환되고, 나는 그 지식을 바탕으로 실행에 옮겨 지혜로 치환시킨다. 마침내 나의 지적자본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의 지적 자본을 타인에게 전할 때는 한없이 두렵다. 어떤 이에게 오랜 세월 공들여 만든 나의 지적자본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희망을 줄 수 없다면 어떤 이에게 그것은 한낱 정보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세계적인 마케팅 구루(Guru) 세스 고딘은 이런 말을 남겼다.
"이 세상에서 유일한 규범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문화적으로 지성이 높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경험했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일련의 작품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영화 <스타워즈>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도 있을 수 있고, 베토벤 연주회를 보지 못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세스 고딘 <이상한 놈들이 온다> 中 -
이 말은 내가 늘 대상을 왜곡하지 않게 만드는 삶의 렌즈다. 이 책이 다른 이에게도 올바른 선택을 도울 수 있는 렌즈가 되길 희망한다. 나의 지적자본이 누군가에게 정보로 눈에 띌 수 있길 간절히 기원한다. 다시 한 번 부족한 것을 알고도 좋은 기회를 주신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관계자분들, 출판사 RHK 직원분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시작이 된 THIS IS BRANDING 브런치북의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모두가 브랜드를 따지는 시대가 왔다. 현시점 마케팅을 논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가 ‘브랜드’ 그리고 ‘브랜딩’일 것이다. 그러나 정확히 브랜딩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모두가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하지만, 그 방법을 몰라 헤매고 있을 뿐. 브랜딩 열풍 속 미아가 된 사람들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되어줄 책, 『디스 이즈 브랜딩: 한 끗을 찾아 헤매는 마케터를 위한』이 제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통해 세상에 나왔다. 대상 수상자 김도환에게 성공적이고 효과적인 브랜딩에 관해 보다 자세히 물었다.
성공적인 브랜딩을 위한 방법으로 소개된 ‘새로운 4P 전략이 흥미롭습니다. 어떻게 구상하시게 된 건가요?
팔리는 브랜드는 ‘실력(Ability) + 믿음(Belief) = 배려(Care)’라는 공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를 ‘ABC 전략’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실력은 제품의 기능적 요소와 장식적 요소의 결합입니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하면 좋은 품질은 기본이고 디자인까지 탁월하죠. 이미지, 즉 눈에 보이는 제품의 모든 요소가 멋지기 때문에 기대감을 심어줍니다. 금전적인 가치로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믿음은 철학적 요소입니다. 브랜드가 지니고 있는 신념이 소비자 개인의 삶에 투영되어 동일한 정체성을 심어 주는 것을 의미하죠. 다시 말하면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을 올바른 선택이라 믿고 동조하는 것입니다. 일종의 비금전적 가치입니다.
실력과 믿음, 두 가지의 금전적 가치와 비금전적 가치가 구매 경험과 반복 체험으로 이어지면서 브랜드는 마침내 명성을 얻게 됩니다. 명성을 얻은 브랜드는 소비자를 배려하고 소비자 또한 그런 브랜드를 옹호하며 인간관계, 그 이상을 창출합니다.
이러한 ABC 전략에 충실한 브랜드를 마케팅 믹스의 4P에 접목하면서 기존의 가격(Price)과 장소(Place), 촉진(Promotion)은 이제 더 이상 불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애당초 가격은 예전부터 차별화가 될 수 없었고 장소도 제품 판매에서 더 이상 중요해지지 않았죠. 스타벅스 ‘더북한강R점’은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장소가 아닌데도 사람들은 일부러 그곳에 방문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마지막으로 광고와 홍보의 역할을 담고 있는 촉진도 제품 구매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본문에도 나와 있지만,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펼치는 광고나 메시지 또한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은 논리 이상의 무언가를 원하니까요.
저는 4P 전략을 시대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맞춰 새롭게 구상했습니다. 그리고 ABC 전략을 기반으로 제품(Product)을 제외한 나머지 3가지, 사람(people), 전문성(Professional), 약속(Promise)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인상 깊었던 브랜딩 전략이나 사례가 있었다면 나누어 주세요.
트로이의 목마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신화 속 이야기입니다. 고대 그리스 연합군은 약 10년간 계속된 트로이 전쟁에 지쳐가던 중, 한 가지 꾀를 냈죠. 그들은 거대한 바퀴가 달린 목마를 만들어 진지 한복판에 내버려둔 뒤에 일제히 거짓 철수했습니다. 트로이인들은 그 목마를 전리품으로 여기고 트로이 성안으로 들였습니다. 그날 밤, 목마 안에서 몰래 빠져나온 그리스 연합군의 정예 병사 30명은 손쉽게 성문을 열었습니다. 이후, 인근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리스 연합군이 밀고 들어와 트로이를 함락시켰죠.
트로이의 목마는 긴 세월 동안 신화로 전해져 온 스토리의 힘을 상징하는 동시에 위장 침입을 뜻하는 프레임(인식의 틀)으로 스토리를 더욱 설득력 있게 묘사하고 사람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 용어는 미국의 인지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가 자신의 저서에서 언론과 정치 분야를 언급하며 사용했지만, 마케팅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더 현대 서울은 미래를 위한 울림이라는 슬로건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공간 디자인, 뛰어난 콘텐츠 큐레이션, 최첨단 기술력이라는 3가지 스토리를 더해 ‘백화점 = 유명 패션 브랜드 쇼핑’이라는 기존의 프레임을 변화시켜 큰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또한 본디 백화점이 지니고 있는 실물 자산에서 벗어나 플랫폼, 미디어, 커뮤니티 등으로 인식할 수 있는 창조적 의식 전환도 더 현대 서울을 더욱 영민하게 만들어주었죠. 이처럼 프레임은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켜 소비를 이끌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행동경제학과 쇼핑과학을 접목해 『쇼핑의 과학』, 『몰링의 유혹』 등 유명한 마케팅 저서를 남긴 파코 언더힐이 주장한 ‘몰링’을 최초로 실현했다는 사실도 더 현대 서울 성공에 담긴 노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켜보며 다소 안타까웠던 브랜딩 전략이나 실패 사례도 있으실 것 같아요.
책에서도 밝혔지만, 오늘날에는 제품이 그저 필요에 의해 존재하는 것에서 벗어나 제품 소유자의 삶과 가치관을 나타내는 척도가 됐습니다. 따라서 사람들의 관심은 얼마나 고가의 제품을 살 수 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제품을 효과적으로 살 수 있는 지로 바뀌고 있죠. 또한 제품 이면의 가치에 대해서도 주목하게 됐습니다. 제품의 기능, 디자인, 재미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만족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다양한 브랜드 활동들도 덩달아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게 있습니다. 제품이라 부르기 뭐하지만, 소비자들에 의해 완벽한 제품으로 분류되는 것, 바로 집입니다. 정확히 얘기하면 아파트라고 해야 할까요? 재화로서의 값어치가 라이프스타일 가치보다 훨씬 높은 이 제품은 소비의 정점에서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하물며 건설경기가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실제로 지표도 일부 그렇게 나타나고 있는 요즘에도 말입니다.
저는 요즘 건설사들의 아파트 브랜딩 전략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건설사가 값비싼 수입 자재 사용, 유명 건축가의 설계, 커뮤니티 및 외관 특화와 같은 유형의 요소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것이 더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일단 팔면 그걸로 끝이고, 판매 이후에 고객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할지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 관습은 잘못됐습니다. 그것보다는 가족의 꿈을 담고, 그들의 삶을 너그러이 포용하면서 한 가족이 가정으로 숙성될 수 있도록 인문공학적 관점에서 사람들의 편리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역학 구조를 만드는 것, 나아가 인간과 자연을 매개하는 매개체로서 역할을 수행하며 공간이 아닌 시간을 설계하는 것이 앞으로의 건설사들에 필요한 진짜 테크놀로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모습으로 공간의 가능성을 열어 많은 사람들의 꿈을 담는 미래를 펼치는 일에 동참해 주었으면 합니다.
모두가 브랜딩을 잘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그게 참 쉽지 않아요. 성공적인 브랜딩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멘야 이노이치’는 2013년 혜성같이 등장해 교토 라멘 업계를 평정한 자타공인 교토 최고의 라멘 집입니다. 보통 교토식 라멘은 닭 뼈나 돼지 뼈, 간장으로 우려낸 육수를 사용하는 반면, 이노이치는 100% 해산물 육수를 사용해 맛의 차별화를 구축했습니다. 또한 토로로 다시마, 가다랑어포 등 교토 요리에 들어가는 고급 재료를 활용해 감칠맛까지 제대로 구현했죠. 특히 고명으로 올라간 0.01mm 두께로 아주 얇게 뜬 가다랑어포가 국물에 녹는 순간, 맛의 신세계가 입안에서 펼쳐집니다.
한편 이노이치는 맛과 함께 새로운 라멘집의 스탠다드를 구축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마치 고급 쿄-요리(교토 요리) 식당에서나 볼 수 있는 세련된 인테리어는 물론 맥주를 주문하면 공짜로 제공하는 오토시, 따뜻한 물수건 제공 등 기존에 라멘 가게에서는 볼 수 없었던 체험은 최상의 맛을 경험하는 MOT(moment of truth)를 이룩해냅니다.
가끔 본인이 공간 디렉터, 식당 브랜딩 전문 디자이너 혹은 브랜드 전문가라고 칭하는 분들과 대화를 하게 되면 저는 말미에 꼭 이곳에 한번 가보길 권하는 편입니다. 그들이 펼치는 브랜딩에 대한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어쩐지 눈에 보이는 요소에만 신경 쓰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MOT의 순간을 실현하는 요소는 눈에 보이는 것들로만 이뤄낼 수 없습니다. 고객은 눈에 보이는 요소를 구매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에 의해 만족감을 훨씬 더 크게 느낍니다. 그걸 생각하면 성공적인 브랜딩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게 보이는 것 같지 않나요?
마지막으로 오늘도 브랜딩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료 마케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갖자." (체 게바라)
김도환 QEEM DO HWAN
마케터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후 백화점, 아울렛 등 고객을 가깝게 만나는 회사에서 일했다. 그 경력을 바탕으로 2014년 브랜드 기획사 큐앤컴퍼니를 설립해 다양한 기업과 협력 관계를 맺고, 마케팅과 브랜드 기획 그리고 각종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한 제작물을 만들었다. 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로컬 브랜드와도 일하며 네이밍 및 브랜드 아이콘을 만들었다. 〈주간경향〉에서 약 1년간 칼럼 ‘브랜드 인사이드’를 연재했다.
채널 24 인터뷰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