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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비전 2022 코리아

무인양품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국내에서 엿보다




무인양품은 일본의 대표하는 종합 유통기업이다. 상표가 없는 좋은 물건이라는 의미의 무인양품(無印良品)은 1980년 세이유(西友)의 프라이빗 브랜드(PB)로 시작해 1989년 주식회사 양품계획(良品計劃)으로 독립했다. 이후 상품 기획에서부터 제조, 유통 및 판매까지 전 과정을 직접 운영하면서 생활 잡화, 의류, 가구, 식료품 등 총 7,100여 가지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무인양품은 일반적인 마케팅 이론을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보통 기업은 마케팅의 기본 이론인 STP 전략(시장 세분화, 목표 고객 설정, 제품 혹은 서비스의 위치 선정)을 기반으로 시장에 진출하는 반면, 무인양품은 누구나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콘셉트로 제품을 만든다.



누구나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은 무슨 뜻일까? 예컨대 무인양품의 가구와 수납함은 사이즈와 용도별로 ‘모듈화’ 되어 있어 사람들의 기호와 상황에 따라 조립해서 사용할 수 있다. 또 심플한 디자인과 색상으로 남녀노소 공용으로 사용 가능하고 가격 또한 합리적이다. 이처럼 무인양품의 제품은 범용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그러나 무인양품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브랜드가 탄생한 배경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처음 시작하던 1980년대 일본은 고도경제성장기의 절정을 맞이하고 있었다. 도처에는 화려한 디자인과 새로운 소재로 중무장한 제품들이 넘쳐나고 있었고 사람들은 가격에 아랑곳하지 않고 유명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했다.



그런 와중에 무인양품은 당시 과도한 소비사회가 야기한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사람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을 목표로 올바른 생활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간소화 혹은 생략을 통해 단순한 스타일로 제품을 만들고 최적의 소재와 제조 방법을 모색하면서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을 내딛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났지만 무인양품이 추구하는 목표는 한결같다. 이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제품에 담아 전하고 있다. 오히려 나리타 국제공항의 제 3여객 터미널과 같은 공공장소 리뉴얼 디자인, 호텔 및 캠핑장 등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하면서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이들의 인간적인 목소리에 공감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하고 있다.



무인양품의 하우스 비전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크게 주택 사업과 공간 리노베이션 사업(INFILL ZERO, INFILL PLUS), 임대 주택 사업(일본 국가 기관은 도시재생 기구[UR]과 협업하여 오래된 연립주택을 새롭게 리노베이션한 뒤에 임대)으로 구분되는 이 프로젝트는 집에 대한 인식을 구입하는 것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구상하는 것으로 변화시키기 위함이다.



특히 2004년 ‘나무의 집’이라는 주택 상품을 시작으로 ‘창의 집, 세로의 집, 양의 집’ 등 총 4가지 콘셉트의 집들을 판매하는 주택 사업은 모든 시설과 구조가 이미 다 정해져있는 일반적인 주택이나 아파트와 달리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대로 바꿀 수 있도록 벽을 없애는 등 공간의 역할을 고정시키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고강도의 기둥과 보, 철근 등 튼튼한 소재를 활용해 오랫동안 거주할 수 있는 기반도 빼놓지 않았다. 또한 무인양품의 가구와 수납함 등의 제품들이 연계될 수 있도록 설계에 반영하여 공간 낭비가 전혀 없는 구조로 만들었다.



이는 집이라는 개념이 돈이나 규모와 같은 정량적인 문제에서 벗어나 개인의 삶의 가치에 대한 문제로 인식될 수 있도록 고민한 결과다. 또 집이란 아무리 화려하다해도 결국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본질적인 접근에 대한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의 집을 ‘살기 좋은 집’이라기보다 ‘살아가는 방법’에 눈뜨게 하는 집이라고 표현한다.



이들의 행보를 살펴보면 집도 ‘사람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늘 시대적 상황에서 야기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도 살필 수 있다. 가령 2016년에는 지역과 도시의 격차 문제로 인해 발생되는 관계 소멸에 주목하여 사회 환경의 새로운 연결을 테마로 집을 만들었다면 최근에는 기후 변화, 코로나 19등의 사회적 문제 해결을 테마로 집을 만드는 것이다. 무인양품의 빌리지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 프로젝트는 기후 변화와 코로나 19 등으로 도시를 벗어나 시골에서의 생활을 갈망하는 도시민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이들은 나 홀로 시골생활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낼 수 있도록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동료가 함께 모여 생활할 수 있는 소규모 단지, 시골 생활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집 구독 서비스 등을 준비하면서 사람들이 넥스트 스테이지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번 주 월요일 충북 진천에 위치한 루트스퀘어에서 정식으로 개장한 하우스비전 2022 코리아를 방문했다. 총 6개의 집과 4개의 제안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회는 하이테크 농업을 배경으로, 교외형의 새로운 생활환경을 제안한다는 테마였지만 이곳에서 무인양품의 빌리지 프로젝트를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무인양품의 ‘양의 집’을 포함해 국내 유명 건축가들의 색다른 실험으로 만들어진 집과 레스토랑도 볼 수 있었는데 이 역시 새로운 장소에서 모여 사는 사람들의 미래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동시에 건축은 기본적으로 공간을 설계하는 일이지만 궁극적으로 시간을 설계하는 일이라는 명제도 함께 느끼게 되었다.


큐앤컴퍼니 대표 파트너, 김 도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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