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용의 무주 프로젝트

연결하는 건축의 참된 의미

부남행정복지센터 내 천문대

고(故) 정기용 건축가는 1996년부터 만 10년 동안 무주에서 약 서른 개의 공공 건축물 설계를 도맡았다. 평소 건축가의 사회적 책임, 즉 건물을 설계하는 것을 넘어 시대와 사회,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강조했던 그는 시대정신을 표현하는 프로듀서로서 몸소 실천에 옮겼다.

부남천문대도 그 중 하나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낯설게 놓여 있는 행정복지센터와 복지회관의 가운데에 천문대를 넣어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건축에 대한 진지한 모색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이 건물은 또 다른 상징적인 의미도 지니고 있다. 부남면은 무주군에서도 가장 면적이 작고, 인구가 적은 탓에 오지 중의 오지로 소문난 곳이다. 그런 이곳에 생겨난 천문대는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시키는 동시에 주민들에게 자긍심을 고취시켰다. 청청한 자연이 수놓은 별과 연결해 그 마을을 우주의 중심에 가져다 준 건축가의 속삭임,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상상력일지도 모른다.

그의 건축물을 보고 있자니, 불현 듯 친구의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전문 지식을 갖고 도면을 그리고 설계를 하는 한 건축가가 내 친구보다 우위에 있듯 자만한 채 그를 상대하던 이야기, 실제 이상으로 부풀어 올랐던 거만한 행동들.

명성에 편승하지 않고 시민들과 동등한 관계로 작업을 이어나갔던 정기용 건축가가 묘하게 오버랩되면서 다시 한 번 그의 사상을 반추해본다. 그의 건축물 속에 묻어 있는 친근함과 진솔함을 더 생각해보게 된다. 사실 브랜드도 건축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회상할 가치가 있는 건축물 속에서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시선을 찾는 일을 늘 게을리하지 않는다.

아! 물돌이 마을도.

                    

물돌이 마을이라고 불리는 내도리. 앞섬마을과 뒷섬마을 사이로 금강을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