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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타코피의 원죄

잘 만든 1화의 조건

by 문장강화

특이한 감성/자극적인 전개/인상 깊은 전면컷/궁금증을 유발하는 엔딩으로 구성된 1화

지속적으로 자극적인 전개가 이어지며 종래에 작품 붕괴

단편과 장편의 문법에 대해 연구할 필요 있음


요즈음의 젊은 일본 작가들이 전고로 삼는 만화를 꼽으라고 하면 이 만화는 분명 세 손가락 안에 들 것이다. 충격적이었던 1화와 중반부까지는 이전 만화들과는 달랐다. 특히 감탄하는 것은 1화다. 그 1화는 1화가 가져야 하는 필요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 기승전결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기: 순수한 마스코트 캐릭터(이하 타코피)와 상처 입은 주인공(이하 시즈카)의 조우_아동만화 같은 조우, 이것은 일종의 쿠션이자 대비다. 독자들은 주인공의 불행을 짐작할 수 있지만 추후 있을 충격적인 장면까지는 예측하지 못한다.


승: 시즈카는 귀여운 외모와 다르게 큰 슬픔을 품고 있다. 타코피는 그런 시즈카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최첨단 해피 도구들을 꺼내지만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시즈카의 불행은 계속된다.


전: 계속 다가오는 타코피에게 마음을 연 시즈카. 허나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비극의 임계점을 넘은 시즈카는 자살한다_이 자살 장면은 전면 페이지로 그려졌다. 강한 콘트라스트와 밀도 높은 배경 묘사로 인상적인 그림을 만들어냈다. 이 비극을 이해하지 못하는 타코피의 천진한독백은 아이러니를 더하며 연속으로 충격을 더한다.


결: 타코피는 시즈카가 자살하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린다. 과연 타코피는 시즈카를 구할 수 있을까?_의문을 주고 마무리하여 독자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특이하고 귀여운 그림체와 더불어 요즈음 부상하는 염세·자극이라는 키워드, 강한 몰입, 인상 깊은 한 컷, 매 화 궁금증을 유발하는 엔딩까지 초중반부는 잘 짜인 만화였다. 허나, 후반부에 접어들며 작품은 급격하게 무너진다. 매 화 충격적인 전개를 위해서는 이전 화보다 더 자극적인 모습들을 보여줘야 한다. 단편에서는 한 번이면 충분하나 집중 연재는 이를 20회 동안 반복해야 한다. 작품이 무너지기 시작한 중후반부부터 그들의 비극은 작가가 설정한 범위를 넘어섰다. 불행은 작가는 이미 준비한 결말-화해-로는 수습되기 힘든 지경까지 왔다. 중심 캐릭터를 희생시켰음에도 마지막이 허무했던 이유는 거기에 있지 않을까. 장편 트레이닝을 더 하고 연재했다면 좋은 작품으로 남았을 것 같아 안타까움을 더한다.




* 생각해 볼 지점

- 단편에 강한 작가들이 장편에서 맥을 못추리는 경우가 잦음_단편과 장편의 차이를 정리해둘 필요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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