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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체인소 맨

자기 세계 구축을 위해 쓰이는 오마주

by 문장강화

표절과 오마주의 경계를 잘 탄 작품

타인의 설정을 변형하여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구축자기화 함_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해놓음

2부의 부진은 자신의 그리고 싶은 것을 제대로 형상화하지 못해 생기는 문제인지 해결법 필요


웹툰부터 만화까지 창작에 있어 표절은 언제나 뜨거운 감자이다. 허나 이런 표절 문제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작가가 있는데, 체인소 맨의 후지모토 타츠키이다.

타츠키의 만화는 타츠키만의 개성이 있지만, 그것은 완전히 본인에게서 기인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타란티노와 같이 타인의 창작물을 자신화 시킨 것에 가깝다. 타츠키의 상상력은 자신이 재밌게 본 영화에서 기인한다. 정확히 이 부분에서 타츠키의 진가가 드러난다. 타 영화 속 흥미로운 디자인이나 설정을 가져다와 자신의 세계 소품으로 써 자신만의 명장면을 만들어 낸다. 많은 창작자가 그 사이를 헤매다 좌초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표절-오마주-창작이 서로 애매한 경계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타츠키는 명확히 자신만의 부분을 구축해놓음으로써 타 작품을 인용하면서 오마주를 확실히 했다.

다만 2부의 부진은 아쉽다. 하고자 하는 바는 있으나 그것을 만화로 나타내질 못한다는 느낌도 강하다. 담당 편집자 린 시헤이의 인터뷰에서 작가에게 따로 간섭하는 일은 없다는 말을 본 적 있다. 이번 경우에는 자율성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 게 아닐까? 연역적으로 접근하였다면 어땠을지, 가령 잘 이해되지 않는 장면이 가진 의미에 대해 문답하며 점층적으로 이야기를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식으로든, 작가가 정리할 기회를 주었다면 원래의 재기발랄함이 나오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든다.




* 생각해 볼 지점

- 인육 섭취 등 과격한 전개가 나옴에도 사람들이 거리낌없이 좋아하는 이유는?

- 작가의 표정 묘사, 서정적인 에피소드들에서 오는 여운

- 타츠키를 모방하는 작품들이 대거 등장하는 현상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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