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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의 시선과 한계

by Chloe


최근 역사상 가장 높은 IQ 보유자가 한국인이라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IQ가 276 인 사람의 눈에는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요?

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범위입니다.

저는 IQ 테스트를 해본 적이 있는지 가물가물해요.

학창 시절에 했을 것 같은데, 평이한 수준이라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예전부터

'천재라 불리는 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떨까'

라는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수학의 대가들이 보는 세상,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이들이 바라보는 세상도 궁금합니다.

그래서 미술과 수학을 굉장히 잘하는 친구에게

"네가 보는 세상은 어때? 저 신호등이 왜 저 높이에 각도로 세워진 건지 수학적으로 이해가 되니?"

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는데,

친구는 아무 말 없이

쟤는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라는 눈빛을 보내서 무안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이런 궁금증을 가지게 된 배경에는 제가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는 자기 인식과

'사람은 절대로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생각하는 저의 가치관의 영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쌍둥이도 성장 과정에 따라 외형이 달라지는데,

각각의 성장 과정을 보낸 두 개체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요.

심지어 물리적으로도 두 개의 물체가 하나의 좌표 위에 존재하는 것은 불가능하니까요.


그래서 '이해해.'라는 말보다는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야.' ,

'네 입장이 어떨지 추측해보려고 해. ',

'네 기분을 알 것 같아. ',

'나도 너와 비슷한 경험이 있어. '

같은 문장을 사용합니다.

때때로 가까운 이들에게

‘네 생각은 어때, 왜 그렇게 생각해?’와 같은 물음으로 타인의 시선을 유추해 보려고 노력하기도 해요.


타인의 시선과 사고를 궁금해하는 저는 스스로의 한계를 느끼는 지점도 비슷합니다.

더는 새로운 생각을 못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 한계라고 느끼거든요.

심지어 그런 순간에는 반드시

'언제까지 새로움만 추구하며 얄팍하게 살아갈까'

하는 현타가 동반됩니다.

1-1, 2-1, 3-1 도 좋지만 1-2, 1-3, 1-4로 깊어지는 과정도 반드시 필요하니까요.


새로운 사고를 하지 못하는 제 자신을 알아채면,

제 사고 범위의 한계를 체감하고, 깊이의 중요성과 한계마저 체감합니다.

그렇게 한계에 부딪히면 내재된 불안이 스멀스멀 커지며 일을 벌이기 시작해요.

해당 분야의 책을 구매하고, 스터디에 가입하고, 인강을 결제하고 학습 커리큘럼을 구성합니다.

그 순간만큼은 직장이나 기존에 벌려둔 일 같은 건 전혀 고려되지 않아요, 정확히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있는 힘껏 펼쳤다가 선별하여 수렴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 과정에서 체감했던 한계를 극복하게 되거나,

한계를 체감한 분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 잊히더라고요.


이 과정은 주기적이고 늘 비슷해서

나는 퇴화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과 여러 가지 자기 파괴적인 욕구가 함께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벌려둔 모든 일을 그만둘 때도 있어요.

운이 좋을 때는

'사람의 성장은 나선형이라 느리지만 분명히 성장하고 있다'

는 문구를 떠올리며 셀프 토닥임과 휴식을 주며 멘탈을 챙긴답니다.


"잘하고 있어. 괜찮아, 더 잘할 거야."

라고 자주, 그리고 많이 얘기해 줘요.

그러다 눈물이 나면 마음껏 웁니다.

울고 나면 다시 시작할 에너지가 생기거든요.


앞으로 몇 번이 될지 모르겠지만, 힘들고 지겨워도 멈추지 않고 이 과정들을 거치다 보면,

언젠가는 스스로

'나는 풍부한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구나.'

라며 자랑스러워 하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때가 되면 더는 276의 시선을 궁금해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혹시 제가 타인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을 궁금해하는 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제가 가진 열등감을 투영했던 걸까요?

어쩐지 자신에 대한 새로운 질문이 던져지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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