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로데오

변화하는 상권의 리듬

by Chloe

11월의 절반이 지난 어느 일요일,

압구정로데오역 5번 출구로 나섰습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햇살은 따뜻하게 느껴지지만,

겨울 아침의 온도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더욱 느리게 만드는 것 같은 오전 11시 30분입니다.

도심은 깨어나는 중이었습니다.


대로를 따라 걷다, 카페 골목으로 방향을 틀자 지하철역 주변의 북적임과는 다르게 골목은 한산했습니다.


문득 이 시간, 사람들이 몰린 장소는 어디일까?

궁금증이 생겼고, 발길은 자연스럽게 웨이팅이 있을법한 곳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의 플래그십이 보일 때쯤,

약간의 북적거림이 느껴집니다.

크리스마스 느낌이 가득한 장식물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눈에 들어오구요.




꽁티드툴레아


로데오에서 웨이팅 스팟으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곳은 꽁티드툴레아입니다.

내부 만석으로 웨이팅이 있는 꽁티드툴레아 도산점

생긴 지 꽤 된 장소임에도 인기는 여전합니다.

여담이지만 저는 직장이 도산공원 인근인데,

이곳은 평일에도 웨이팅이 있습니다.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브런치 메뉴들의 인기도 꾸준합니다.


꽁티드툴레아를 제외하면 인근은 한산합니다.

평소 소금빵으로 유명해서 항상 웨이팅이 있던 베이커리도 오늘은 한가하네요.




슈프림


남다른 인파가 보여 다가가니 슈프림 매장입니다.

이곳은 언제나 독특한 웨이팅 풍경을 보여줍니다.

줄을 서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들려오는 언어는 대부분 중국어와 일본어였어요.

매장별로 주요 고객층이 뚜렷했는데,

슈프림과 루이뷔통 매장 근처에는 중국 남성들이,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밀집한 지역에는 일본 여성들이 주를 이루는 모습이었습니다.

슈프림 매장은 평일 웨이팅도 남성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오늘 압구정 로데오의 유동인구는 외국인의 비중이 절반 정도로 느껴질 만큼 높았습니다.

동네 혹은 인근 거주민으로 예상되는 편안한 옷차림이 30% 정도, 데이트나 약속 등으로 놀러 나온 듯 보이는 사람들은 20% 정도로 가늠해 봅니다.




런던베이글뮤지엄


셋째로 마주한 웨이팅 스팟은 런던 베이글 뮤지엄입니다.

인근까지 북적거리는 런던베이글뮤지엄입니다.


먹을 때마다 그 인기의 이유를 체감할 수 있는 곳입니다.

저는 질긴 베이글보다는 폭신한 식감을 선호하는데,런베뮤의 베이글이 딱 그렇습니다.

최근에 친구 덕분에 신제품을 맛봤는데, 함께한 이들 모두 "역시 런베뮤"라는 감상평을 남겼습니다.




압구정의 변화


웨이팅 스팟의 공통점을 찾으셨나요?

이미 검증된 곳이라는 점 입니다.

사진 속 카페도 맛으로 유명하고, 평일에는 웨이팅이 있는 맛집입니다.

대부분의 브런치 카페와 식당 모두 한산했습니다.

거리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통행하는 차량과 배달 오토바이만이 많아짐을 느꼈습니다.

맛잘알 인플루언서의 맛집으로 소문난 곳입니다.


그중에서도 북적이는 곳들은 어떤 채널을 통해서든 인증이 된 곳들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압구정 로데오의 상권은 이미 '오피스화'가 진행된 듯했습니다.

예전처럼 '거리'가 아니라, 일부 '스팟'들의 명성으로 운영되는 모습이었어요.


거리가 유명한 시대는 이미 저물었고,

확실한 목적지가 있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 된 거지요.


점심을 먹기 위해 분식으로 유명한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육회김밥으로 유명한 곳인데, 웨이팅 없이 바로 입장 할 수 있었어요.

물론 이곳도 평일에는 대부분 웨이팅이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식사를 마무리할 12시 30분 무렵에 1팀의 웨이팅이 생겼습니다.


식사 후에는 최근 오픈한 카페를 방문했습니다.

유명 소품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곳이고 커피 맛이 괜찮다는 평을 들었는데, 역시 다른 곳 대비 북적임이 느껴집니다.

주문이 꽤 있어서 커피가 나올 때까지 7~8분 정도 기다렸습니다.

맛은 들은대로 훌륭했고요.




압구정의 변화


예전 같지 않다는 압구정 로데오.

확실히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첫째, 상권의 오피스화

평일 런치타임의 북적임과 대비되는 주말 오전의 한산함은 이를 증명하는 것 같습니다.


둘째, 목적성 방문의 증가

과거 '거리'를 즐기던 사람들이 이제는 '스팟'을 찾아옵니다.

웨이팅이 있는 매장들의 공통점은 이미 검증된 곳이라는 것인데, 이는 새로운 발견보다는 확실한 선택을 추구하는 소비 패턴이 엿볼 수 있었습니다.


셋째,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

전체 유동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외국인들.

이는 압구정 로데오는 글로벌 쇼핑 위주로 변모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압구정 로데오는 거리의 이야기가 아닌 스팟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었다는 변화를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도시 곳곳의 변화의 흐름을 기록하고 분석하는 것,

그것이 '도시기록 서울의 11시' 시리즈를 시작하게 된 이유입니다.

앞으로도 서울 곳곳의 상권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기록하며, 도시의 변화를 찾아보려 합니다.


"서울의 오전 11시는, 같은 이름 아래서도 다른 리듬을 보여줍니다. "


누군가에겐 영감과 도움을 줄 수 있는 시리즈가 되길 바라며 이번 편은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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