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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뀨언 Jul 06. 2020

한국 비디오 아트 7090:시간 이미지 장치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20.05.06의 기록

    오랜만에 혼자 보는 전시회였다. 인턴십 지원 완료 보상을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마침 5월 6일부터 미술관, 박물관을 재개관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혼자 전시를 보면서 마음을 정리하자 싶었고, 가장 익숙한 전시관인 과천 현대미술관 예약을 했다! 전시를 같이 보고 감상을 나누는 것도 좋지만, 혼자 보는 것도 내가 원하는 속도로 즐길 수 있어서 참 좋은 것 같다. 덕분에 페이스가 긴 비디오 아트들을 원 없이 끝까지 보고 나왔다.

    그리고 혼자 갔는데 몇십 년 동안 여전히 노래 부르는 철 아저씨 덕에 좀 긴장이 풀렸다. 긴장이 풀리니 배가 고파서 전시관 안에서 버섯 리소토를 먹었는데 흠.. ㅎ 쏘,, 쏘,,,, 올라갈 때는 걸어갔는데 내려갈 때는 리프트를 타고 내려왔다! 혼자 리프트 표를 사러 가니 ㅜ 매표소 직원분이 당연하겤ㅋㅋㅋㅋㅋ 성인 둘이요? 이래서 아니 혼자요! 하고 구매.,,, 혼자 리프트 타고 고요한 저수지랑 숲, 동물원을 내려다보는 그 순간만큼은 아무의 방해도 받지 않고 나를 꾸미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어서 좋았다.

다다익선은 22년까지 수리 중,,, ㅠㅠ 벽면에서.. 이렇게라도 만나는(?) 다다익선,,

    내가 과천 현대미술관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다다익선인데, 전시를 관람하기 전 다다익선 옆 나사형 오르막을 돌면서 아 내가 이곳에 왔구나 느끼곤 했었다. 그런데 웬걸 ㅠ 다다익선 수리 중,,,! 나중에 이 소식을 들은 다른 친구가 미술관측에 문의해봤더니 완공이 2022년이라는 슬픈 소식이... 그래도 그렇게 수리를 거치고 다시 22년 더 거뜬하게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 그 자리를 지켜줬으면 좋겠다.

김재권 부정의 변증법 1993                                     박현기 무제


    부정의 변증법을 보고 지금 코로나 사태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상식이라고 생각한 것들을 작가는 모두 부정한다. 세기말 실험 아티스트 특유의 냄새가 나는 작품이었다. 20년이 넘은 지금, 이 작품이 아직도 그 의미를 보존한 듯싶었고,,, 움... 현대 사회에 대한 경고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박현기 작가의 무제 돌 시리즈 중 돌탑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작품 속 돌탑은 진짜 돌과 영상 속 허상의 돌이 함께 쌓여 이루어져 있다. 그 자체가 마치 돌탑에 소원을 비는 행위의 이중적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돌탑과, 소원을 비는 사람, 돌, 소원은 모두 실재한다. 하지만 그 행위 자체는 허상이다. 그 누구도 진짜로 그 행위가 소원을 이루어 줄 것이라고 확신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이어져오고, 그것은 실재하는 행위이다.

    이름을 적을걸 ㅠㅠ 찬장 속 인체의 일부가 전시되듯 놓여있는 이 작품은, 인체가 인체로 있을 수 없고 마치 평가당하는 객체인 듯 묘사 해 놓았다. 그렇기에 인격체가 남의 시선에 의해 평가를 당할 때에 인간다울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직관적이면서도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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