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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추뚭이맴 Jun 06. 2016

나는 너의 집사,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지난 5월 15일 '동물농장'에서 방송되었던 강아지 공장 편은 세간에 충격을 안겨주었다. 본방송으로 보던 나는 큰 충격을 받고 말았다. 샵에서 파는 강아지들이 대부분 공장에서 출산한 아이들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 실태까지는 알지 못했다. 

 방송에서 보이는 그 환경을 보자마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한 평생 철장 안에 갇혀서 제대로 된 햇빛 한번 받아보지도 다정한 쓰다듬도 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그 아이들을 보니 마음이 괴로워졌다. 아파도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더러운 환경 속에서 뒤엉켜 지내야 하는 그 동물들에게 무슨 죄가 있는 것 일까. 인간의 이기심이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그 아이들에 자유를 박탈해 가면서 얻고자 하는 것이 고작 돈이라는 것이 너무나 분하고 속이 아프다.  그러나 더 힘이 드는 것은 제대로 된 처벌 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수의 증가 만큼 요즘 유기당하는 반려동물의 수도 늘고 있다. 이제 귀엽지 않아서 너무 시끄러워서 온갖 이유를 갖다 붙이며 유기를 정당화하는 그들은 보니 화가 날 수밖에 없다. 



나는 지금 본가에 3마리 자취방에 1마리 총 4마리의 집사이다. 원래 고양이를 키우고 싶었던 생각은 있었지만 묘연이란 갑자기 찾아왔다.


3년째 나와 동거동락 해 온 나의 첫번째 고양이 



늦은 저녁 산책을 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집 근처 쓰레기 담장 위에서 만나게 된 나의 첫 번째 고양이.

야윈 몰골과 사람을 잘 따르는 행색을 보아하니 분명 집고양이임이 틀림없었다. 대게 집고양이들은 밖에 내보내지는 경우 그 구역을 영역 삼는 길고양이들에게 공격 대상이 대기 일쑤이다. 그것을 알고 있던 나는 길에 그대로 둘 수 없어 집에 데려오게 됐다. 그 뒤로 근처 동물 병원, 인터넷, 전단지를 찾아보아도 주인을 찾아볼 수 없었다. 즉 이 고양이는 유기된 고양이였던 것이다. 그때 나는 만연히 나중에 고양이 한 마리 키우자라는 생각만 갔고 있던 때였다. 그렇지만 이 고양이를 보자마자 단숨에 마음을 뺏기게 됐고 지금까지 3년 동안 같이 동거 동락해오고 있다.


그 3년이라는 시간이 모두 핑크빛 찬란한 시간은 아니었다. 때론 힘들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하지만 그 마음을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 행복이 더 크다. 그리고 이미 고양이가 없는 삶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고양이는 하루종일 자고 먹고 자고 먹고 싸고의 반복이다.



첫째 고양이 이후로 2~3주 뒤에 둘째를 들이고 그다음 해에 셋째 그다음에 해에 넷째. 그렇게 해서 지금 총 4마리. 4마리의 집사가 되었다. 우리 고양이들은 다 스트릿 출신이다. 누가 보기에는 귀티라고는 눈 씻고 찾아보기가 힘들지만 아무렴 어떻겠나. 내 눈에는 금이야 옥이야 귀여운걸.



이 녀석들과 동고동락 한 뒤로 포기해야 되는 것도 생겼다.

첫째, 깔끔함을 포기한다.

이건 솔직히 집사들마다 다르다. 하지만 나는 기꺼이 포기했다. 털아 일체를 마음에 새기며 내가 털이고 털이 나이다.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일정 부분 털은 포기를 해야 마음이 편하다.

둘째, 검은 옷을 포기한다.

굳이 입어야 한다며 돌돌이는 필수품! 

셋째, 여행은 당일치기

반려동물만 집에 두고 맘 편히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주인이 얼마나 될까. 호텔에 맡겨도 되고 고양이는 집에 여분에 화장실 사료 물만 놔주면 된다고 하지만 완전히 걱정을 떨쳐 낼 수는 없으니 멀리 여행을 가기란 쉽지 않다.

넷째, 침대는 넓은 데 내가 잘 곳은 없다.

왜 방석이랑 하우스는 내버려두고 굳이 침대 위에서 자는 것일까. 그것도 한가운데! 혹 다묘 가정을 꿈꾼다면 유연성을 키우시기를

다섯째, 맘 편히 집에서 뭔가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애초에 버려라.

컴퓨터를 하건, 텔레비전을 보건 맘 편히 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여섯째, 한번 아프면 빈털터리가 된다.

동물병원은 부르는 게 답이다. 한번 검사하는 것도 예방 주사 하나 맞히는 것도 다 돈이다. 즉 평소에 대비해서 돈을 모아 둘 필요가 있다.



모아두다 보면 포기해야 할 것 투성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내가 그들을 사랑하고 이미 그들은 내 일부이자 내 가족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반려동물을 꿈꾸고 있다면 제발,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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