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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추뚭이맴 May 23. 2016

토닥토닥

힘내요. 우리




살다 보면 한계에 맞닥뜨릴 때가 있다. 힘들고 우울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저 멍하니 가만히 있고 싶은 때. 요즘 나는 그런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었다. 일은 일대로 힘들고 개인적인 일들도 같이 파도처럼 나에게 덮쳐왔고 나는 그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살려고 발버둥 할 때마다 더 깊이 빠지는 것과 같이 더욱더 지치고 더 우울해지고 있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뾰족한 수가 없다. 다 내려놓고 어디로든 떠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막상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괜찮아. 너는 충분히 할 수 있어. 너는 할 수 있어.'


한창 내가 힘들고 우울해 할 때였다. 표정은 어둡고 기운도 없고 며칠 동안 한숨만 푹푹 쉬며 일하고 있는데 누군가 얘기했다. '괜찮아. 너는 충분히 할 수 있어. 너는 할 수 있어.' 그 단순한 말 한마디가 마음을 따뜻하게 얼러 만져주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들어 본 적 없는 위로였다. 괜찮다고 나를 북돋아 주는 말을 진심으로 듣고 싶어 했던 걸까? 아니면 그 말을 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생각에 슬펐던 건지 그 말을 듣고 나는 눈물을 흘렸다. 위로라는 게 대단한 말을 해주는 게 아니다. 단순한 말일지라도 그 말속에 진심을 담아 얘기해 준다면 그 말은 듣는 사람에게 잔잔한 파문을 일으켜줄 것이다. 그 말이 나에게 그랬다.  

사실 나는 너무 힘들면 속에 담아두고 혼자 끙끙거리다가 주체할 수 없이 쌓이면 그때서야 모든 걸 쏟아내 붓는 성격이다. 그렇게 살다 보니 스트레스에 무뎌지게 돼버렸다. 어느 날 일을 끝내고 현관에 들어선 순간 쏟아지는 눈물에 주저 앉아 엉엉 울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참는다고 무시한다고 괜찮아 지진 않는다. 내가 보지 않으려 하고 듣지 않으려 해도 그 무거운 짐은 그곳에 그대로 있는다는 것을 애써 무시하며 살아가려 했다. 





힘들다고 느껴질 때면 나는 혼자서 여행을 가는 편이다. 멀리 가지 못할 경우 근처 호텔에 가서 하룻밤을 자고 올 때도 있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에서 잠시 벗어나서 휴식을 취하는 것도 내가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방법이다. 나를 아무도 모르고 귀찮게 하는 일들에서 벗어나 때론 몸을 힘들게 굴리면서 지치게 하고 아니면 편한 호텔에서 푹신한 침대와 베개에 몸을 늬우며 낮잠을 자기도 한다. 그렇다 보면 적어도 스트레스를 견딜만한 힘이 조금은 생긴다. 그 힘으로 지난 일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한 발짝 물러나서 생각도 할 수 있게 된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까? 살아가다 보면 이보다 더 힘들고 나를 아프게 하는 일들이 많을 텐데 그땐 또 어떡하지. 지금 내가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걸까. 나는 여기서 무얼 하는 거지. 이렇게 힘든데 계속해야 되는 걸까? 어두운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우울한 생각이 그렇다면 긍정적인 생각도 그러하다. 괜찮아. 그래도 나는 내가 먹고 자는 집이 있고 날 기다려주는 나의 고양이가 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두 다리가 있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게 말이 쉽지 막상 하기는 쉽지 않다. 낯 뜨겁기도 늘 부정적으로 생각만 하니 긍정적인 어투가 머릿속에서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이 또한 하다 보면 괜찮아질 것이다.

세상은 넓고 우리가 살아갈 길도 앞으로는 더 남아 있을 것이다. 그 길이 잘 다져놓은 아스팔드 일지 질척이는 진흙탕길일지는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래도 그 길을 걷다 보면 우리는 하나의 혜안을 얻게 될 것이다. 이 길은 이렇게 걸어야 해. 그 수많은 혜안이 쌓이다 보면 우리는 보다 더 강하고 여유로워질 것이다. 지금 그 진흙탕 속으로 걷고 있는 나와 나와 같은 많은 사람들, 힘내요. 우리. 조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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