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박 가즐링 촐로
아, 몽골 여행을 가기 전에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것은 정말 건강한 체력이다. 바위까지 씹어 먹을 체력이면 더욱더 좋다. 난 정말 저질체력의 끝판왕을 달리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정말이지 투어가 끝나고 부피가 줄어서 돌아왔다. 그리고 대부분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멀미를 하는 사람은 멀미약과 들을 수 있는 음악을 가져가면 좋다. 당연히 스트리밍이 되지 않기 때문에 mp3파일로 받아가야 한다. 그리고 뜨거운 태양빛에 타기 싫으면 팔토시와 모래바람을 가릴 수 있는 스카프도 있으면 좋다. 투어를 하면 아침, 저녁은 대부분 가이드가 챙겨 주고 점심은 레스토랑 가서 먹는 경우가 많다.
출발할 때 우리는 자야에게 가이드를 소개받았다. 영어가이드였다. 처음에 이름을 제대로 들었는데 뒤돌아서자마자 까먹어서 다시 알려달라고 했다. 그의 이름은 뽀이나, 줄여서 뽀야 였다. 우리는 전날 밤에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오전에 뽀야와 함께 근처에 있는 몽골 국영백화점에 들러 유심과 환전을 한 뒤 출발하기로 했다. 가는 길에 각자 소개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뽀야도 나보다 겨우 한살이 많은데 벌써 아이가 있고 고등학교 선생님인데 방학 때는 알바로 가이드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새삼 충격적이었다.
그렇게 가면 국영백화점에 도착했는데 1층 환전소에 가면 한국돈도 환전을 해주므로 필요한 달라말고 한국돈을 가져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나는 출국하기 전에 한국돈 10만 원쯤과 해외에서 자주 사용하는 VIVA카드만 들고 갔다. 거의 모든 게스트 하우스나 숙박이 이 국영백화점 근처에 집중되어 있으니 자세한 것은 구글 지도를 참고하면 될 것 같다. 출발하고 머지않아 울란바타르에서 잘 터지던 핸드폰이 안 터지기 시작했다. 진짜 오지에 온 것이다.
출발하기 전에 푸르공에 자야가 흰 액체(?)를 뿌렸는데 그때는 몰랐는데 우유 같은 흰 액체가 정화하는 의미란다. 그래서 여행하기 전에 차에 우유 같은 것을 뿌리고 안녕을 빈다고 3일 후에 알게 되었다. (마유주도 뿌리는 것 같다.) 몽골을 여행할 때마다 볼 수 있는 다음과 같은 탑에도 몽골사람들이 우유를 붓고 세 바퀴 돌면서 기도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몽골을 여행하면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돌과 나무로 된 탑이다. 저렇게 나무들과 오색 천으로 묶인 것을 볼 수 있는데 파란색은 하늘, 초록색은 땅 등을 의미한다고 한다. 대부분 파란색 천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는 하늘에 소원을 비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샤머니즘을 말한다. 나중에 들은 건데 몽골사람들은 대부분 불교이다. 하지만 이들의 샤머니즘과 불교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무당이 이런저런 불경을 읊으라고 얘기해 주고 나서 절에 찾아가 승려가 불경을 읊어준다고 한다. 몽골의 불교는 티베트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공산주의 때문에 절이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다.
포장된 고속도로가 끝나고 오프로드로 푸르 공이 달리기 시작하면 영화 매드맥스처럼 푸르공 뒤에 모래바람이 날린다. 아무것도 없이 그저 푸르공만 달리는 그 길이 신선했다. 정말 흔한 새소리도 잘 안 난다. 그리고 그 초원 위에는 짐승의 뼈들과 마른 배설물들이 굴러다닌다.
박 가즐링 촐로는 화강암 암석지대로 수많은 동굴들이 있다. 이전에 몽골 사람들이 도망 다녔을 때 숨어있던 곳이라고 한다. 실제로 동굴에 들어가면 밖과 달리 냉장고 같이 춥다. 나는 돌아다니다가 지쳐버렸는데 게르 캠프로 가기 전에 뽀야가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곳을 소개하여줬다.
현지인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은 다름이 아니라 바위틈에 지하수가 고인 곳이었는데 이 물로 눈을 씻으면 눈이 개운해진다고 한다. 내가 실제로 해봤는데 눈에 있던 모래 먼지들이 씻겨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건조한 모래먼지 투성인데…. 그 정도는 뭐 괜찮다고 생각했다. 꺾인 숟가락으로 물을 떠올리면 그 물로 눈을 씻으면 된다. 물은 시원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베개 바위라고 누우면 편하다고 해서 누웠는데 나는 불편했다. 그렇게 이 곳을 거쳐 우리는 게르 캠프에 도착했다.
게르 캠프는 유목민이 여분으로 만든 게르를 이용했다. 여행시즌에는 다들 게르를 더 많이 지어서 여행객들에게 제공하고 돈을 받는 듯하였다. 염소나 말, 양들을 코앞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대부분 염소는 뿔에 색칠을 하고 양은 엉덩이 털 부분에 색칠을 하여 주인이 있다는 것을 표시한다. 화장실은 당연히 푸세식이다. 나는 어렸을 적에 외할머니네 집이 푸세식이었지만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엔 큰 것은 못 봤지만…. 그래도 화장실이 없는 것보단 낫다. 몽골에서는 밤이 되면 정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서울 같으면 도로 소리라도 들렸을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