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목표가 생겼다> 리뷰
대한민국의 열아홉 대부분은 ‘고삼’이 되기를 선택한다.
대입이라는 인생의 ‘다음 단계’가 뚜렷하고 전 국민의 응원과 요행의 마음으로 둘러싸인, 가장 기적스러운(?) 개인이나 집단. 그러나 <목표가 생겼다>에는 어떤 고삼보다도 목표가 뚜렷한, 고삼이 아니라 그저 열아홉이기를 선택한 ‘소현’이 있다. 과연 소현의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도박꾼들과 어울리고 알코올 중독인 엄마 유미 때문에, 자신을 낳은 직후 가족을 떠난 아빠에 대한 복수를 위해, 열아홉 소현은 새로운 집을 구해 가출하기를 결심한다. 그것도 엄마와 대화를 나누고 있던, 아빠로 추정되는 재영의 앞집으로.
재영이 사는 주택엔 자신과 같이 학교를 자퇴한 열아홉 윤호와 윤호의 할머니가 살고, 할머니의 보호사 복희가 자주 방문한다. 소현은 이들의 관계를 알아내고 더 쉬운 복수를 위해서 또래인 윤호에게 접근한다. 그것을 시작으로 재영이 하는 치킨집의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게 되고, 윤호를 이용하기 위해 그와 교제까지 시작한다.
소현은 돈을 위해, 돈으로 하는 무엇이든 가리지 않는다. ‘돈을 위해’ 사람들의 핸드폰을 소매치기로 훔치거나 ‘돈으로’ 사람을 고용해서 누군가를 두들겨 패거나 조사하는 일, 자신의 개인정보를 위조하는 일에도 예외가 없다. 복수 또한 마찬가지다.
소현에겐 복수라는 ‘목표가 생겼다’.
그 목표는 여느 열아홉, 고삼들의 그것과는 다르다. 바로 엄마를 더 이상 보지 않고, 아빠를 불행하게 만들고서 끔찍한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는 일. 나를 불행하게 만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기를 망치는 일.
소현이 집을 나서서 불법으로 돈을 벌고, 복수를 위해 대대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은 마치 스릴러를 연상케 한다. 위험에 처한 윤호와 그를 구하기 위해 소현이 무방비 상태로 그 위험에 빠지는 장면은 마치 누아르의 한 장면 같고, 윤호를 이용하기 위해 시작했던 교제에서 서로의 풋풋하고 서툰 진심들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 마치 로맨스 같기도 하다. 또 윤호가 다녔던 고등학교의 시우 패거리와 계속해서 부딪히는 그들은, 영락없는 학원물의 주인공들이다.
<목표가 생겼다>는 4부작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 짧다면 짧다고 말할 수 있는 분량으로 특정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드라마를 보면서 내용이 예측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장르 또한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을 다른 말로 하면, 소현은 목표를 위해서라면 장르 불문, 무엇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 장르 모두가 복수라는 하나의 틀에 묶여 있으니 그것이 난잡하게 다가오기보다, 마치 푸짐한 종합 선물세트를 받은 듯한 기분을 만끽하게 한다. 로맨스 학원물 가족 누아르 스릴러라니!
<목표가 생겼다>는 2020년 MBC 극본 공모전 당선작으로, 젊은 제작진과 배우들이 작품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 젊음이 모여 새로움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해서 약간의 의문이 들기도 했다. 작품에서 학교 폭력을 저지르고 당하는 인물과 장면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기존 미디어에서 쉽고 자극적으로 그려왔던 학교 폭력의 단면을 그대로 끌어왔다는 점에서 다소 올드한 선택을 하기도 한다. 또 출생 과정에서의 고난이 자신 일생일대의 목표로까지 이어지는 주인공 설정의 k스러움(?), 복수를 위해 그 대상의 주변에 잠입한다는 이야기 자체는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속한 가족의 범위 안에서 그저 안주하기보다, 내가 원하는 가족이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물음을 가진다. 현재 가족의 형태와 사람들의 가족에 대한 가치관은 계속해서 변화를 맞이하는 과도기라고 볼 수 있다. 어디까지가 가족이며, 가족이란 무엇이고, 그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답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목표가 생겼다>는 휘몰아치는 장르적 특성과 함께 짧은 4부작의 분량으로 밀도 있게 우리를 그 물음에 데려다준다. 소현의 복수 이면엔 우리가 있다. 소현이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어떤 가족을 이루어내는지를 넘어 우리를 돌아보게 만든다. 그것이 이 작품이 가지는 젊음과 새로움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