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 723회, “춤신춤왕” 특집
지난 6월 2일, '춤신춤왕' 특집으로 구성된 <라디오스타>에 1세대 춤신춤왕 ‘채리나’, 발라드 가수 ‘황치열’, 전 프로야구 선수이자 코치 ‘홍성흔’, 기상캐스터 ‘김가영’이 모였다. 잠깐만, 당신도 약간의 이상함을 느꼈을 것이다.
“왜 춤신춤왕 특집에 발라드 가수가, 야구 코치가, 기상캐스터가 나와?”
같은 게스트들조차 서로에게 의문을 가졌던 이 조합. 심지어 이들은 무려 춤에 자부심까지 있다. 이들에게 자기 PR은 기본 옵션. 왜지? 이 글은 그런 의문으로 출발했다.
토크는 쉴 새 없이 그들의 자랑으로 시작되고 이어졌다.
어쩌면 당연할지 모르지만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는 채리나부터, (자칭인지, 타칭인지는 알 수 없지만) 구미에서 가수 ‘비’이자 ‘지디’로 불릴 정도로 춤꾼이었던 자신은 그 무엇도 아닌 ‘구미의 황치열’이라고 정정하는 황치열, 야구보다 춤을 논할 때 더 재미있고 ‘야구 선수 치고’라는 말을 넘어 그루브 좀 탈 줄 안다는 홍성흔, 지난해 유튜브 인기 동영상 순위 3위를 기록하여 지코를 뉴스로 불러냈던 ‘아무노래’ 챌린지의 주인공 ‘끼’상캐스터 김가영까지. 약간의 자랑과 함께 자신의 내력을 읊는 그들을 가만 지켜보며 나는 생각했다, 왜 이렇게 다들 춤에 진심인 거야.
듣다 보니 네 사람 모두 춤신(?)으로서의 역사가 깊었다. (이효리, 배윤정 등 유명한 후배들과 댄서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채리나를 제외하고) 황치열은 어릴 적부터 춤을 추며 경북 지역 순회공연을 돌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댄스팀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홍성흔은 대학 시절 각종 댄스 무대들은 물론이고 선수 시절 비의 ‘레이니즘’과 같이 그의 끼와 흥을 보여주었던 전적이 있고, 김가영은 아이돌 지망생 출신으로 조권•선미와 JYP 오디션 동기였으며 9개월간 입시를 준비하여 무용과에 진학했을 정도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들에게 춤은 본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본업이 아닌 것에도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던 그들은 심지어 본업까지 잘한다. 그들 토크의 원천은 바로 이 지점에 있을 것이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는 열정러들의 근거 있는 자신감.
열정 넘치는 그들과 방송은 다소 과한 면모를 보여준 것도 사실이다. 홍성흔은 준비된 비의 ‘레이니즘’ 무대를 이어 채리나와 즉석 댄스를 제안하더니 결국엔 흥이 올라 멈출 새를 몰랐고, 결국 그의 춤은 편집되었다. 방송 막바지에 가서는 스페셜 게스트로 신신애 분이 등장하여 맥락이 부족한 깜짝 무대와 토크가 진행되는 등 보는 이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의 토크에서 우리는 ‘열정’이란 것을 찾아볼 수 있다. 누구에게나 무언가에 열정을 쏟았던 경험이 있고 그것은 누구에게나 소중함으로 안착할 것이다. 본업뿐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도 열정이 과다한 그들은 그런 소중함을 발판 삼아 뛰어오른, 아직도 멈출 새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입으론 자신감을 내뱉고, 몸으론 춤을 추며 말이다.
요즘 부쩍 ‘중고 신입’, ‘경력 있는 신입’이라는 말의 쓰임이 늘고 있다. 전염병의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업무의 불안이 커지고,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실패 없는 더 확실한 인력의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본업에서의 ‘전문성’과 타인의 인정을 받을 만한 특출 난 ‘능력’이 필수가 된 사회, 이러한 사회에서 청년 세대를 비롯하여 취업 전선에 뛰어든 많은 사람들은 쉬이 자신감을 잃고 좋아하는 일에도 열정이 사라지는 무기력함을 겪고 있을지 모른다.
다른 일각에선 “열정! 열정! 열정!”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라디오스타> 723회, 춤신춤왕 특집의 게스트 조합은 그런 열정 넘치는 유행어와 닮아있다. 좋아하는 것에 열을 올리고 고조된 그들에게서, 당장 우리의 잃어버린 열정을 찾을 순 없더라도 외면했던 우리의 꺼져가는 혹은 꺼진 불씨를 떠올려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럼 함께 외쳐보자. 열정! 열정! 열정!
웨이브: https://www.wavve.com/player/vod?programid=M_1000794100000100000&contentid=M_EP202105280726.1&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