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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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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민 Sep 01. 2021

우리가 끝까지 확인해야 할 이벤트

드라마 <이벤트를 확인하세요> 1회 비평 콘텐츠

 지난 8월 14일에 시작을 알린 드라마 <이벤트를 확인하세요>는 <목표가 생겼다> 이후 올해 두 번째로 방영하는 ‘MBC 극본 공모전 수상작’이다. 흔히 공모전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에 기대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대표적으로 ‘새로움’일 것이다. 하지만 그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이벤트를 확인하세요>의 첫 회차는 국내 멜로드라마가 지켜온 관습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듯했다.

 멜로드라마에서 거의 관습과 같은 것이 있다.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눈다. 어느 순간, 한 사람은 그만의 이유로 이별을 결심한다. 다른 한 사람은 헤어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비굴하게 사랑을 애걸한다. 그러던 두 사람에게 제삼자가 나타난다. 금방이라도 헤어질 것 같던 연인은 제삼자의 개입으로 질투를 느끼고, 각종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어 끝내 사랑의 결실을 본다.

 그렇지만 1회만으로 작품 전체를 단정 짓기엔 이르다. 또한 위기가 기회가 된다는 말처럼, 드라마의 위험한 지점이 동시에 관전 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벤트를 확인하세요> 1회가 보여준, 이 같은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


당겨야만 하는 여자 주인공과 밀어내야만 하는 남자 주인공

 한동안 연락이 되지 않던 ‘도겸(권화운 분)’은 여자 친구 ‘송이(방민아 분)’에게 “널 보면 곡이 안 써”진다며 대뜸 이별을 통보한다. 송이는 특별한 부연 없이 헤어지자는 도겸의 의사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의 굳게 닫힌 연습실을 오고 가며 소리를 지르고, 술 마시고 전화하기까지, 미련으로 빚은 집착을 일삼는다. 그러던 두 사람은 연애 중 응모했던 제주도 커플 여행에 당첨된다. 절대 가지 않겠다는 도겸에게 송이는 함께하자며 고집하고, 끝내 그들의 커플(로 위장한) 여행이 시작된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이끄는 송이의 감정선과 행동의 단서가 적다는 점이다. 송이의 애틋함은 도겸과 화기애애했던 과거를 회상하는 짧은 한 장면으로만 집약된다. 그런데도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 도겸에게 커플 여행을 조르고, 힘들게 함께한 제주도에서 무시를 받으면서도 무턱대고 그와의 오붓한 하룻밤을 바란다. 그러니까 극 중 송이는 도겸에게 ‘계속해서 거부당하면서도 사랑을 잃지 않아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 인물처럼 비추어진다.

 이는 도겸도 마찬가지다. 밴드 멤버는 도겸에게 “그냥 말해, 송이 씨한테.”라는 말을 건넨다. 도겸 또한 송이를 떠올릴 때마다 낯빛이 복잡하기만 하다. 그에게도 곡이 안 써진다는 핑계가 아닌, 나름의 사정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도겸은 마치 퀘스트를 받아 움직이듯 송이를 과도하게 밀어낸다. 제주도에 한참을 늦게 도착하여 송이를 애간장 태우고 홀로 내팽개치며, 커플 이벤트로 호텔 방이 꾸며져 있을 때 데코 인테리어들을 모조리 찢어 헤집어 놓기도 한다. 그런 도를 넘은 행동이 쌓일수록 극의 긴장감은 쌓여가지만, 도겸이라는 인물이 ‘사연이 있기보다 오히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인물’처럼 다가올 우려가 있다.


서브 남자 주인공이 불러오는 삼각관계

 ‘지강(안우연 분)’은 여행 전 송이와 우연한 계기로 만나게 된다. 그 만남을 이어 지강은 제주도 가이드로서 여행을 함께하는데, 송이에게 자꾸만 시선이 향한다. 해변에 혼자 있는 송이를 애틋이 바라보던 지강은, 상처 받은 송이가 돌연 셔틀버스에서 하차할 때도 함께 내린다. 우연을 계기로 그들은 단둘이 하루를 보내게 되고, 이는 일관되던 도겸의 태도를 변모시키기까지 한다.

 이러한 두 남성과 한 여성의, 소위 삼각관계는 멜로드라마에서 흔히 나타나는 전형성 중 하나다. 전형성이 그 자체로 부정적인 것으로 치부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벤트를 확인하세요>에서 두 주인공이 관계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외부 인물로 비롯된 질투가 된다는 점이 아쉬운 것이다. 또 이 질투가 초래하는 갈등의 가장 큰 문제는 두 남성의 경쟁이 극 중 송이의 서사를 가져갈 수 있는 위험이다. 송이 자체보다, 송이와 함께하게 되는 남성이 ‘누구’인지가 중요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탈을 쓴 커플들, 불안함을 숨기는 우리

 송이와 도겸, 지강 외에도 제주도 여행을 함께하는 두 쌍의 커플이 있다. 그들 중엔 깨가 쏟아지다가도 금세 티격태격하는 젊은 커플이 있고, 해변에서 노는 아이를 아련하게 바라보는 과묵한 중년 부부도 있다. 인물관계도를 참고하면 이들 또한 관계가 위태롭기만 하다. 젊은 커플은 교제한 지 300일이 남짓 하지만 이젠 싸움 메이트가 되었고, 부부는 이미 아내가 이혼 서류를 내민 상태다.

 두 쌍의 커플은 나이와 관계의 형태는 다르지만, 불안정한 사랑을 하고 있다. 어찌 보면 그들의 여행은 송이와 도겸만이 아니라 모두의 위장 여행인 셈이다. 저마다의 사정이 있는 인물들이 애써 불안함을 감추는 모습이 현실의 우리와 비슷하다. 우리는 겉으로 내색하지 않지만, 온전한 사랑을 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어쩌면 그것은 당연할지도 모르니까. 그러니 우리를 닮은 커플들의 여행이 가진 잠재적인 메시지가, 관습을 벗어난 차별점이자 드라마의 강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들의 서사는 거의 전개되지 않았으나, 그렇기에 더욱 기대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들이 마주할 여행과 사랑의 끝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송이와 도겸을 포함한 세 커플의 여행이 시작된 시점에서, <이벤트를 확인하세요>의 남은 회차들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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